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문학
조회 수 6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1.jpg

 

 

아침부터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온통 바이러스 이야기뿐 다른 뉴스는 기대할 수가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쪼그만 게 전쟁보다 더 위협적이고 경제를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보이지도 않는 그 놈을 잡을 수도 없다니 인간인 내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실감할 뿐이다. 

멍하니 창밖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다행히도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마음을 조아리며 다녔던 여행이 불과 두달 전이었건만 아주 오래된 과거처럼 주마등 스치듯 지나간다.

모처럼 기분 좋게 여행 계획을 세우며 올해는 상반기 하반기 어딜 다녀올까 고심하다가 남미 쪽으로 가기로 결정한 것이 지난 1월이었다. 

들뜬 기분을 한껏 부풀리며 남미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중국으로부터 시작한 코로나가 조금씩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만사제치고 티브이 앞에 앉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상황이 바뀌고 있었다. 내 눈과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유럽에서 중국인들을 바이러스 보듯 한다는 뉴스를 접할 때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난 한국계 미국 시민이니 다행이야,라는 생각은 잠시 뿐이었다. 

내 얼굴에 국적이 표시되어 있지 않으니 자칫하면 화를 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소름까지 돋았다. 

기관지가 약한 것도 두려움을 더했다. 

조금만 날씨가 변덕스러워도 기침과 재채기를 동반하는데 그것이 코로나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라니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뭐가 그리 급한 지 일사천리로 여행비 값을 지불했다. 그러나 가슴 한 켠에 남은 미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멀리 가는데 가는 김에 2주 동안 쿠르즈도 타고 오자는 내 말에 종수아빠는 고개를 저었다. 

집을 너무 오랫동안 비워둔다는 것이 이유였다. 

두 번에 걸쳐 구경하면 어떻겠냐는 말에 아쉬웠지만 수긍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종수아빠의 선견지명 같은 것이었다.

보통 내가 계획한 여행에는 아무런 토를 달지 않고 짐을 꾸리던 종수아빠였는데 뜻밖의 반대에 사실 난 서운함과 원망의 감정이 교차했었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평지의 도시이고 한 400년을 스페인에 의해 지배를 받았던 나라인지라 유럽풍으로 오래된 건물들이 조각처럼 아름답다.

부강했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경제가 좋지않아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소상공인들의 데모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나라다. 

도착한지 3일째 되던 날 뜻하지 않게 데모를 구경할 수 있었다. 

자유시간에 도시를 걸어다니며 구경을 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플랜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었다. 

주로 남루한 옷차림에 남녀노소 할 것없이 모두 나와 구호를 외쳤다. 

데모의 행렬을 따라가는 동안 힘차게 내려치는 북소리가 내 가슴의 명치끝에 얹혀 쉽게 내려가지 않는 아픔으로 남았다. 

정부의 부정부패로 인한, 서민들을 괴롭히는 불평등이 아르헨티나에도 만연하고 있었다.

이과수폭포는 웅장하면서도 수려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빅토리아폭포, 나이아가라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푹포인 이과수폭포도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반대편인 브라질 쪽에서 바라보는 폭포의 아름다움이 더 웅장하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경외스러움과 숙연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파타고니아(Patagonia)의 빙하는 신의 태초의 작품을 보는듯 황홀했다.

그러나 그곳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을 비켜갈 수는 없었다.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내가 다가가면 손을 내저으며 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는 괜시리 무안해지고 서글퍼졌다.

그러나 그네들의 잘못이 아니라 죽음의 두려움이 그들과 나를 갈라놓는 것임을 알기에 조금은 위안 받을 수 있었다.

마주치는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가 어디서 왔나고 물었을 때, 나는 유럽 사람들이 중국인을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본다는 TV 뉴스가 떠올랐다.

"피닉스 애리조나에서 왔습니다. 오리지날은 사우스 코리아입니다."

짧고 명료한 종수아빠의 대답에 그들은 안도의 숨을 쉬듯 표정이 달라지며 한마디했다.

"중국과 가까이 있어 사우스 코리아가 피해가 큽니다."

그들 입에서 나오는 사우스 코리아가 너무 매혹적으로 들려서인지 그들이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남미 여행은 기침과 재채기가 나올까 노심초사하며 보낸 나날이었다. 

기침사탕과 에드빌은 한 시도 내 주머니를 떠나지 않았다. 콩 주어먹듯 내 입안을 들락거렸다. 

무사히 엘에이 공항을 빠져나오는 순간 나를 죄고 있던 긴장이 풀리며 온몸이 풀솜이 되어버렸다.

두 달이 지난 지금, 여전히 코로나가 저승 사자처럼 주위를 맴돈다. 코로나라는 소낙비는 언제나 멈출 것인가. 이웃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의 하루가 먼 미래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하늘 아래 살고 있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굴복할 수는 없지 않는가. 

다 잃어버렸을 때의 두려움과 공포, 뭔가를 빼앗겼을 때의 공허로움이 흙빛의 새싹을 튀우고 배고픔의 쓰린 기억들이 타인의 배고픔을 먼저 헤아리게 하는 계기가 되길. 

만지지도 볼 수도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세상의 이상한 전설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나는 그렇게 손을 모아 빌어본다. 봄은 그림처럼 왔고 꽃들은 저마다 활짝 웃는다. 창밖을 바라보며 손을 모은 내 입가에도 비로소 미소가 번진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세상도 나를 향해 환히 미소짓는다. 봄, 봄이다.

?

  1.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너의 힘 -권준희

    ‘양심’ 은 탁한 현실속에서도 ‘진실’ 이 고개를 숙이지 않게하는 능력이 있어요. 그래서 난 네게 늘 기대어 살아요.
    Date2020.08.09
    Read More
  2.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카틴 숲의 진혼무 -김률

    음악은 느린 걸음으로 다가왔다. 댄스파티가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는 곡, '오로벨라'였다. 스탈린이 '오로벨라'를 좋아하는 이유는 태생적인 것이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오로벨라를 듣고 자랐다. 그루지야 태생이었고 오로벨라는 그루지야...
    Date2020.08.01
    Read More
  3.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하지 무렵 -안현기

    내가 잠든 사이 솔잎사이로 하느작거리던 초생달이 내일로 떠나고, 별들은 남은 밤을 지키려 눈을 부릅뜨는데, 갑자기 우주를 뒤흔드는 천둥 울리니, 세상은 숨을 죽이고 새 생명을 기다린다. 주인 잃은 희뿌연 꿈들이 먼지되어 떠다니는 낡은 헛간 뒤에서 어...
    Date2020.07.27
    Read More
  4.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잣죽을 쑤며 -아이린 우

    깨끗이 씻은 현미에 염려 한줌 넣어 슬쩍 갈아 놓고 잣 호도 호박씨에 정성 한줌 빠트려서 곱게 갈아준다 갑자기 밥맛을 잃은 그대의 회복을 소원하는 마음은 최고의 조미료 소금에 섞어주고 중불 위에서 함께 저어준다 나이 세월 다 이겨내라고 비손되어 젓...
    Date2020.07.17
    Read More
  5.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너와 나 -소머즈

    너는 나에게 있어 사랑이요 기쁨이요 즐거움이요 삶의 전부이고 나는 너에게 있어 희망이요 꿈이요 믿음이요 기적을 이루는 신비의 덩어리인 것을 너를 잃어버리는 것은 세상이 없어지는 것이요 나를 잃어버리는 것은 우주가 사라지는 것이다
    Date2020.07.09
    Read More
  6.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보이지 않아 -권준희

    뜨겁게 달구어진 여름 햇살 동쪽문 열고 부릅뜬 눈으로 나아오면 들레지 아니한 밤 잠없는 새벽 이슬 친구들과 꽃잎 위서 마음껏 뒹굴다가 놀라서 숨는구나 어데로 간 겐가 무데기로 묶어 불붙인 촛불 파란문 활짝 열고 나와 그을음 붙잡고 오르는 불길에 양...
    Date2020.07.05
    Read More
  7.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Covid-19 -안현모

    도깨비 바이러스에 붙들려 테레비 앞에서 뒹굴거리다 문틈을 비집고 들어온 봄 따라서 집을 나선다. 호수 갓길에 들어서니 잔 물결이 막걸리 빛 햇살을 밀고 당기다 말고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건넨다. “곧 북쪽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으니 가을에나 ...
    Date2020.06.27
    Read More
  8.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동굴 -김률

    나무문이 삐걱거렸다. 아무리 조심한다해도 문에서 소리가 나지 않게 열 수는 없었다. 문의 낡은 상태로 봐선 백 년은 족히 버틴 것 같았다. 낡은 것은 문 뿐이 아니었다. 몸을 기대면 벽에서, 걸으면 바닥에서 소리가 났다. 돌보지 않으면 사람이나 집이나 ...
    Date2020.06.17
    Read More
  9.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모내기 하는 날 -아이린 우

    "불 때던 부지깽이도 거든다" 는 망종이 되면 농촌은 보리 베기와 모내기가 맞물려 눈코 뜰 새 없어진다 "어--- 얼럴--- 러 상사디야 서 마지기 논빼미가 반달만큼 남았네 " 주고받는 모내기 소리 한마당이 한참 신명 날 때쯤이면 커다란 함지박 가득 새참을 ...
    Date2020.06.11
    Read More
  10.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시간을 죽이는 여자 -소머즈

    오늘은 아인슈타인 머리를 하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몸뻬 바지로 깔 맞춤하고 문명의 꽃 네모 박스 텔레비전에 영혼을 가둔 채 뉴스를 꿰차고 드라마에 울고 웃으며 유튜브에 헤엄치고 트로트 노래에 장단 맞추며 2020년의 봄을 갖고 노는 여자 시간을 죽이는...
    Date2020.06.04
    Read More
  11.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찾아온 그림움 -권준희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흥얼거린 입속으로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마구 피어오른다 벌떡 일어난 그리움 흙냄새 벤 풀길 위 맨발로 뛰어 뇌속 깊히 긴 세월 숨어있는 고향살던 아이 불러 양로원 방문하듯 늙은 나를 찿아온다 둘은 풀밭에 앉아 ...
    Date2020.05.30
    Read More
  12.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고마웠다고 -김률

    나도 변했고 그도 변했다. 서로가 다른 장소에서 삶의 궤적을 이어가는 동안 우리는 중앙 한 점을 향해 조금씩 움직인 것 같다. 그는 좌측으로, 나는 우측으로. 그의 목소리에는 뚜렷한 자신의 소신이 묻어 있었고 나는 목소리 높여 내 주장을 펼치기 보다는 ...
    Date2020.05.30
    Read More
  13.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바지랑대 -아이린 우

    늘어진 빨랫줄을 키큰 바지랑대가 받치고 있고 흰 광목이 바람에 펄렁거렸다 어린 아이가 넓은 마당에 혼자 앉아 막대기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강아지는 병아리 떼를 쫓아 다니며 장난질을 치고 있었다 어디선가 아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까마...
    Date2020.05.16
    Read More
  14.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봄 -소머즈

    아침부터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온통 바이러스 이야기뿐 다른 뉴스는 기대할 수가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쪼그만 게 전쟁보다 더 위협적이고 경제를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다. 보이지도 않는 그 놈을 잡을 수도 없다니 인간인 내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
    Date2020.05.06
    Read More
  15.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출구를 찾다 -박찬희

    사방이 막혀 출구가 보이지 않은 내 몸 안의 습기에 진통제 몇 알이 출구를 찾는다 길은 어디에서든 길을 만드는 것이리라 자기를 찾는 행복이리라 어둠 짙은 고요 속에서도 별빛 아스라이 길을 만들고 통증에 아픔이 기대어 한숨으로 몸을 뉘어도 나는 나를 ...
    Date2020.04.28
    Read More
  16.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기가 막혀 앉아있나 -권준희

    그리도 쬐끄만 네가 코로나19로 사고치니 만물의 영장인 우리가 초풍을 떤다 공에다 빨간 꽃 피운 모습으로 태어나 인간 품에 둥지 틀고 쓰나미처럼 덮치니 이 덩치 큰 지구가 혼비백산 온통 곡소리구나 착한 우리 죄인인가 두려움과 공포 줄로 꼬아 묶어 집...
    Date2020.04.21
    Read More
  17.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게르니카 -김률

    결정의 갈림길에 서게 되면 나도 모르게 손을 비비는 습관은 전화벨이 울리는 순간에도 나타났다. 그러나 손을 비비는 시간은 잠시였다. 발신자가 마치 내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나는 발신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역시 아버지였다. 다소 힘이 빠진 듯한 목...
    Date2020.04.14
    Read More
  18.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어둠을 깨운다 -아이린 우

    꽃잎을 피우기 위해 땅속 깊은 곳에서 빨강 노랑 보라색 물감을 퍼올리는 소리 봄을 터트리는 새싹들의 두런거림에 밤새 잠을 설친다 봄이다.
    Date2020.04.09
    Read More
  19.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코로나 19 -소머즈

    아~ 이거 멕시코 맥주 아냐 19이 붙은 게 신제품인가 하루 종일 맥주 선전하는 줄 알았는데 온 세계가 들썩들썩 회오리바람 속에 휘말려 한없이 올라가네 목이 간질간질 참아야지 코가 근질근질 만지면 안 돼 애써 감추며 이 사람 저 사람 눈치를 본다 재채기...
    Date2020.04.04
    Read More
  20. [아리조나 한인문인협회 회원작품] 순리의 아름다움 -권준희

    꽝 문앞에 봄아가씨 넘어졌구나 입춘대길 달력보고 가방싼 겨울장군 달려온 봄 딴지걸곤 심통스리 서있구려 꽃샘 추위 눈치보며 몰래핀 성질 급한 꽃 몇 놈 꽝소리 놀라 바닥서 떨고 있고 그래도 곧 온마을 덮을 오렌지 꽃향기로 난 배불릴거요 벗꽃들 한껏 ...
    Date2020.04.0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