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조회 수 97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new11.JPG




"너,조서 만들 때 누가 뭐라고 하든지 조서 내용을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너 같은 녀석은 곧바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 거니까 내 말을 꼭 명심해라."

구치소에서 재판을 대기하며 미결수로 기다리고 있던 시간은 참으로 무료하고 답답한 시간이었다. 감옥에는 외부로 향한 작은 창문 하나가 벽 높은 곳에 있었다. 가끔씩 그 창문가에 참새들이 날아와서 마음껏 지저귀다가 마음이 내키면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참새가 너무도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롭게 행동하고,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자유가 그렇게 크고 고마운 것이라는 사실을 감옥 안에 있으면서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한 일 주일 정도가 지난 후 드디어 호출이 왔다.

'내가 왜 여기를 들어왔나.'

마음 속으로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검사실로 들어갔다. 방에는 사복 차림의 형사 그리고 군인 분위기가 물신 풍기는 다른 2명의 건장한 사람이 역시 사복 차림으로 있었다.

"이름이 김태훈 맞나?"

"예."

"얼마 동안이나 선량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공갈 협박하는 건달짓을 하면서 살았나?"

"무슨 말씀이시죠?"

"시치미 떼도 소용없다. 이미 너를 동네 깡패로 고소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아니, 누가 나를 동네 깡패라고 합니까?"

"글쎄,고소한 사람이 있으니까 네가 구치소까지 들어온 것이 아니겠냐고. 긴 말할 시간 없으니까 조서에 지장이나 찍 어. 순순히 조서에 지장을 찍으면 좋은 일이 있을 테니까 알아서 하라고."

"조서 내용을 한 번 읽어볼 수 있습니까? 그리고 난 후에 지장을 찍겠습니다. 그리고 정식 재판을 받게 해주십시오. 이런 식으로 사람을 무조건 죄인으로 몰아세우는 데서는 아무 것도 안 하겠습니다."

"아니,이 새끼가 아직 주둥이만 살아가지고,정식 재판 같은 소리하고 자빠져 있네"

조서 내용을 직접 보겠다는 말 한마디에 갑자기 욕설이 퍼부어지더니 방 안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이 새끼가 깡패 건달 주제에 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무슨 이래라 저래라 말이 많아. 이 새끼, 정신이 바짝 나게 한 번 맛 좀 보여 줘라."

잽싸게 사복 차림의 형사와 군인이 동시에 팔을 뒤로 잡아채더니 구둣발로 정강이를 사정없이 걷어차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뼈가 쪼개지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에 자칫하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런 와중에 그들은 조서를 들고 팔을 잡아끌어 강제로 지장을 찍게 했다. 그 조서 안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지도 모르는 채 나는 결국 강제로 그 조서 내용에 동의한다는 지장을 찍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 10여 대의 버스가 구치소에 도착했고 완전무장한 계엄군인들에 의해 공포 분위기를 느끼는 가운데 어디론가 강제 이송되고 있었다. 재판도 받지 못한 채 끌려가고 있던 것이었다. 지금은 세상 이 좋아졌지만 1980년대에는 군사 정권이 개인의 자유를 빼앗을 수 있었다. 6시간 정도는 족히 버스가 달려온 것 같다. 버스 안에서 여러 차례 내 손으로 여기저기를 심하게 꼬집어보기도 했다. 제발 현실이 아니라 꿈이기를 바랐다. 이런 악몽이라면 정말 빨리 깨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도록 허벅지를 꼬집어보기도 했는데 현실은 현실이었다. 마음 속으로는 정말 간절하게 이 모든 일들이 꿈이기를 바랐는데... 아직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 미명에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밤새도록 어디론가 달려온 버스는 구치소 수감자들을 군부대 연병장에 쏟아 놓고 마치 청소차가 할 일을 다하고 쓰레기 하차장을 빠져 나가는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버스에서 내릴 때부터 주위에 서 있던 군인들은 말끝마다 욕설이었다. 연병장 중앙에 고장난 로봇처럼 어정쩡하게 서 있던 사람들에게 군복이 한 벌씩 지급되었다. 옷의 크기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무조건 지급된 군복 안에 자신의 몸을 맞춰 집어넣어야 했다. 배가 남산만큼 나온 사람이 조그만 군복을 지급받아 배꼽이 볼썽 사납게 불거져 나왔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땅콩처럼 조그마한 사람이 큰 군복을 받아서 완전히 쌀푸대 속에 아이가 들어가 있는것과 같은 그런 웃지못할 모습을 하고 있기도 했다. 군복으로 갈아입힌 후에는 일제히 바리깡으로 머리를 삭발시켰다. 긴머리가 땅으로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했다. 그 옆에서 함께 흐느끼던 사람은 남자녀석이 계집애처럼 질질 눈물을 흘린다고 붙잡혀가서 기절할 정도까지 구타를 당했다. 머리를 깎는 바리깡은 머리털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털을 뽑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얼마나 난폭하게 바리깡을 밀어대는지 가끔씩 머리 살점이 머리털과 함께 떨어져 나오면서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 내리기도 했다. 그래도 어느 한 사람 말을 할 수 없었다. 버스에서 내린 순간부터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절대 함구령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함께 도착한 사람들은 모두 300-400명 정도는 족히 되어 보였다. 머리를 모두 삭발시킨 뒤에는 5개조로 사람들을 나눠서 합판 조각으로 엉성하게 야전 침대를 만들어 놓은 막사 안으로 각각 나눠서 배치를 시켰다. 그리고 아침 해가 제법 높이 올라 왔을 때 쯤 막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다시 연병장으로 집합시키더니 소속군대 고위 장교 쯤으로 보이는 사람이 일장 훈시를 시작했다.

"여러분들은 사회에 올바로 적응하지 못하고 많은 문제들을 일으킨 연유로 인해서 오늘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당신들은 이곳에서 정신과 육체를 말끔히 순화하고 사회에 온전히 적응할 수 있도록 집중훈련을 받은 후, 순화교육 평가에 따라 빠르면 4주 이내에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 한순간도 다른 생각하지 말과 이번 순화교육을 통해 새로운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되길 바란다. 국가는 여러분들이 사회를 혼란시키는 사회악이 아니라 앞으로는 사회의 발전과 건설에 앞장서는 건전한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계속>


  1.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24

    * 김경애 사모의 간증 * 그런데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모든 관심이 아이들에게 집중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두아이 다 태어나면서부터 원인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서 나는 잠시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성수는 ...
    Date2017.02.10
    Read More
  2.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25

    기다리다 못해 기도의 골방 문을 열어젖히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당신, 기도고 뭐고 지금 당장 집어치우고 빨리 나오지 않으면 골방 문에 못을 박아 버리고 말겠어. 알아들었어?" 나는 그렇게 말을 마구 뱉어버리는 나를 보면서 스스로 깜짝 놀랐다. 기...
    Date2017.02.17
    Read More
  3.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26

    그 당시만 해도 4백 달러면 적지 않은 돈이었는데 몇 시간 동안 슬롯머신을 열심히 당겼더니 졸지에 4백 달러나 되는 돈을 벌 수 있었다. 나는 신이 났다. '야,이런 세상도 있었구나!' 나는 카지노의 짜릿한 맛에 완전히 매혹되고 말았다. 그 후로 나는 몇 ...
    Date2017.02.24
    Read More
  4.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27

    흑인 동네 중심부에 수년 동안 거의 방치된 상태로 버려진 건물이 있었는데 나는 이 건물을 잘 수리해서 아내 가게도 이곳으로 이전시키고 나머지는 렌트를 주면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거의 헐값에 건물을 구입하고 목수 몇 명을 고용해서 한 달 정도...
    Date2017.03.03
    Read More
  5.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28

    그렇게 나는 터무니없는 교만과 허영 속에 빠져 있었다. 개척한 교회의 이름을 '뉴욕새벽교회'라고 했다. 새벽은 내 인생에 있어서 늘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폐병과 투병할 때 성령님의 치유의 손길을 경험하면서 폐병이 완치됐던 기적의 시간이 바로 새...
    Date2017.03.10
    Read More
  6.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29

    그런데 나는 신학교를 졸업한 후 이러한 목회의 진실을 깨닫지 못하고 명예와 학벌, 교단 정치와 같은 헛된 것만을 추구 하며 시간을 낭비했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정말 낯이 뜨거워진다. 아니 눈이 멀어도 유분수지, 어떻게 그렇게까지 학벌과 명예욕에 사...
    Date2017.03.17
    Read More
  7.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

    "너,조서 만들 때 누가 뭐라고 하든지 조서 내용을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너 같은 녀석은 곧바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 거니까 내 말을 꼭 명심해라." 구치소에서 재판을 대기하며 미결수로 기다리고 있던 시간은 참으로 무료하고 답답한 시간이...
    Date2016.09.24
    Read More
  8.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0

    호텔 로비에 내려가 보니 장로님이 벌써 현대 측 실무자들을 다 불러내렸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목사님, 갑시다. 차 안에서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대형 리무진에 모두 올라타자 차는 뱀처럼 매끄럽게 호텔을 빠져나와 왕실...
    Date2017.03.25
    Read More
  9.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1

    사업체는 워낙 장사가 잘 되던 상황이라 쉽게 매매자들이 나섰고, 가지고 있던 조그마한 부동산도 적당한 가격에 구매자가 나타나서 빠른 시간 안에 처분할 수 있었다. 12년 전에 목사 안수를 받은 후 개척했던 뉴욕새벽교회는 내가 신학교와 교단 정치에 정...
    Date2017.04.02
    Read More
  10.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2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기도를 많이 해왔는데 나는 기도 시간부터 더 늘리고 하나님 앞에 더욱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혹시 잘못한 것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시고 철저히 회개하게 해 주시옵소서. ...
    Date2017.04.07
    Read More
  11.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3

    이런 일들이 왜 생겼을까 그것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물질적인 복을 잘못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에게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물질적으로 상상하지도 못한 복을 받게 된 이후 나는 영적으로 메마른 '영적 사막의 시기'를 경험했다. 피닉스로 이주한 후...
    Date2017.04.15
    Read More
  12.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4

    심령의 변화는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 한순간에 온다. 이러한 변화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 외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사도행전 9장에 기록된 사도 바울의 회심사건이 그랬고 기독교 역사 가운데 가장 존경받고, 영향력 있는 신학자였던 성 어거스틴의 회심도 ...
    Date2017.04.21
    Read More
  13.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5

    "김 목사님, 아들이 마약에 빠져있는데 며칠 동안 집을 나가서 소식이 없습니다. 아들을위해서기도해주십시오." 나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아들을 위해서 기도했다.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 지금 이 시간에 로버트의 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 그의 아...
    Date2017.05.01
    Read More
  14.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6

    "형님, 올해 칠순을 넘기시는데 이제는 예수님을 꼭 영접하셨으면 합니다. 성경 말씀에 보면 모든 사람이 태어났다가 반드시 죽게 되는데 죽은 뒤에는 심판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형님이 천국에 들어가게 되시길 바랍니다." 전화기 저편...
    Date2017.05.05
    Read More
  15.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7

    그래서 오랜 기간 동안 사막을 생명이 없는 광야로만 생각하고 따분하고 무의미 한, 그리고 이기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된 삶을 살기로 결단했다. 무익한 종이었던 오네시모가 바울을 만나 그의 가르침으로 유익한 종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
    Date2017.05.13
    Read More
  16.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8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정말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천사의 말을 따라 산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쌓아온 재력과 경력, 사회적인 지위, 완전히 정착된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과연 산 속으로 홀연히 떠날 수 있었을까. 예수님께서는 이런 상황에서 ...
    Date2017.05.20
    Read More
  17.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4

    일장 훈시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순화교육?" 군 장성의 연설은 참으로 그럴듯하게 들렸지만 막상 순화교육의 실상은 사람의 가치를 완전히 짓밟고 개보다 못한 대접을 받게 하는 인권유린 그 자체였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배가 고팠...
    Date2016.09.30
    Read More
  18.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5

    처음에는 구타를 당하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해 보기도 했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면서 이리저리 피해 보려고도 했다. 그러나 몇 번씩 그런 구타가 반복되고 나면 체념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래,너희들이 죽이려면 죽여 봐라. 너희가 죽이기 밖에는 더 하겠냐...
    Date2016.10.07
    Read More
  19.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6

    생지옥이었던 삼청교육대에서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강제입소된 지 10여 일 정도가 지났을 때, 하루는 전체 입소자들 4백 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중대장이 "여기 예수 믿는 사람 있는가?" 하고 공개적으로 묻는 것이었다. 그 당시 나는 교회에 다...
    Date2016.10.15
    Read More
  20.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7

    폐병 3기까지 앓았던 나는 가슴을 칼로 후벼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면서 순간 정신을 잃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나는 정신이 몽롱해지며 '나도 이렇게 매 맞아 죽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나를 구타하던...
    Date2016.10.2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