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조회 수 13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chan.jpg



『인생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뉴욕에서 1500여 명의 청중에게 강연한 후, 수백 명의 독자들이 로스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로스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기다리던 사람 모두에게 사인을 해 줄 수 없었습니다. 적당한 시간에 사인을 중단하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허둥지둥 공항 청사 안으로 들어갔는데 다행히 비행기 출발 시간이 15분 늦춰졌습니다. 

로스는 강연 내내 화장실에 가고 싶었던 것을 꾹꾹 참았는데, 잠깐 남는 시간에 화장실을 갈 수 있었습니다.

변기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가 밖에서 말을 걸었습니다. 

"로스 박사님, 괜찮으시다면 …."

'무슨 일이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벌써 로스가 쓴 책 한 권과 펜이 화장실 문 아래 틈으로 들어왔습니다. 

로스는 좀 짜증이 났습니다. 

그래서, "아니요, 괜찮지 않습니다" 하며 일단 책은 받아 들었습니다.

변기에 앉아서 곧바로 사인을 해서 다시 문 아래로 건네줄 수 있었는데, 도대체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습니다. 밖에 나와 보니 뜻밖에도 수녀 한 분이 서 있었습니다. 

로스는 퉁명스런 말투로 "당신을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하면서 사인을 해 주었습니다. '어떻게 화장실에서 제대로 볼 일도 못 보게 방해할 수 있죠!' 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았습니다. 

그러자 수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너무나 감사해요. 이건 하나님의 은총이에요."

로스는 모든 게 싫었습니다. 그것도 화장실에서 말입니다. 

수녀는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책 그대로 이렇습니다.

"제 동료 수녀가 지금 병상에서 죽어가고 있어요. 그녀는 박사님의 강연 날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너무나도 오고 싶어 했지만 몸이 아파서 올 수가 없었어요. 저는 그녀를 위해 무엇인가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박사님의 강연을 대신 듣고, 녹음을 하고, 또 박사님이 친필로 사인하신 책을 선물하려고 했어요. 그것이 친구에게 얼마나 소중한 기념이 될지 알기 때문에 한 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렸어요. 그런데 제 앞으로 몇 사람 남지 않았을 때, 박사님은 떠나셔야만 했어요. 박사님의 사인을 받기 위해 제 힘이 닿는 한도 내에서 온갖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안타깝게 기회를 놓치고 말았어요. 박사님이 이 화장실로 들어오시는 걸 본 순간, 제가 왜 이 상황을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했는지 이제 이해하시겠어요?"

그녀는 엘리자베스 로스가 어디로 갈지, 비행기로 갈지 자동차로 갈지, 비행기로 간다면 어느 공항으로 갈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로스와 화장실에서 마주쳤을 때 정말 그녀는 너무도 놀랐을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로스는 책에서, 이 경험을 통해 세상에 우연이란 없으며 모든 것은 하나님의 치밀하신 계획과 섭리 가운데 일어난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독서하면서 적어놓는 메모 카드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알람시계가 우리를 깨운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를 깨우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우리는 보통 알람을 맞추고 우리 스스로 일어나는 시간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몇 시에 일어나서 어디에 가고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며 내 걸음을 내가 계획하고 결정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알람시계 뒤에 더 큰 분의 시계가 있습니다. 

내 삶의 이정표 뒤에 더 큰 이정표, 더 큰 그림이 있습니다. 

알람시계를 맞추는 것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그 배후에, 나의 계획 나의 지식 나의 걸음 나의 알람, 그 배후에 훨씬 더 큰 그림, 훨씬 더 큰 손길, 훨씬 더 큰 섭리가 있다는 사실을. 

지난주간 판문점에서 이루어진 남북 정상 회담 영상들을 보고 또 보고 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지루하지 않고 흥분과 감격이 여전합니다. 

목사로서 가장 뭉클했던 장면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보내고 난 후 잠시 하늘을 물끄러미 응시했던 장면입니다. 

'아, 저 분이 하늘의 섭리를 믿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감사한 마음에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1.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많은 환난

    서양 우화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물주가 만물을 지으실 때 사람, 당나귀, 개, 원숭이에게 각각 30년씩 수명을 공평하게 주었답니다. 그런데 욕심 많은 인간이 짐승의 수명을 중간에 가로챘습니다. 자기 본래 수명 30년에 당나귀, 개, 원숭이에게...
    Date2019.02.10
    Read More
  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맥도날드 가설

    며칠 후 베트남에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베트남 하노이가 회담 장소로 결정되면서 많은 언론에서 베트남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이 베트남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스마트폰이 ...
    Date2019.02.24
    Read More
  3.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명도전(明刀錢)

    지난 주간 MBC 피디 수첩을 유투브로 보았습니다. 부자 세습으로 세간에 주목을 받고 있는 서울의 명성교회를 다뤘습니다. 대부분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다시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저녁 늦게 보기 시작했는데 창문이 열려 있는 것도 잊...
    Date2018.10.21
    Read More
  4.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본회퍼

    주일 설교 시간에 시청각 자료, 칠판, 짧은 동영상 등 여러 다양한 보조 도구를 사용하며 설교합니다. 한번은 줄 몇 가닥을 준비했습니다. 모두 하나님 손에 붙들린 줄들이라고 말씀 드리고, 때때로 이 줄들은 죄로 인해 끊어져 버린다고 하며 가위로 하나를 ...
    Date2016.10.07
    Read More
  5.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부부의 정원

    현대백화점이 30~50대 기혼자 5천명(남자 2,500명, 여자 2,500명)에게 가정불화의 원인을 물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인격적으로 무시당할 때'라고 답했고, 그 다음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때' '서로의 일로 가정에 충실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 또는 ...
    Date2016.09.11
    Read More
  6.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새벽 말씀

    새벽 일찍 잠을 깨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1시 40분쯤 눈이 떠져 10시 주일 예배를 앞두고 사무실에서 잠이 오려는 듯 몽롱해지기도 했습니다. 봄에 잠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습니다. 일찍 눈이 떠지는 새벽에는 마치 어린...
    Date2018.04.13
    Read More
  7.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선물경제 (Gift Economy)

    아메리카 인디언 문화에 대한 백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책 가운데 어니스트 톰슨 시튼(Ernest Thompson Seton)이 쓴 『The Gospel of the Redman』(인디언의 복음)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작가 시튼은 백인으로서 인디언들과 함께 살면서 이 책을 썼기 때...
    Date2018.10.28
    Read More
  8.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섭리

    『인생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뉴욕에서 1500여 명의 청중에게 강연한 후, 수백 명의 독자들이 로스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로스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기다리던 사람 모두에게 사인을 해 줄 수 없었습니다. 적당...
    Date2018.05.05
    Read More
  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세 화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가 책에서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호놀룰루에 사는 린디 쿠니시마라는 일본계 3세의 가족입니다. 아들 스티븐이 태어났을 때 13살 된 큰 딸 트루디와 9살 된 둘째 딸 제니퍼를 거실에 불러...
    Date2016.10.30
    Read More
  10.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세도나 마라톤

    요즘은 잘 모르겠는데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체력장'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대학 진학을 위한 '체육 시험'이라 할 수 있지요. 여러 종목 중 제가 가장 못 했던 것은 오래 달리기였습니다. 1 킬로미터를 8분(?) 안에 들어와야 합격이었던 ...
    Date2016.02.25
    Read More
  11.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세상을 긴장시키는 사람

    목사 안수를 받고 담임 목회를 시작한 지 6년 여 되었을 시점 한 책을 만났습니다. 보통 목회를 시작하여 6년 여 되면 슬럼프가 찾아오고 교우들과의 밀월(허니문) 기간이 끝나면서 권태기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언제나 예외는 있지...
    Date2016.01.31
    Read More
  1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세월호 …

    이제 20대 중반이 된 큰 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때, 주일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오던 중 엄마의 손을 놓쳤습니다. 저는 미국에 혼자 와있었고 아내가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작은 애를 품에 안은 상태에서 잠깐 눈을 돌렸는데 그만 큰 아이가 없어진 ...
    Date2018.04.20
    Read More
  13.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세월호, 교회

    다른 주제를 선택하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하다가 결국 '세월호'로 돌아왔습니다. 세월호 얘기 하는 것 싫어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교회에서도 세월호 얘기 하시지 말라고 직접 말씀하는 분들 있습니다. 안산에서 목회하시는 한 목사님은 교인이...
    Date2019.04.21
    Read More
  14.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수레기어머니

    한국 교회 초기 신자 가운데 '개신교 여성수도자들의 어머니'라 불리는 손임순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전남 화순 출신으로 '수락기' 마을에서 시집왔다 해서 '수락기댁'이라 했는데, 사람들은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수레기댁'이라 불렀습니다. 훗날 제자들은 '...
    Date2018.04.06
    Read More
  15.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스스로를 행복하게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은 항상 자신에게 말을 하며 산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1분 당 평균 150 ∼ 200개 단어를 사용하는 반면, 자기 자신에게 말할 때는 엄청난 속도로 1 분 당 1,300개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빠른 속도...
    Date2019.06.01
    Read More
  16.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스토리 넷

    스토리 1 : 아침에 출근하던 딸아이가 갑자기 전화를 해서 물었습니다. "엄마, 나 없이도 살 수 있어?" 엄마는 딸의 말을 장난으로 받으며 대답합니다. "엄마는 우리 딸 없이도 잘 살지." 전화기 넘어로 딸아이는 말을 이어갑니다. "엄마, 난 엄마 없인 못살...
    Date2019.05.18
    Read More
  17.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신선미(新鮮美)

    이창동 감독의 <시>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할까 합니다. 오늘 컬럼 역시 지난 번에 이어 신영복 선생의 『담론』에서 주된 아이디어를 얻었음을 먼저 밝힙니다. <시>는 중학생 외손자와 같이 살고 있는 60대 중반의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입...
    Date2018.12.30
    Read More
  18.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쓰레기통 옆에서

    일본 의사 하로야마 히데요시는 그의 책 『뇌내혁명』에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합니다. 의사였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수년 동안의 연구 끝에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하면서, 건강을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첫째, 건강을 위...
    Date2018.10.13
    Read More
  1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아, 이건희

    교우들에게 "중요한 것은 반복합니다" 하면서 자주 인용하는 성경 구절 가운에 하나는 다윗 왕에 관한 것입니다. 열왕기상 1장인데, 다윗 왕의 말년에 관한 말씀입니다. 1장 1절, 표준새번역으로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다윗 왕이 나이 많아 늙으니, 이불을 ...
    Date2016.08.12
    Read More
  20.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아보가도(Avocado) 단상(斷想)

    아내가 일을 쉬는 날 같이 아침을 먹습니다. 일 주일에 한 번, 기다려지고 마주 앉으면 소중한 시간입니다. 백야드에 있는 고양이에게 아침을 주며 10분 정도 놀아준 뒤 들어와 아내를 위해 베걸을 굽습니다. 좀 늦게 방에서 나온 아내가 식탁에 앉아 아보가...
    Date2019.01.2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