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의 '대선 사기' 주장이 거짓말임을 보여주는 결과가 또 나왔다.
아리조나주 상원이 마리코파 카운티의 대선 개표 결과를 놓고 감사를 실시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것으로 재차 확인됐다고 9월 24일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감사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수작업으로 마리코파 카운티 210만 장 투표용지를 다시 검표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1월 카운티가 발표한 공식 집계치보다 99표를 더 얻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 득표수는 오히려 261표 줄었다.
NYT는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며 "아리조나 재검표 결과는 전국의 친 트럼프 공화당원들에게 엄청난 실망을 안겨줄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1월 대선 당시 아리조나에서 1만500표 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눌렀다.
특히 아리조나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마리코파 카운티 개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약 4만5천 표 차로 제쳤다.
하지만 선거가 도둑맞았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에 아리조나 입법부를 장악한 공화당 상원은 지난 4월 마리코파 카운티 투표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는 감사 실시안을 의결했다.
공화당은 감사 업무를 플로리다주에 본사를 둔 민간 보안업체 '사이버 닌자스'에 맡겼다.
이 업체는 선거 감사 경험이 전무한데다 업체 대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음모론을 옹호해온 인사여서 논란이 됐다.
하지만 거의 6개월에 걸친 감사에서 공화당은 대선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감사 보고서는 재검표가 작년 11월 개표 결과와 "실질적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공화당 대선 감사를 비판해왔던 마리코파 카운티는 성명을 통해 "우리의 검표는 정확했고 당시 당선자로 인증된 후보가 실제로 승리했음을 확인시켜 준다"며 "이것이 이야기의 끝이고 다른 주장은 잡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음모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9월 25일 트럼프는 조지아주 페리에서 현장 유세를 벌였다.
조지아주는 지난 2020년 대선에서 공화당 지지세가 세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한 경합주 중 하나였다.
트럼프는 이날 지지자 80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내가 아리조나 재검표에서 여러분이 믿지 못할 수준으로 이겼다"면서 "언론들은 바이든이 이기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아리조나에서 이겼다고 헤드라인을 실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공화당이 주도한 재검표 결과마저 '가짜'라며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그와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서 있는 '뉴욕타임스'가 관련 사실을 처음 보도했기 때문이다.
또한 9월 24일 성명에서 트럼프는 "보고서에 사기 관련 부정할 수 없는 중대한 증거가 담겼지만 가짜뉴스 언론들이 11월 때처럼 벌써 바이든 승리를 확정지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곧 발표되는 보고서 최종본에는 가짜뉴스에서 알려진 것과 아주 다른 내용이 담겼다고 들었다"며 "검찰이 대선 사기 중대 범죄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리조나 공화당도 초안이 아닌 전체 감사 보고서에는 "더 큰 결론"이 담겨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화당 소속 캐런 팬 아리조나 상원의장은 대선 감사의 목적은 바이든 승리를 재확인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선거법 개정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가 지난 대선 이후 개표와 선거 결과 인증 과정에서 보인 행동이 정치적 압박을 넘어서 범죄 행위로 기소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지난달 24일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이 조지아 관료들에게 "합법적인 선거 결과를 바꾸라"고 압력을 가한 행위에 대해 선거방해와 관련된 범죄로 기소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트럼프가 지난 1월 3일 레펜스퍼거 조지아 국무장관에서 전화를 걸어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요구하는 등 트럼프와 주변 인사들은 조지아 선거 관련 관료들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거나 개인적으로 접촉해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이런 행위는 잠재적으로 부정선거를 저지르기 위한 청탁, 선거 직무 수행에 대한 의도적인 간섭, 부정선거 공보와 청탁 등에 해당된다"며 "주정부 기소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트럼프가 대통령 재직 당시 취한 행동에 대해 기소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면책 특권을 주장할 수 있지만, 이 경우는 대통령이 면책 특권을 주장할 수 있는 "합법적인 직무 범위에서 훨씬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이처럼 기소가능성까지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선거사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정치적 이득을 따져봤을 때 '거짓선동'을 계속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2024년 차기대통령 관련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48%로 바이든 46%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간 철군 후 바이든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올랐고, 이를 염두에 두고 트럼프는 조지아주에 이어 10월 9일엔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유세를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