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조회 수 1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chan.jpg

 

 

이재철 목사님의 설교문에 나오는 한 여 성도의 간증문을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응급실에 누워 있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 순간 내가 그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이 마지막 시간에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생각하고 있었다. 3년이라는 투병 생활, 그 기도와 애원, 몸부림, 그리고 바람 ….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주님의 뜻에 순명하며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서야 나는 비로소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을 생각하기 시작한 미련한 그리스도인이요 아내였다.

나는 문득 나 자신에게 물었다. 아니, 왜 진작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왜 남편을 위해 최선의 사랑을 다하는 마음으로 살아오지 못했을까? 하나님께서 그것보다 더 분명히 내게 요구하신 명령은 없는 것 같은데, 왜, 무엇 때문에 그렇게 사랑하지 못했을까? 나는 벽에 머리를 찧고 싶었다.

그렇다. 부질없는 삶의 외적 조건들만 성취하느라고, 눈에 보이는 신앙의 겉껍질들만 가꾸느라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보여 주신 사랑의 본질들을 실천하지 못했구나. 그럼에도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다 성취했다고 자만했던 데 대한 자책감이 이별 그 자체보다 더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며 하나님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 동안 내가 추구했던 것은 실은 하나의 허상이었다.

남편을 떠나 보내는 이 순간, 나는 하나님께서 더 이상 내게 오해 받고 싶어하지 않으신다는 묘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나님까지도 수단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기복적인 신앙에만 사로잡힌 내게 하나님은 더 이상 오해 받고 싶어하시지 않는다는 공의로운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다.

참으로 두려웠다. 진실로 삶의 조건을 초월해서 순수하게 한 인간을 사랑하지 못한 것은 곧 하나님을 모독한 것이라는 강한 자책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결혼생활 14년, 나는 늘 하나님의 의를 먼저 구하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님이 되기를 원했던 남편과 신학을 하기 원했던 나 사이에, 언제나 그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인간적인 수양과 덕에서 나보다 더 뛰어난 그를 보며 위선이라 평했고, 나 자신의 인격적 결함은 원죄를 인정하는 기독교적 실존의 참모습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그러나 이 땅에서 마지막으로 무의식 속을 헤매며 누워 있는 남편의 처참한 모습 속에서 나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참 존귀한 그를 새로 만났고 접했다.

우리는 말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말할 수 없었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말했고, 그는 이해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사람이었고 남편이었으며 아빠였고 또한 하나님의 것이었다. 그것은 이미 충분한 행복의 조건이었다.

나는 하나님의 임재를 느꼈다. 우리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 속에서 우리 결혼생활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들이 엮이고 있었다. 남편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우리 아이는 멋있게 살 거야.' 내가 대답했다. '천국은 아름다울 거예요.'

평소의 대화처럼 동문서답이었지만, 우리의 중심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소망만이 넘치고 있었고, 그것은 우리가 그 동안 경험했던 그 어떤 만족보다 더 진한 행복의 맛이었다. 무대 연주 5분 전과 같이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연출가이신 하나님께 우리 세 식구를 맡긴다는 강한 용기가 나를 붙잡고 있었다. 영원 속으로 그를 떠나보내는 그 순간, 비로소 나는 평소에 꿈꾸던 참사랑의 본질을 체험하는 벅찬 감동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는 가야만 했다. 아이와 나는 아빠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하나님 곁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는 피가 나지 않는 것이 아빠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아이와 나는 하나님께 아빠를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다.

'먼저 가세요.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너무 고집스러웠지요.' 나의 이 마지막 말에 그 역시 고개를 끄덕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죽음은 참으로 평화스러웠고 비장하게 아름다웠다. 오히려 그 순간 그가 부러웠다. 나는 울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강한 성령님의 임재가 통탄하지 못하도록 조용히, 조용히 하라고 강권하셨다. 가장 아름다운 길을 가는 사람의 장도를 살아남아 있는 나 자신이 서러움으로 방해하고 싶지가 않았다.

나는 계속 나 자신에게 이야기했다. 아니 그것은 성령님의 명령이었다. '용감해라. 기쁘게 살아라. 기쁘게 고통을 감수해라. 그것만이 영원 속에 거하고 있는 그를 위해서 이 세상에서 네가 할 수 있는 너의 사랑이다.' 나는 다시 웃기 시작했다. 속으로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을 때마다 하나님을 향하여 미소 지었다. 마음속으로 울면서도 하나님을 향하여 웃었다. 그것은 내 슬픔을 승화시켜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찬양하는 나의 신앙고백이었다.

오늘도 나는 울면서 또 웃는다. 기가 막힌 이별 속에서 참사랑의 행복을 느끼게 해 주신 하나님을 향하여 나는 미소를 짓는다."


  1.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종순일 성도

    성경에 이름이 바뀐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야곱이 대표적이지요. '발뒤꿈치를 잡는다'는 의미의 폐쇄적이고 부정적인 호칭에서 '하나님의 승리를 담보한 자'라는 의미의 이스라엘로 바뀝니다. 시몬이 베드로가 되고, 요셉이 바나바로, 사울이 바울로 바뀝니...
    Date2018.05.18
    Read More
  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일루지옹 (Illusion)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떤 여자가 성형 수술을 했습니다. 마취를 한 후, 귀부터 턱 아래까지 쭉 찢어 꺼풀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비계 덩어리를 다 긁어냈습니다. 꺼풀을 다시 덮으니 남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의사가 사...
    Date2018.06.04
    Read More
  3.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참사랑

    이재철 목사님의 설교문에 나오는 한 여 성도의 간증문을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응급실에 누워 있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 순간 내가 그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이 마지막 시간에 내가 ...
    Date2018.06.08
    Read More
  4.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함께 후렌치 후라이를!!!

    초등학교 때 슬픈 추억이 떠오릅니다. 참 가난했던 시절 60년대 70년대는 다들 비슷했습니다. 쌀이 없어서 도시락을 싸갈 수 없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도시락을 싸갈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도시락을 가끔 싸 갔는데, 겨우 ...
    Date2018.06.15
    Read More
  5.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이사하셨나요?

    오랜만입니다. 몇가지 메디케어에 관한 일들을 정리해 봅니다. 1) 이사할 때의 주의 사항 만약 같은 카운티 내가 아닌 먼곳으로 이사할 경우에는 파트 C(어드밴티지 플랜, 혹은 HMO)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이사하고 2달 안에 주소 변경과 함께 새로 가입을 해...
    Date2018.06.22
    Read More
  6.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관계와 소통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이 원자폭탄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렸습니다. 원래는 히로시마가 아니라 교토에 떨어뜨리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교토에서 히로시마로 타겟이 바뀐 이유는 당시 미국의 전쟁 장관이었던 헨리 스팀슨 때문입니다. 스팀슨은 192...
    Date2018.07.08
    Read More
  7.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함께 고백을 나눌 친구

    섹스 중독증으로 오래 고민하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출장을 갈 때마다 포르노를 보고 집에서도 부인 몰래 중독증에 빠져들어갔습니다. 자기 스스로의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심각한 상태로 고민하고 갈등했습니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될 수가 없지요. 그...
    Date2018.07.13
    Read More
  8.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As it is’

    홈디포나 IKEA 같은 곳에 반품된 물건들을 모아놓은 코너가 있습니다. 웬만한 상점에는 거의 모두 'As it is' 또는 줄여서 'As it'이라고 코너 이름을 붙여 놓았습니다.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 또는 '보이는 그 상태대로' ...
    Date2018.07.19
    Read More
  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희망

    저는 군생활을 경기도 포천의 보병 부대에서 했습니다. 매달 60킬로미터 이상 행군을 했고, 매년 2월 초 가장 추운 때가 되면 200 킬로미터 행군도 했습니다. 2년 반 군생활을 마치고 제대할 때 행군했던 총 거리가 거의 4천 킬로미터라고 훈련 기록 카드에 ...
    Date2018.08.03
    Read More
  10.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건강한 교회

    한 설문 조사에서 일반 시민들이 바라는 교회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교회가 이랬으면 좋겠다' 라는 보통 사람들의 교회에 대한 바램입니다. 믿음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분들, 또는 교회의 정체성에 대해 '교회가 왜 저러나?' 하며 ...
    Date2018.08.10
    Read More
  1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한국어 학교 이야기

    샬롬, 지구인들. 더위 잘들 견디고 계신가요? 저는 아리조나에서 산 지 이제 3년이 조금 넘은 지구인입니다. 예전에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살았고 지금은 특수교육교사가 되기 위해 막바지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줌마입니다. 예전에 제가 학생들을...
    Date2018.08.10
    Read More
  1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리조나 특수교육 탐방기(1)

    지구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나이 마흔살이 넘어서 뒤늦게 특수교육을 공부하기 시작하였고 이제 그 공부도 막판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일년 넘게, 석고와 같이 굳어버린 머리로 공부하며 맺은 열매는 옆구리의 살, 두꺼운 팔다리, 엉망진창 집안살림...
    Date2018.08.18
    Read More
  13.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친구 (1)

    신약성경 마가복음 2장에 중풍병에 걸린 사람과 그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중풍병은 30대 이후, 보통은 40대 중반 이후에 일어납니다. 마가복음의 중풍병자는 그래서 아마 40대 초반까지는 정상인으로 잘 살았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그런데 어떤 ...
    Date2018.08.27
    Read More
  1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리조나 특수교육 탐방기(2)

    미국에는 정말 다양한 특수교육기관들이 있더군요. 학교 과제 덕분에 여러 종류의 특수 교육 환경을 참관했습니다. 독립된 특수학교, 초등학교 안의 특수학급, 고등학교 안의 특수학급, 복지관, 치료 센타 등등을 말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우물 안의 개구...
    Date2018.08.27
    Read More
  15.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친구 (2)

    지난 주 친구(1)에 이어 계속됩니다. 중풍병에 걸린 친구를 침상에 들고 예수님이 계신 곳에 도착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단 한 걸음도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르는데 한 친구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
    Date2018.09.01
    Read More
  1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지구인의 정체성

    며칠 전 우리집에 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지구인 가족이 놀러 왔다. 일년 반 전에 미국으로 취직이 되어, 온 가족이 미국으로 오게 되었는데, 앞으로 미국에 눌러앉을 생각이란다. 아무래도 올망졸망한 아이 셋을 키우기에는 미국이 한국 보다 더 나을 것 같다...
    Date2018.09.01
    Read More
  17.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인위적 기독교(교회)

    지난 몇 주 동안 읽고 있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웬디 제하나라 트레메인(Wendy Jehanara Tremayne)이 쓴 『좋은 인생 실험실』(The Good Life Lab)이라는 책입니다. 저자는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의 말을 인용하는데 이렇습니다. "인위적인 종교...
    Date2018.09.08
    Read More
  1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완전 지구인 출몰!

    지난 겨울, 우리 집에 지구인이 왔다. 그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의료 선교를 하고 있는 남편의 후배이다. 그가 할 줄 아는 말은 한국어, 스와힐리어, 그리고 영어. 우리들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저녁 식사는 우리 교회에 있는 또다른 지구인 부부와 함...
    Date2018.09.08
    Read More
  1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가수 양희은의 노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종종 듣습니다. 양희은 씨가 직접 지은 노랫말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아 몇 번씩 반복하여 듣곤 하죠. 이런 노랫말입니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 ...
    Date2018.09.16
    Read More
  2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지구인들이여,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신가요?

    미국에 살다 보니 영어 때문에 주눅드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특히 매주 영어로 글을 써야 하는 입장에서는 영어 때문에 가슴이 턱턱 막히고 눈물이 고이는 순간도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듣고 있는 과목의 숙제 때문에 2주 동안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 특히 ...
    Date2018.09.1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