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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벚꽃이 사월을 수 놓으면
말없이 집을 나섰던 
아버지는
천지는 초록이고
연분홍 홑겹의 저고리 자태 고우니
꽃에 취해
술에 취해
비틀비틀 사선으로 걸으셨다
나름, 인생을 견디기 위한 도취 이었으리
 
햇살이 직진으로 내리 쬐어도 
덕산 수목장은 냉기가 감돈다 
한 줌 재로 묻힌 아버지 앞에
덜썩 주저앉아
사무친 그리움으로 글썽이는데
벚꽃잎 속절없이 얼굴을 간지른다
 
나의 생과
아버지 사의
좁은 간극에 
흩날리는 무수한 이야기들로
무너지는 마음이
봄에 얼싸안겨
오늘만큼은 수동태로 머물길 원한다 
 
어느새 소복히 쌓인 벚꽃잎
눈물 흘려 밟는 발길 
아버지!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나는, 아버지 딸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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