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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동네 중심부에 수년 동안 거의 방치된 상태로 버려진 건물이 있었는데 나는 이 건물을 잘 수리해서 아내 가게도 이곳으로 이전시키고 나머지는 렌트를 주면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거의 헐값에 건물을 구입하고 목수 몇 명을 고용해서 한 달 정도 수리를 해서 아내의 가게를 그 건물로 입주시켰다. 그러자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 몇 년 동안 방치된 건물이라 주변에 오가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는데 수리를 하고 손톱 손질 가게가 들어서자 건물을 찾는 사람들이 매일 늘어났다. 또한 상가 건물의 빈 공간을 임대해달라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해서 짧은 시간 안에 건물의 빈 공간을 모두 임대했다. 아내의 사업장은 이곳에서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성업을 이루었다. 동전 세탁소(Coin Laundry)를 운영할 때도 하나님께서 사업장에 큰 복을 부어 주셨다. 이 세탁소도 당초 시작할 때는 여 러 사람들이 가능성이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던 장소였다. 그리고 지역적으로 무척 험한 동네였기 때문에 한인들이 쉽게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이상하리만큼 나는 이 곳에서 동전 세탁소를 시작하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아내가 손톱 미용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쌓은 신용으로 세탁소를 매입했다. 그리고 새로 세탁기 130대를 추가로 설치하고 세탁소 분위기를 완전히 새롭게 개조했다. 호주머니에 땡전 한푼 없는 상황에서 신용을 가지고 모든 일을 벌여놓았으니, 사실 세탁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우리는 순식간에 빚더미에 올라앉아 파산선고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었다. 내부수리를 다 마치고 세탁소 그랜드 오프닝 사인을 내걸었 다. 첫날은 손님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문득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이 정도밖에 사람이 오지 않는다면 좀 심각한데. 이 일을 어쩌지.'

나는 아무에게도 내 생각을 말하지 않고 그저 혼자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3-4일 정도는 계속 세탁소가 파리 날리듯 한산했다. 그런데 5일째 되던 주말부터 세탁소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며칠 사이에 깨끗한 동전 세탁소가 새로 오픈했다는 소식이 입을 통해 소문이 나면서 주말에는 아침부터 130대나 되는 세탁기가 잠시도 쉴 틈 없이 밤늦은 시간까지 풀가동되었다. 월 매상은 예상했던 것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우리는 그 비즈니스를 1년여 동안 운영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시세보다 많이 싼 가격에 매도했다. 그래도 우리는 시작할 때 들였던 투자 비용의 2배를 남겼다. 운영하는 사업체, 구입하는 부동산마다 한 번도 손해를 본 적이 없었다. 이것은 하나님의 일방적인 물질의 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부동산을 몇 번씩 사고파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다른 사람들이 쉽게 보지 못하는 안목을 허락해주셨고 그로 인해 우리는 이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물질적인 부를 누리게 되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목사의 직분을 받게 되었을 때 참으로 심각한 문제들이 야기된다. 어느 신문 통계를 보면 한국에 개신교 목회자가 줄잡아 7만여 명, 미국 내에 1만 5천여 명의 한국인 목회자가 안수를 받은 목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한국 내에 무당, 점쟁이가 1 백만 명이라는 숫자적인 통계에 비하면 개신교 목사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는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준비된 사람들이 목사가 되었느냐에 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도 목사 흉내는 낼 수 있다. 그런데 결국 시간이 흐르고 나면 구멍난 부분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목사를 무당에 비유하는 것은 사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비유이다. 사도행전에는 바울을 쫓아다니며 성령으로부터 받은 바울의 능력을 돈 주고 사려고 했다가 아주 심하게 야단을 맞았고 그 후에 정통 신앙을 떠나 모든 기독교 신앙 이단의 아버지가 된 마술사 시몬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마술사 시몬과 같은 그런 목회자들은 과연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난 후 목사라는 직책을 사회적 지위와 명예로만 생각했다. 오히려 영혼 구원에 대한 열정은 신학공부를 하지 않고 안수를 받기 전이었던 평신도 시절이 더욱 뜨거웠다. 목사가 된 후에 나는 세상이 달라 보였다. 이제는 그 누구도 목사가 된 나를 감히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가치관의 변화였다. 오랜 세월 동안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 천대와 멸시를 당하면서 내 마음 속에는 목사 안수만 받으면 그런 모든 억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감이 충만해 있었다. 그러니 나는 온전한 목사가 될 수 없었다. 이것이 나에게는 슬픈 일이었다.

나는 철저히 인간적인 목사였다. 목사가 되어서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기까지 충성해야 하는데, 나는 나의 의와 명예를 위해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차라리 평신도로 있을 때는 성령 충만한 가운데 그 기쁨과 감격에 넘쳐 노방 전도를 하고, 직장 안에서 동료에게 뺨을 맞으면서까지 전도를 했다. 그런데 목사가 된 후로는 노방 전도 같은 것은 평신도들이 해야지, 신학교 교육까지 받은 목사인 내가 직접 나서야 되겠냐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목사 안수를 받고 난 후 확실히 달라진 것은 짧은 목에 더욱 힘만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누가 뭐라고 한 마디 하면 "내가 목사인데 목사 앞에서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라고 호통을 치기 일쑤였다. 특히 아내에게 더욱 심하게 그랬다. 기도 를 많이 하는 아내는 내가 영적으로 극히 메말라 있는 것을 감지하고 "기도를 더 하고 겸손하게 무릎을 꿇으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나는 일언지하에 아내의 말을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

"네가 기도하면 얼마나 하겠냐. 나는 목사다. 목사 앞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당신이 교만해서 그런 것이다. 여자는 그저 집 안에서 잠잠하는 것이 남편의 사역을 돕는 최선의 길이다."

그 당시 내게 있어서는 목사라는 직책이 최고의 감투였다. 교단 정치판에 이리 저리 개입하느라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 고 있었지만, 그래도 안수를 받았는데 교회 개척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플러싱 지역에서 교회를 시작했다. 목회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다른 교회에서 협력사역을 하든 지 아니면 부목사로 사역 경험을 쌓는 것이 바람직한 단계였다. 그러나 나는 누구 밑에서 사역을 돕는다는 것이 왠지 자존심에 허락되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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