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2차 투산 대회 최종일 3라운드 경기가 열린 아리조나주 마라나의 더갤러리 골프클럽(파71) 18번홀.
그린 밖에서 친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의 버디 퍼팅이 약 7.5m를 굴러 홀 속으로 사라졌다.
순간 그는 양팔을 번쩍 치켜올리며 포효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온 "만세"라는 외침은 수많은 갤러리 속에서도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우렁찼다.
'천재 소년'으로 불렸던 대니 리가 약 13년간 활약했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떠나 올해 LIV 골프로 이적해 단 두 번째 대회 만에 꿈에 그리던 챔피언 자리에 다시 올라선 순간이다.
특히 무대는 바뀌었지만 2015년 PGA 투어 그린브라이어 클래식 이후 7년8개월 만에 맛보는 우승은 어느 때보다 감격스럽고 짜릿했다.
대니 리는 아리조나에서의 이날 경기 합계 9언더파 204타로 루이 우스트히즌(남아프리카공화국), 카를로스 오르티스(멕시코), 브렌던 스틸(미국)과 연장전에 돌입했고, 3차 연장전에서 짜릿한 '그린 밖 버디'로 개인전 우승상금 400만달러(한화 약 52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동시에 케빈 나(미국), 김시환, 스콧 빈센트 등 '팀 아시아' 성격을 띤 '아이언 헤드' 팀에 속한 대니 리는 팀 합산 스코어로 순위를 가리는 단체전에서 3위에 올라 12만5000달러를 추가로 받으며 단 사흘 경기로 벌어들인 돈은 한화 54억원에 이른다.
대니 리는 10년 넘게 PGA 투어에서 303개 대회를 뛰며 약 1536만달러(200억원)를 벌었는데 LIV 골프로 옮긴 뒤 단숨에 통산 상금의 4분의 1이 넘는 돈을 손에 쥐었다.
대니 리는 "정말 오랜만에 한 우승인 것 같다. 아직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성적으로 증명해 기쁘다"며 "한 팀이 돼 응원해준 주장 케빈 나와 빈센트, 김시환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단체전에서도 3위를 차지해 행복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한국 이름이 '이진명'인 대니 리는 초등학생 때 주니어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을 정도로 천재성은 일찌감치 발현됐고, 대니 리의 가족은 그의 골프를 위해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대니 리가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08년이다.
당시 세계 아마추어 골프랭킹 1위였던 대니 리는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18세1개월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던 타이거 우즈를 뛰어넘어 '최연소 챔피언'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2009년에는 유럽프로골프투어(현 DP월드투어)의 역사도 새로 썼다.
조니워커 클래식에 출전한 대니 리는 만 18세213일의 나이로 우승하면서 데일 헤이스(남아공)가 1971년 스페인오픈 우승으로 세웠던 종전 최연소 기록(18세290일)을 앞당겼다.
당연히 대니 리가 프로 전향을 할 때도 세계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ESPN, USA 투데이 등이 취재 경쟁에 돌입했고 용품사인 캘러웨이뿐만 아니라 마스터카드, 롤렉스, 코오롱 엘로드와 후원 계약을 맺으며 PGA 투어 톱스타에 맞먹는 금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ESPN은 '게리 플레이어의 전설은 가고, 젊은 스타가 탄생했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그의 몸값은 최소 3000만달러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PGA 투어의 벽은 높았다.
2015년 그린브라이어 클래식 정상에 올랐지만 대부분 시즌 때 우승 경쟁이 아닌 PGA 투어 생존 경쟁을 펼쳐야 했고, 2022~2023시즌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까지 끝내 두 번째 우승은 찾아오지 않았다.
대니 리가 LIV 골프로 주 무대를 옮기는 데 '아이언 헤드' 팀 주장이자 재미동포 케빈 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케빈 나는 대니 리의 우승이 확정되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케빈 나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올해 새롭게 합류한 대니 리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자랑스럽다"며 "팀 동료인 빈센트와 김시환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남은 시즌에도 하나로 똘똘 뭉쳐 매 대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