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조회 수 99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new11.JPG




생지옥이었던 삼청교육대에서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강제입소된 지 10여 일 정도가 지났을 때, 하루는 전체 입소자들 4백 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중대장이 "여기 예수 믿는 사람 있는가?" 하고 공개적으로 묻는 것이었다. 그 당시 나는 교회에 다니는 신자도 아니었고, 더욱이 예수를 믿지도 않았지만 뭔가에 이끌리듯 손을 번쩍 들고 "예, 여기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럼,너 기도할 줄 아나?"

"예."

"오늘부터 네가 매일 저녁마다 대표기도를 한다.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기도가 끝나면 모두 아멘을 복창한다. 알겠나!"

"예."

"자,그럼 한 번 대표기도해 봐."

그때 첫 기도를 어떻게 했는지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몇 마디 짧은 기도를 하는 동안 온몸에 진땀이 얼마나 홀러 내렸던지 입고 있던 군복이 흥건히 젖을 정도였다. 그래도 그날부터 나는 저녁 점호시간에 기도하는 동안만이라도 공식적으로 말을 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받은 셈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기도를 마칠 때 유일하게 "아멘"이라고 입을 열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 것이다. 삼청교육대 안에서 내가 대표기도 훈련을 받게 되리라고 과연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하나님은 참으로 놀라우신 분이다. 

그 당시 나는 거의 비슷한 내용의 대표기도를 계속 반복했다. 주로 회개의 기도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게 해달라는 내용의 기도였다.

"하나님 아버지,참 감사합니다. 너무나도 엄청난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 살면서도 깨닫지 못하고 하나님의 뜻을 거 역하며 살아왔습니다. 하나님을 믿지 아니하고 불신 가운데 살아왔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항상 원망과 불평과 짜증만을 토하며 우리들 멋대로 살아온 것을 회개합니다. 이 시간 여기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우리 400여 명에게 회개의 영을 부어 주시옵소서.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잘못한 것, 부모에게 잘못한 것, 아내에게 잘못한 것, 사회에서 잘못한 것 모두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새로운 사람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회개합니다. 여기 잡혀 온 우리들은 죄 많은 사람들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구원하여 주시고 우리의 병든 심령을 고쳐 주시옵소서. 우리를 고쳐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그때까지만 해도 교회와의 인연이라고는 어렸을 때 부활절, 크리스마스 등 절기 때마다 선물을 받기 위해 동네 주일학교에 나갔던 것이 내 신앙 경력의 전부였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나의 부족한 입을 통해서 죄를 고백하는 회개의 기도와 치유의 기도를 하게 하셨던 것이다. 이는 참으로 기적이었다. 하나님을 완전히 알지도 못하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경험한 적도 없었지만 대표기도를 하면서 나는 내면으로부터 진정으로 하나님을 의지하고, 예수님을 알기 원하는 그런 간절한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돌이켜 생각해 볼 때 아마도 그 중대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것 같다. 자신이 비록 삼청교육대를 지휘하는 장교의 입장에 있기는 했지만 자신의 신앙에 비춰 마음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입소자들에게 어떻게 해서라도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 주기 위해 대표기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 했던 것 같다. 물론 모든 조교들이 하나같이 악랄하고 못됐던 것은 아니었다. 조교 가운데는 입소자들에게 인간적으로 동정을 표시하고 절대로 구타를 하지 않는 그런 신사적인 조교들도 있었다. 어느 날 하루는 잠자고 일어나 보니 머리맡에 건빵 한 봉지와 메모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메모를 읽어보고 나는 누가 그런 호의를 베풀었는지 금방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훈련받는 것이 많이 힘들겠지만 당신이 기도하는대로 하나님께서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고 앞으로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실 것이요. 조금만 더 인내해서 꼭 건강하게 가정으로 돌아가게 되길 바랍니다."

나는 그 메모 내용으로 미뤄 그가 기독교 신자인 것을 금방 알 수 있었고 또한 누구일 것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선한 인상에 눈빛이 다른 조교들과는 많이 달랐던 그는 절대로 구타하거나 욕설을 내뱉는 일이 없었고, 내무반 점호시간에도 이 조교가 점호를 하는 날이면 가장 쉽게 넘어갔다. 물론 단체기합이나 구타가 없어서 좋았고 그는 늘 "이제 이곳에서 조금만 고생하면 곧 사회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용기를 불어 넣는 말을 해주곤 했다. 지금까지도 나는 이 세상에서 선한 사람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하면 그 조교의 얼굴을 떠올린다. 황량하고 삭막한, 그리고 공포 분위기만 조성되고 있었던 삼청교육대 안에서 그런 조교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과 같은 기쁨이었다. 그리고 저런 양심적인 사람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살아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소망을 키울 수 있었다.

매일 저녁마다 하는 대표기도를 일주일 정도 했을 때였다. 어느 날 하루는 점심식사를 30초 만에 마치고 모두 다시 훈련장으로 집합했는데 소대장이 험악한 인상을 하고 고함을 질러댔다.

"너희들 중에 매일 대표기도 하는 놈이 누구냐?"

"예, 접니다."

"그래,너 이리 나와봐. 이 자식이, 너 여기가 무슨교회나 종교집단인 줄 알아?"

가슴 정중앙으로 돌맹이 같은 주먹이 날아왔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뒤로 나가 떨어졌는데, 다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일어나, 이 새끼야. 네가 하나님을 믿는 놈이면 지금 기도 열심히 해서 내가 너를 못 때리도록 한 번 해봐. 이 망할 놈의 예수쟁이야."

그는 평소에 기독교인들을 무척이나 혐오해왔고 점호시간에 대표기도를 한다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해서 언젠가 중대장이 없는 틈을 타서 대표기도 하는 놈을 잡아 해코지를 하려고 작정하고 있던 터였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자 곧바로 다시 가슴 정곡을 주먹 으로 가격했다. <계속>


  1.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24

    * 김경애 사모의 간증 * 그런데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모든 관심이 아이들에게 집중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두아이 다 태어나면서부터 원인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서 나는 잠시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성수는 ...
    Date2017.02.10
    Read More
  2.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25

    기다리다 못해 기도의 골방 문을 열어젖히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당신, 기도고 뭐고 지금 당장 집어치우고 빨리 나오지 않으면 골방 문에 못을 박아 버리고 말겠어. 알아들었어?" 나는 그렇게 말을 마구 뱉어버리는 나를 보면서 스스로 깜짝 놀랐다. 기...
    Date2017.02.17
    Read More
  3.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26

    그 당시만 해도 4백 달러면 적지 않은 돈이었는데 몇 시간 동안 슬롯머신을 열심히 당겼더니 졸지에 4백 달러나 되는 돈을 벌 수 있었다. 나는 신이 났다. '야,이런 세상도 있었구나!' 나는 카지노의 짜릿한 맛에 완전히 매혹되고 말았다. 그 후로 나는 몇 ...
    Date2017.02.24
    Read More
  4.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27

    흑인 동네 중심부에 수년 동안 거의 방치된 상태로 버려진 건물이 있었는데 나는 이 건물을 잘 수리해서 아내 가게도 이곳으로 이전시키고 나머지는 렌트를 주면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거의 헐값에 건물을 구입하고 목수 몇 명을 고용해서 한 달 정도...
    Date2017.03.03
    Read More
  5.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28

    그렇게 나는 터무니없는 교만과 허영 속에 빠져 있었다. 개척한 교회의 이름을 '뉴욕새벽교회'라고 했다. 새벽은 내 인생에 있어서 늘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폐병과 투병할 때 성령님의 치유의 손길을 경험하면서 폐병이 완치됐던 기적의 시간이 바로 새...
    Date2017.03.10
    Read More
  6.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29

    그런데 나는 신학교를 졸업한 후 이러한 목회의 진실을 깨닫지 못하고 명예와 학벌, 교단 정치와 같은 헛된 것만을 추구 하며 시간을 낭비했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정말 낯이 뜨거워진다. 아니 눈이 멀어도 유분수지, 어떻게 그렇게까지 학벌과 명예욕에 사...
    Date2017.03.17
    Read More
  7.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

    "너,조서 만들 때 누가 뭐라고 하든지 조서 내용을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너 같은 녀석은 곧바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 거니까 내 말을 꼭 명심해라." 구치소에서 재판을 대기하며 미결수로 기다리고 있던 시간은 참으로 무료하고 답답한 시간이...
    Date2016.09.24
    Read More
  8.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0

    호텔 로비에 내려가 보니 장로님이 벌써 현대 측 실무자들을 다 불러내렸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목사님, 갑시다. 차 안에서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대형 리무진에 모두 올라타자 차는 뱀처럼 매끄럽게 호텔을 빠져나와 왕실...
    Date2017.03.25
    Read More
  9.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1

    사업체는 워낙 장사가 잘 되던 상황이라 쉽게 매매자들이 나섰고, 가지고 있던 조그마한 부동산도 적당한 가격에 구매자가 나타나서 빠른 시간 안에 처분할 수 있었다. 12년 전에 목사 안수를 받은 후 개척했던 뉴욕새벽교회는 내가 신학교와 교단 정치에 정...
    Date2017.04.02
    Read More
  10.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2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기도를 많이 해왔는데 나는 기도 시간부터 더 늘리고 하나님 앞에 더욱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혹시 잘못한 것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시고 철저히 회개하게 해 주시옵소서. ...
    Date2017.04.07
    Read More
  11.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3

    이런 일들이 왜 생겼을까 그것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물질적인 복을 잘못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에게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물질적으로 상상하지도 못한 복을 받게 된 이후 나는 영적으로 메마른 '영적 사막의 시기'를 경험했다. 피닉스로 이주한 후...
    Date2017.04.15
    Read More
  12.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4

    심령의 변화는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 한순간에 온다. 이러한 변화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 외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사도행전 9장에 기록된 사도 바울의 회심사건이 그랬고 기독교 역사 가운데 가장 존경받고, 영향력 있는 신학자였던 성 어거스틴의 회심도 ...
    Date2017.04.21
    Read More
  13.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5

    "김 목사님, 아들이 마약에 빠져있는데 며칠 동안 집을 나가서 소식이 없습니다. 아들을위해서기도해주십시오." 나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아들을 위해서 기도했다.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 지금 이 시간에 로버트의 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 그의 아...
    Date2017.05.01
    Read More
  14.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6

    "형님, 올해 칠순을 넘기시는데 이제는 예수님을 꼭 영접하셨으면 합니다. 성경 말씀에 보면 모든 사람이 태어났다가 반드시 죽게 되는데 죽은 뒤에는 심판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형님이 천국에 들어가게 되시길 바랍니다." 전화기 저편...
    Date2017.05.05
    Read More
  15.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7

    그래서 오랜 기간 동안 사막을 생명이 없는 광야로만 생각하고 따분하고 무의미 한, 그리고 이기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된 삶을 살기로 결단했다. 무익한 종이었던 오네시모가 바울을 만나 그의 가르침으로 유익한 종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
    Date2017.05.13
    Read More
  16.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38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정말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천사의 말을 따라 산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쌓아온 재력과 경력, 사회적인 지위, 완전히 정착된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과연 산 속으로 홀연히 떠날 수 있었을까. 예수님께서는 이런 상황에서 ...
    Date2017.05.20
    Read More
  17.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4

    일장 훈시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순화교육?" 군 장성의 연설은 참으로 그럴듯하게 들렸지만 막상 순화교육의 실상은 사람의 가치를 완전히 짓밟고 개보다 못한 대접을 받게 하는 인권유린 그 자체였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배가 고팠...
    Date2016.09.30
    Read More
  18.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5

    처음에는 구타를 당하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해 보기도 했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면서 이리저리 피해 보려고도 했다. 그러나 몇 번씩 그런 구타가 반복되고 나면 체념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래,너희들이 죽이려면 죽여 봐라. 너희가 죽이기 밖에는 더 하겠냐...
    Date2016.10.07
    Read More
  19.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6

    생지옥이었던 삼청교육대에서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강제입소된 지 10여 일 정도가 지났을 때, 하루는 전체 입소자들 4백 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중대장이 "여기 예수 믿는 사람 있는가?" 하고 공개적으로 묻는 것이었다. 그 당시 나는 교회에 다...
    Date2016.10.15
    Read More
  20.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7

    폐병 3기까지 앓았던 나는 가슴을 칼로 후벼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면서 순간 정신을 잃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나는 정신이 몽롱해지며 '나도 이렇게 매 맞아 죽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나를 구타하던...
    Date2016.10.2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