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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새벽이면 동네 뒷산(South Mountain)을 오릅니다. 

해가 뜨기 전 시작하여 거의 숨이 넘어갈 만큼 경사가 급한 곳을 올라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르면 해가 뜹니다. 

사막에서 해가 떠오르는 광경은 신비로우리만치 찬란합니다. 

아리조나의 삶에 매력을 더하는 순간이지요. 

아침 해를 온 가슴에 품고 산을 내려오면 한 시간 반쯤 지나갑니다.

지난 여름 비가 많이 오던 장마철 어느 월요일에, 바로 전날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새벽 산을 오르는 길마다 흙이 쓸려 내려가 곳곳에 온통 크고 작은 바위들의 골격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나무가 없는 사막의 산은 작은 기상의 변화에도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일 없이 정직하게(?) 드러냅니다. 

제가 사막의 산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지요. 

어떤 분들은 나무도 없고 울창하지도 않다고 멀리하지만, 저는 사막의 산이 정직해서 더 끌리고 좋습니다.

요즘은 겨울이어서 볼 수 없는데, 여름에는 새벽 산을 오를 때마다 산길에 이상한 벌레들이 어디론가 열심히 기어갑니다. 

어릴 때 '돈벌레'라고 불렀던 벌레와 비슷한데, 다리가 수없이 많은 벌레입니다. 

한국에서 보았던 그 벌레와 꼭 같지는 않지만, 저는 미국 돈벌레는 저렇게 생겼나보다 생각하며 그 벌레들의 부지런함에 감탄합니다. 

이른 새벽부터 무슨 일을 저렇게 하는지, 밟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발을 내딛습니다.

그 돈벌레를 보며 (아마 실제로는 돈벌레가 아닌데 저 혼자 그저 돈벌레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매번 깨닫는 것이, '돈은 저렇게 오는구나'라는 것입니다. 

다리가 너무 많기 때문에 움직임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천천히 그 많은 다리들을 순서대로 움직이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그 벌레가 '돈은 원래 이렇게 버는 거야'라고 가르치는 것만 같습니다. 

움직임이 눈에 확 띄는 돈은 카지노 같은 데 있죠. 

투기하고 남 속이는 부정한 돈들입니다. 

그러나 참된 돈은 그렇지 않습니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삶에 참된 재물이 쌓입니다. 

그래서 그 벌레를 '돈벌레'라 이름 지었나 보다 생각하며, 또 그렇게 이름 지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뿌듯한 마음으로 산을 내려옵니다.

요즘 한국 뉴스를 보면 이명박 전임 대통령에 관한 기사가 많이 나옵니다. 

주로 돈과 관련된 기사들입니다. 

옳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받았고, 옳지 못한 일에 돈을 썼다고 합니다. 

돈을 축적하는 방법이 대통령이라는 공직자로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방법이었고, '저 분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보통 서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느꼈던 대통령이었나?'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부자 되게 해주겠다고 하며 대통령에 당선되고는 자기 혼자만 부자가 됐다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 평에 7천원 주고 산 땅을 몇 년 후 30만원 대에 올려 팔아 수 백억의 이득을 챙겼다는 오늘 뉴스를 들으면서는, '저 분이 장로님이신데, 천국에는 들어갈 수 있을까?' 자조 섞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렇게 많은 돈이 왜 필요했을까? 

불필요한 돈 쌓아놓고 있는 부자들은 천국에 들어가기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했는데, '저 분은 못 들어갈 것이다' 나름 결론을 내버렸습니다. 

틀린 결론이기를 바라면서요. 

이웃 몇몇 목사님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독서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달 책 『회심』(Jim Wallis의 책)의 한 부분에 "부유한 나라들의 영적인 위기는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적 위기와 직접적으로 상호 반응한다. 부유한 자들은 영적으로 굶주려 있고 가난한 자들은 빵에 굶주려 있다. … 맘몬은 몸을 기쁘게 할 안락과 즐거움을 제공하지만 그 대가로 영혼을 요구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물질의 부는 영혼의 굶주림을 낳고 결국 맘몬이라는 21세기 우상에게 무릎 꿇고 만다는 얘깁니다.

새벽 산길에서 만나는 성실한 '돈벌레'가 현실의 저급한 돈벌레들에게 '그러다 천국 못 들어간다' 충고하는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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