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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안 가든에서 3마일 휴게소까지의 거리는 1.6 마일. 오르막 길을 열심히 걷고 또 걷고, 오르고 또 오르고.. 그렇게 부지런히 앞만 보며 걷다가 문득 뒤돌아본 계곡..  낮은 구름 사이로 부챗살처럼 퍼져나오는 황금빛의 태양, 그리고 황금 노을이 일렁이는 붉게 물든 황금빛의 계곡.. 정말 숨 막히게 아름답고 신비롭게 변해가는 대협곡.. 그리고 그 빛의 잔향은 온누리를 채우는 듯 하더니 홀홀히 사라집니다. 고단한 하루의 빛이 잦아들자 어둠은 순식간에 계곡을 메우더니 하늘과 땅을 품어 고요히 잠재웁니다. 잠깐동안의 황홀경을 뒤로하고 드디어 도착한 곳, 3 Mile Resthouse.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이곳은 림으로부터 3마일 내려온 곳에 위치해 있지요. 참고로, 국립공원에서 추천하는 일일 하이킹 코스로 적당한 곳이 바로 이쯤 됩니다. 아름다운 그랜드 캐년을 감상하며 왕복 6마일의 거리를 약 5~6시간에 걸쳐 걸으면서 즐길 수 있는 아주 적합한 거리라 할 수 있겠지요. 

기온이 뚝뚝 떨어짐은 가장 먼저 코끝에서 감지되고, 그 실체를 보여주려는 듯 녹았던 눈길은 다시 꽁꽁 얼어붙어 미끄럽기만 합니다. 한동안 배낭 속에서 잠자던 크램폰을 꺼내 등산화 위에 덧 신고 눈길을 밟으니 금속성의 칭~칭~거리는 소리가 마치 얼음의 비명소리처럼 들렸는데.. 저한텐 얼음의 비명소리로 들렸던 눈밭의 이 뽀드득 소리가 누군가에겐 어떻게 달리 들렸는지 궁금하시지요? 여기에 우리의 수호천사 어리버리 이 여사님의 표현을 잠시 옮겨볼까 합니다. 

"저멀리 불빛들이 줄지어 헛둘, 헛둘 올라가는 것도 보이고 별빛인지 헤드램프인지 줄지어 헛둘, 헛둘, 행군하듯 어둠속을 뚫고 올라가고. 목숨보다 귀한 카메라 가방을 등에 짊어진 우리의 말년 (?)오 병장님은 한발짝 한발짝 올라갈 때마다...오마나!!! 웬 신음소리를... 그래도 한발짝 한발짝 디딜 때마다 사각대는 얼음들의 속삭임이 마치 얼음요정들이 "힘내세요~ 힘내세요~" 뒤쳐진 올드팀들을 응원하듯... 크램폰의 위력을 절실히 느낀 밤 산행이었지."

'얼음요정'의 응원가는 온 산에 메아리치고 그 응원에 힘 입어 오르고 또 올라 드디어 1.5 마일 휴게소에 당도했지요. 머리에 두른 헤드램프로 눈길을 밝히며 걸어 오른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그재그로 나있는 이 switchback 구간은 정말 끝이 없을듯 이어집니다. 고즈넉히 달빛 젖은 대협곡을 내려다보며 잠시 휴식을 취할 때 등허리는 후끈하게 땀에 젖어 촉촉한데, 차갑고도 청명한 밤공기는 폐와 심장을 거쳐 온몸 구석구석 퍼지며 뜨거운 에너지로 돌고 또 돕니다. 밤의 정적과 평화를 깨뜨리는 뽀드득 눈 밟는 소리는 적막강산을 깨뜨리고 다시 메아리쳐 돌아오는데... 까마득히 보이는 산 정상에서 빛나는 작은 불빛들은 마치 하늘의 별처럼 보이는데, 가슴에 딱~ 와닿는 이 표현, "이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먼 것처럼.." 별 하나에 아름다운 이름과 말 한마디씩 불러 보던 윤동주 시인을 떠올려보며...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그리고.. 어머니, 당신은 너무 멀리 계십니다..".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시를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가슴 밑바닥부터 공감했던 가 닿을 수 없는 별들의 실체에 눈물이 나올뻔 했지요. 그때 구름 속에 숨었던 반달은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양 들낙달락하더니 마침내 구름 커튼을 열치고 나와 우리의 오르막 길을 비쳐줬지요. 

이제나 저제나 오매불망 애타게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도착한 우리의 희망봉, 터널! 드디어 그 터널을 통과해 이제 0.75마일 더 올라가면 림에 도착하리라는 희망에 신발끈 꽉 조여매고, 무릎대 다시 조이고, 뽈대 고쳐잡고 후들거리는 발걸음에 박차를 가해 봅니다. 간간히 눈발 섞인 바람은 더욱 매섭게 휘몰아치고 끝간데 없이 계속 이어지는 지그재그의 오르막 길. 마지막 구간인 1.5마일 휴게소에서 정상까지 약 1.6마일의 짧은 거리, 하지만 1130ft의 가파르게 급상승하는 고도의 변화로 숨쉬기 조차 힘든 이 길을 젓먹던 힘까지 짜내어 걸어올라 드디어 두번째 터널도 패스! 가슴이 뽀개질 듯 가쁜 숨을 몰아쉴 때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고난이 없으면 살아갈 동력을 잃는다.." 는 어느 뉘의 말이 떠올라 혼자 피식 웃어봅니다. 이쯤되면 산행은, 인생은 처절함을 지나서 처연함으로 돌입합니다. 목적지가 있고 종착지가 있음은 가 닿을 수 있는 곳이 있고, 시작의 끝을 맺는 지점에 다달았음을 알려주지요. 우리의 이 길 위에서의 여정 또한 묵묵히 뚜벅뚜벅 걸음으로 한계상황 종료! 드디어 팀원 모두 무사히 정상에서 합류.. 장장 13시간의 새해 첫산행 그랜드 캐년 대장정의 막을 내릴까 합니다. 

힘든만큼 한층 성숙해지고 온전히 자유로워진 영혼을 선사받고 돌아왔던 이번 산행.. 사고없이 잘 맞쳤고 그날의 힘든 순간을 웃으면서 추억하며 마무리 할 수 있음에 무한감사합니다. 이제 넉달이란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꿈결처럼 아득한데 몸에 각인된 느낌과 충만한 감동은 막 내린 연극 무대의 진한 여운처럼 우리 맘속에 남아 맴돕니다. 올해의 그랜드 캐년 대장정도 행복한 에필로그로 끝맺을 수 있음에 무척 기쁘고, 이 건강하고 행복한 기운이 모든 분께 전달되어 같이 나눌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전문 작가가 아님에 글 표현이 미숙하고 서툴러 혹여 마음 다치는 대목이 있었다면 관대히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향토예비군가를 개사한 우리의 산악가를 우렁차게 불러보며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어제의 산악회가 다시 뭉쳤다. 산을 향한 힘찬 고동 메아리 소리. 배낭매고 뽈대들고 산에 오른다. 우리는 막강의 AZ 산악회! 나오라 모두모두~ 산에 오르자. 우리들 가는 길엔 완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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