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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들에게 "중요한 것은 반복합니다" 하면서 자주 인용하는 성경 구절 가운에 하나는 다윗 왕에 관한 것입니다. 열왕기상 1장인데, 다윗 왕의 말년에 관한 말씀입니다. 1장 1절, 표준새번역으로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다윗 왕이 나이 많아 늙으니, 이불을 덮어도 따뜻하지 않았다."

이불만으로 온기를 느낄 수 없었던 인생 말년의 다윗, 그래서 충성스런 그의 신하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왕에게 제안합니다. 

2절, "신하들이 왕에게 말하였다. '저희가 임금님께 젊은 처녀를 한 사람 데려다가, 임금님 곁에서 시중을 들게 하겠습니다. 처녀를 시중드는 사람으로 삼아 품에 안고 주무시면, 임금님의 몸이 따뜻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 신하들은 이스라엘 온 나라를 뒤져 젊고 아름다운 처녀를 찾아냅니다. 아비삭이라는 수넴 여인인데, 4절은 그 처녀 아비삭에 얽힌 다윗 왕의 말년을 이렇게 증언합니다. 

"그 어린 처녀는 대단히 아름다웠다. 그 처녀가 왕의 시중을 드는 사람이 되어서 왕을 섬겼지마는, 왕은 처녀와 관계를 하지는 않았다."

성경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한 마디로, 이불 속에서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하들이 데려다 놓은 아비삭, 그 어린 처녀로부터 시중을 받기는 했지만 다윗은 그녀와 관계는 하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다윗의 일생에 대해 성경을 좀 아시는 분들은 다윗이 왜 그랬을까? 또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궁금증이 일어나는데, 제가 보기에 그 이유는 밧세바 사건 때문이라고 봅니다. 

심복 부하의 아내였던 밧세바를 데려다 정욕을 채우고, 아기를 갖게 하고, 다윗은 또 그 일을 감추려 비열한 방법으로 그녀의 남편이자 충성스런 부하인 우리아를 죽입니다. 하나님이 그 모든 일을 아셨고 선지자를 보내 다윗을 무섭게 책망하십니다. 그리고 태어난 아기는 일주일 만에 죽게 합니다. 

시편 51장에 이때의 일을 기억하며 다윗은 눈물로 통회하고 평생 이 일을 잊지 않았을 것임은 두 말할 나위 없습니다. 그래서 처녀 아비삭에게 시중을 받으면서도 결코 관계는 하지 않을 수 있었던 다윗이었습니다.

노년이라고 성적 욕망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피카소는 80세에 40년 연하의 여인과 비밀 결혼을 하고 마지막 창작욕을 불태웁니다. 그 밖에도 많은 왕들, 정치인들, 예술가들, 부자들, 심지어 종교 지도자들까지 성적 욕망을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노년에 이르도록 발산해온 예는 역사에 많이 있습니다.

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건 중 하나가 이건희 씨의 성매매 사건입니다. 

현재 74세, 병원에서 기계 장치에 의해 생을 연명하고 있는 삼성 그룹 오너(Owner)입니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한때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은 그의 말을 성경 말씀 이상으로 받아들였고, 심지어 일부 몰지각한 목사들은 그의 경력을 성공의 대명사처럼 설교화했습니다. 

그랬던 이건희 씨가 70을 갓 넘긴 어느 날부터, 아니 그 전부터 그랬을 겁니다, 치밀한 계획 아래 반복적으로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50만원 60만원이 없어서 엄마와 딸이 함께 목숨을 끊어야만 하는 세상, 다른 한쪽에선 그의 열 배 스무 배를 네 명 다섯 명의 성매매 여인들에게 배급(?)하며 정욕을 채웠습니다. 

이해는 갑니다. 그럴 것이다 예상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뉴스를 접하고 보니 뭐랄까 ……. 다음 날 새벽 기도를 마치고 사무실에 물끄러미 서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낙심과 허탈감으로 머리가 텅 비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아내에게 카톡으로 "심난하다" 라고 써 보냈습니다. 목사로서 한국 사회 전체가 하나님의 무서운 징벌 아래 점점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두려움에 심장이 쿵쿵 뛰었습니다. 정말 심난했습니다. 

예언자 에스겔은 이스라엘이 멸망한 주된 이유로 지도자들의 타락, 특히 그들의 우상숭배와 성적 타락을 들었고, 또 다른 이유로는 이스라엘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사실 하나로 묶여 있습니다. 에스겔 16장에서 예언자는 소돔이 멸망한 이유를 말하면서 이스라엘도 그 이상이면 이상이지 못하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49절과 50절에, 소돔을 이스라엘의 동생이라 지칭하면서 이스라엘을 이렇게 책망합니다. 

"네 동생 소돔의 죄악은 이러하다. 소돔과 그의 딸들은 교만하였다. 또 양식이 많아서 배부르고 한가하여 평안하게 살면서도, 가난하고 못 사는 사람들의 손을 붙잡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교만하였으며, 내 눈 앞에서 역겨운 일을 하였다. 그러므로 내가 그것을 보고는, 그들을 없애 버렸다."

우리는 보통 소돔 성 멸망의 원인을 동성애라고 단순화시킵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 침묵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에스겔 선지자가 간파한 소돔의 진정한 멸망 원인은 경제적 양극화였습니다. 배부르고 한가하게 평안히 살면서도 가난하고 못 사는 사람들 손을 붙잡아 주지 않은 것, 경제 정의를 외면했을 때 결말은 교만과 역겨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소돔을 없애버리셨습니다. 그런데 소돔의 언니(또는 형)이라 하는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의 진노가 얼마나 더 크겠느냐, 선지자는 한탄합니다.

하나님은 다윗을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 하시며 특별히 좋아하셨습니다. 다윗의 깨끗함, 절제, 무르익음이 오늘 나에게 더욱 긴박한 부르심으로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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