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가 서부 지역의 주요 식수·전력 공급원인 콜로라도강이 말라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절약하는 주를 금전적으로 보상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22일 미국의 최대 저수지인 파월호와 미드호의 수위가 위험한 수준으로 낮아지지 않도록 콜로라도강 하류에 있는 캘리포니아, 아리조나, 네바다 등 3개 주와 물을 절약하는 계획에 합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합의에 따르면 이들 3개 주는 향후 3년간 300만 에이커풋 물을 아끼기로 했다.
에이커풋(acre foot)은 관개 수량의 단위로 1 에이커풋은 1 에이커(약 4천㎡)의 토지를 1ft(약 30cm)의 물로 덮는 데 필요한 양이다.
이는 3개 주가 콜로라도강에서 사용하는 물의 13%에 해당한다.
대신 연방정부는 3개주가 절약하는 300만 에이커풋 가운데 230만 에이커풋에 대해 보상하기로 했으며 그 금액은 최소 10억 달러에서 12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WP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상 재원으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자원 보존 예산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콜로라도강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리스와 아리조나 피닉스 등 서부 주요 도시 주민들이 의존하는 식수원이다.
강에 설치된 수력발전소는 수백만 가구에 저렴한 전기를 공급해왔다.
그러나 지난 20여년 계속된 가뭄과 기후 온난화로 수량이 줄었고, 작년 초에는 파월호와 미드호의 수위가 너무 낮아져 수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후 연방정부는 콜로라도강 유역의 주들이 물을 절약하지 않으면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고 지금까지 거의 1년간 협상을 이어왔다.
만약 이번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연방정부는 주정부에 물 사용 강제 감축에 나서 각종 법적 다툼이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주요 쟁점은 가장 물을 많이 쓰는 캘리포니아와 아리조나주 중 누가 물을 줄이냐는 것으로, 아리조나 대도시의 식수 공급을 우선하느냐, 캘리포니아의 농업에 필요한 관개수를 우선하느냐 등이 논란이 됐다.
데브라 할런드 내무부 장관은 "7개 주의 4천만명과 30개 부족국가가 식수와 전기 등 기본 서비스를 콜로라도강 유역에 의존한다"며 "오늘 발표는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 변화와 지속적인 가뭄에 맞서 서부 지역사회와 협력해 해결책을 찾으려는 약속을 이행한다는 증거"라며 합의를 반겼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합의를 두고 "중요한 진전"이라며 기후변화 대응과 인프라 개선 등을 위한 대규모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합의를 통해 일시적으로 일부 주가 물 사용을 줄인다고 해도 콜로라도강 고갈 문제는 앞으로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콜로라도강 자원 관리원은 “우리는 과거보다 미래가 더 건조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직면할 더 큰 물 부족 문제에 대해 우려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되는 가뭄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콜로라도강 유역 저수지는 사상 최저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콜로라도강을 따라 흐르는 물은 1900년대 이후 약 20%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콜로라도강 유역 미드호와 파월호의 수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수력발전소 가동이 중단 위기설이 나오며 전력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2021년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미드호의 물 부족 사태를 공식 선언했다.
강수량이 많은 겨울철에는 가뭄 우려가 한시적으로 완화되지만 물 접근성 관련 문제는 향후 미 서부 지역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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