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조회 수 94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new11.JPG



"태훈아, 그렇게 먹다가 얹혀서 무슨 일 나겠다. 제발 천천 히 먹어라."

밥그릇을 다 비우고 물을 부어서 설거지 한 국물까지 다 마신 후에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

"엄니, 감사합니다."

밥을 한 끼 건네주면서도 어머니는 내심 혹시라도 형이 돌아오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는 표정이 었다.

"그래, 태훈아. 이제 나가서 일자리라도 한 번 알아봐라. 그리고 아침에 오면 밥상 준비해 놓고 기다리마."

그렇게 해서 잠은 노숙을 하고 아침이면 어머니를 몰래 찾아가 간신히 허기진 배를 채우곤 하는 생활이 얼마 동안 계속 되었다. 어렵고 궁핍한 생활이었지만 나는 이때처럼 어머님의 사랑이 고맙게 느껴졌던 때가 없었다. 내장이라도 빼내서 자식을 위해 희생해 줄 수 있는 것이 조건 없이 사랑해 주시는 어머님의 사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세상에서 맛볼 수 있는 완전한 사랑은 오직 어머니의 사랑과 하나님의 사랑뿐이라고 믿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형님 집에 늦게까지 머무르며 조카들과 장난을 하고 있는 사이에 형님이 다른 날보다 일찍 집에 돌아왔다.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어머니는 아연실색을 하면서 나를 방 안 한쪽구석에 있는 벽장으로 떠밀어 넣었다. 방 안으로 들어온 형님은 뭔가 분위기가 좀 이상한 것을 눈치채고 혹시 누가 집에 다녀갔냐고 물었다. 그러자 철없는 조카들이 막내 삼촌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어머니, 태훈이 녀석은 절대로 집 안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라고 신신당부하지 않았습니까."

그러고 나서 둘째 형님은 어디서 들고 왔는지 흰 횟가루 같은 소독약을 집 안팎에 돌아가며 뿌리고, 아이들의 손발을 비눗물로 열심히 씻겼다.

"폐병 환자가 자꾸 집안에 드나들면 아이들에게 병균이 쉽게 옮겨질 수도 있고 여러 가지로 안좋습니다. 어머니, 앞으로 는 절대로 태훈이 집안에 들여놓지 마세요."

나는 벽장 안에 숨어서 형님이 하는 말을 들으며 복받쳐 오르는 설움을 꼭꼭 씹어 삼킬 수밖에 없었다.

'아, 내가 폐병환자라서 그렇게 박대를 하는구나.'

물론 그때는 이미 폐병에서 다 치유된 상황이었지만 그런 형님의 모습을 보고 난 후에 나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다시는 형님집을 찾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둘째 형님을 생각하면 그때 들었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가슴속에서 메아리치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형의 마음은 한편으로 이해가 되긴 했지만, 그런 냉대와 설움을 당한 기억은 평생 동안 나를 힘들게 했다. 그 후로 오랫동안 둘째 형님과는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조차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서러움과 분노와 실망감과 배신감 등 온갖 느낌들이 혼합된 감정의 칵테일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마음도 하나님께서는 이제 모두 치유해 주셨다. 둘째 형님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내 마음 가운데 깊이 새겨져 있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해 주셨다. 미움이 깊었던 만큼 둘째 형님을 다른 형제들보다 더욱 깊이 사랑하도록 만들어 주신 것은 오직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마음의 변화였다. 사람의 마음이 변화되는 것은 하나님이 행하시는 가장 큰 기적이다.

노숙자 생활을 하며 전전긍긍하다가 드디어 공장에 취직하게 되었다. 몇 년 전 처음으로 서울에 무작정 상경했을 때 양복 수선 기술을 좀 배워 두었던 것이 도움이 되어서 옷 만드는 공장에 취직하게 되었다. 우선은 먹고 살 걱정이 해결되었기 때문에 나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사에게 근면한 충청도 시골 총각이라는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직장 생활은 한층 재미있어지고 일이 손에 착착 달라붙었다. 

그때쯤 나는 처음으로 여자를 알게 되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그녀는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고 얼마간 연애를 하다가 우리 둘은 곧바로 내 자취방에서 동거 생활을 시작했다. 그 당시 내 나이 19세였다. 결혼할 수 있는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얼마간 동거를 하다가 둘 사이에 아이까지 덜컥 생겼다. 임신했다는 소식에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걱정이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녀의 오빠되는 사람이 자취방을 찾아왔다. 순진한 자기 여동생을 꼬셔서 임신까지 시켜놨다고 노발대발하면서 동생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돌아갔다. 

그날 저녁에 나는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했다. '결혼하면 되잖아. 못할 거 뭐가 있나. 그냥 우리끼리 둘이서 결혼식을 치르고 호적에 이름을 올려서 살면 그게 결혼한 거지, 뭐 별다른 것이 있나?' 며칠 후 우리는 물 한 잔 받아 놓고 조상님들에게 이 결혼을 축복해 달라며 세상에서 가장 조출한 결혼식을 치렀다. 주위에 아무런 하객도 친지도 없었지만 그날 나는 맹물 한 잔에 맹세한 결혼식을 통해 죽도록 가정을 소중히 지킬 것을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그 후 나는 그녀의 이름을 내 호적에 올렸다. 그래서 이제는 누구에게도 떳떳한 나의 법적인 아내가 된 것이었다.

첫 아들 성민이를 낳은 후 얼마 동안은 정말 꿈같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공장 일을 마치고 고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귀여운 아들 성민이가 재롱을 어떻게나 예쁘게 부리던지…. 나는 그저 아이와 함께 그렇게 오래 있고만 싶었다. 아내도 첫 아이를 낳은 후 다소 몸이 허약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의 재롱과 남편의 사랑을 받으면서 마냥 행복한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불행의 그림자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우리 가정을 덮어 버릴 줄은 누구도 몰랐다. 고향 친구의 집에 병문안 갔다가 동생들과 말다툼 끝에 경찰서까지 끌려갔던 나는 그날 이후 4개월 동안 아내를 위시한 모든 사람들에게 갑자기 실종된 사람이었다. 나를 강제로 잡아 가둔 경찰은 가족들에게 연락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삼청교육대에 끌려가서 지옥 훈련을 받고 있는 동안에는 가족과의 연락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삼청교육대에서 풀려나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는 아들 성민이를 셋째 형님 집에 맡겨 놓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여러 곳을 수소문해 보았으나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다. 

<계속>


  1.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메디케어 바로 알기(26) 2017년 AZ 메디케어 이렇게 변한다

    1) 아리조나 메디케어 시장이 많이 변했습니다. 작년과 달라진 점을 간추려 보면8-9개의 회사가 경쟁하는 메디케어 마켓에서 피닉스 헬스 플랜이 철수합니다. 작년에는 스캔이란 회사가 떠났었던 것이 기억나네요. 이 회사 플랜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은 저절...
    Date2016.10.30
    Read More
  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세 화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가 책에서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호놀룰루에 사는 린디 쿠니시마라는 일본계 3세의 가족입니다. 아들 스티븐이 태어났을 때 13살 된 큰 딸 트루디와 9살 된 둘째 딸 제니퍼를 거실에 불러...
    Date2016.10.30
    Read More
  3.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9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권력과 폭력의 힘에 의해 개인의 삶이 굴절되는 모습을 잘 그려낸 영화로 안소니 퀸이 주연한 '25시'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던 무렵 루마니아의 산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루마니아 폰타나의 농부 요한(...
    Date2016.11.04
    Read More
  4. [Dr. 김효성의 건강 GPS} 당연하지만, 금주가 인생을 어떻게 바꾸나

    알코올은 수면을 방해한다 과학자들이 발견한 두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알코올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며, 숙면은 체중 감량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입니다. Mayo Clinic 수면센터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수면이 전등의 스위치처럼 쉽게 켜고 끌 수 있는 게 아니...
    Date2016.11.04
    Read More
  5.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메디케어 바로 알기(27) 약값을 갑자기 많이 내게 되셨나요?

    메디케어 의료법이 너무나 복잡하고 까다로운데에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처방약 보험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그래서 오늘은 처방약 보험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특히 지불 단계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며칠전 친구가 늘 45불 코페이를 내고 한...
    Date2016.11.04
    Read More
  6.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하나님의 섭리

    1864년 프랑스 파리 소르본느 대학의 한 실험실에서 42살의 화학과 교수 루이 파스퇴르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습니다. 목이 구부러진 실험용 유리병을 앞에 놓고 있었는데, 거기에 들어 있는 설탕물은 몇 주일째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 실험은 자연과학...
    Date2016.11.04
    Read More
  7.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10

    물질적으로 풍요한 미국 땅에 살면서 그것도 40여 년 전 한국에서 있었던 어린 시절의 일들을 기억해낸다는 것은 마치 모래사장에 떨어뜨린 동전 한 닢을 찾아내는 것처럼 까마득하기만 하다. 어린 시절, 내가 태어난 고향 충청도의 I960년대를 생각하면 한 ...
    Date2016.11.05
    Read More
  8.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메디케어 바로 알기(28) 2017년 AZ 오바마케어 변동사항 및 알아둘 점

    4년째로 맞는 오바마케어! 2017년 연례 가입 기간이 11월 1일부터 1월 말까지 3달 동안 진행됩니다. 65세 이상은 메디케어가 적용되고, 65세 미만은 오바마 케어가 적용되어 의료보험을 들게 됩니다. 자동차 보험처럼 의료보험이 미국 전국민 강제 법규가 된 ...
    Date2016.11.05
    Read More
  9.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11

    어머님이 올라와서 함께 지내며 형님들의 자취생활을 거들어 주고 있었지만 방안은 내가 쪼그리고 앉아 있을 공간도 없었다. 그래서 매일 형님들은 "너 어쩌자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을 한 거냐.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고함을 치곤 했다. 나는 기술을 배...
    Date2016.11.19
    Read More
  10. [Dr. 김효성의 건강 GPS} 발목이 발목 잡습니다

    오래 걷기가 두렵고 이따금씩 발목이 시큰거리는 경우가 있습니까? 본인의 체중을 지탱하는 주춧돌 발목이 위태로워졌다는 신호입니다. 이러한 '발목 불안정증' 은 발목을 자주 접질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발목을 크게 접질린 후에 적절한 고정과 치료가 수반...
    Date2016.11.19
    Read More
  11.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12

    누님과 함께 고향에 내려와서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 없이 결핵 투병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째가 됐다. 나는 마음 한가운데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니,내가 왜 이렇게 젊은 나이에 병으로 고생을 하면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산송장과 같은 삶을 ...
    Date2016.11.26
    Read More
  12.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메디케어 바로 알기(29) 오바마케어는 살아 남을까?

    오바마 대통령과 반대 정책을 가진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많은 사람이 제게 물었습니다. "오바마케어는 어찌 됩니까? 없어진다지요?" 미국에서 오래 살아온 저는 "오바마케어가 없어지더라도 그렇게 금방 없어질리가 없고 적어도 올해, 즉 2017년도의...
    Date2016.11.26
    Read More
  13.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13

    천주교에는 연옥이라는 교리가 있다. 연옥은 천국과 지옥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는 영혼의 중간 정거장과 같은 곳으로 예수를 영접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영혼들, 또는 일찍 죽은 아기의 영혼들이 천국에 올라가기를 기다리면서 대기하고 있는 곳이라고 ...
    Date2016.11.26
    Read More
  14. [Dr. 김효성의 건강 GPS} 폐에 폐 끼치지 마세요

    차갑고 건조한 날씨의 계절이 한걸음 다가왔습니다. 어느 때보다 폐기능이 저하되는 겨울철 날씨에 폐를 위협하는 상황들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습관이 필요한데 이는 한 번 손상된 폐는 쉽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니다. <위험1> 낮아진 습도 낮아진 대기 습도...
    Date2016.11.26
    Read More
  15.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14

    "태훈아, 그렇게 먹다가 얹혀서 무슨 일 나겠다. 제발 천천 히 먹어라." 밥그릇을 다 비우고 물을 부어서 설거지 한 국물까지 다 마신 후에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 "엄니, 감사합니다." 밥을 한 끼 건네주면서도 어머니는 내심 혹시라도 형이 돌아오면 어쩌나...
    Date2016.12.04
    Read More
  16.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15

    그러다가 함께 일하던 공장 동료를 통해 아내가 강원도 어디론가 갔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니, 아이조차 버려두고 그렇게 떠나버렸다는 것이 말이 되나.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 어떻게 해서라도 성민이 엄마를 찾아서 직접 이야기를 듣...
    Date2016.12.10
    Read More
  17.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16

    아내는 천성적으로 참 좋은 사람이었지만 두 사람이 근근이 어렵게 사는 환경은 우리 결혼 생활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내의 잘못은 없었다. 다만 나의 부족함과 주변 환경들이 우리를 서로 의지하며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Date2016.12.18
    Read More
  18.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17

    나는 둘째 부인과의 결혼도 실패로 돌아가면서 마음 가운데 미국에 모든 것을 걸어보기로 했다. 한국에서의 결혼 실패 그리고 삼청교육대의 악몽 등으로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인생이지만 새로운 땅, 기회의 나라인 미국에서 과거의 모든 것을 완전히 잊어...
    Date2016.12.25
    Read More
  19. [Dr. 김효성의 건강 GPS} 허리, 아는 만큼 강해 질 수 있습니다

    허리는 인간의 중심축이 되는 척추가 관통하는 부위입니다. 따라서 허리의 중요도는 남녀 모두에게 동일합니다. 사람들이 허리 운동에 매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허리의 가동범위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무...
    Date2016.12.25
    Read More
  20. [김태훈 목사] 사막은 은혜의 땅 18

    나는 교회생활이 그렇게 기쁘고 재미있는 것인 줄 이전에는 알지 못했다. 말씀이 꿀송이처럼 달고 오묘하게 받아들여지며내 영혼을 쪼개고 다스리기 시작했다. 나는 마치 교회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미국에 온 사람 같았다. 몇 주 동안 그렇게 열심히 교회에 ...
    Date2017.01.0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