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밤 11시 플로리다 팜비치의 한 저택에서 80세 노인이 흥겨운 생일 파티를 마치고 걸어나왔다.
차로 걸어가는 그에게 두 명의 남성이 다가가 서류 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소환장입니다. 21일 법원에 나오셔야 합니다.”
소환장을 받아든 사람은 뉴욕의 범죄를 소탕해 한때 ‘미국의 시장’으로 불렸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었다.
18일 언론들에 따르면 아리조나주 법무부는 이날 줄리아니에게 2020년 대선결과 조작 시도 혐의 등으로 17명의 다른 공범들과 함께 기소됐다고 공식 통보했다.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대선 결과를 조작하려 했다는 혐의다.
당시 선거에서는 조 바이든이 트럼프를 이겼다.
아리조나주 법무부는 기소 사실을 피고인이나 변호인에게 전달해야 했지만, 이 사건의 피고인 18명 중에서도 그동안 유독 줄리아니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CNN은 “아리조나 검찰은 줄리아니가 기소된 뒤 그의 뉴욕 맨해튼 아파트 등을 찾아갔지만 결국 소환장을 전달하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고 전했다.
소환장은 본인이나 동거가족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돼 있다.
줄리아니는 소환장을 받기 직전까지 요리조리 피해가며 아리조나 검찰을 조롱해왔다.
스태튼 아일랜드의 한 레스토랑에선 온라인 생방송을 진행했고, 마이애미에선 술집을 방문한 사진을 올리며 은근슬쩍 동선을 노출하기도 했다.
소환장을 받은 날엔 자신의 X에 “내일 아침까지 나를 찾아내지 못하면 아리조나 검찰은 기소를 기각해야 한다”고도 썼다.
NBC 방송은 “줄리아니가 이 글을 올리고 74분 뒤 크리스 메이즈 아리조나주 법무장관은 줄리아니의 글에 댓글을 달아 소환장이 전달됐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전했다.
아리조나의 메이즈 법무장관은 “줄리아니,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라고 썼다.
뉴욕포스트는 “줄리아니가 서류를 건네받을 때 한 여성이 울음을 터뜨리고 일부는 비명을 질렀다”면서 “그는 80세 생일 파티서 케이크와 선물만 받은 것이 아니라 정의의 심판도 받았다”고 했다.
반면 줄리아니의 파티를 주최한 공화당 고문 캐럴라인 렌은 “아리조나주 법무부가 노르망디 상륙작전처럼 (줄리아니의) 생일 파티를 습격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