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에서 전기차 테슬라가 갑자기 방전되면서 20개월 된 아기가 차 안에 갇히는 위험천만한 사고가 발생했다.
화씨 105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갇힌 아기는 출동한 구조대가 차 유리창을 깬 뒤에야 구조됐다.
22일 아리조나 패밀리 등 지역 방송에 따르면 스카츠데일에 사는 르네 산체스는 최근 근처 동물원에 가기 위해 자신의 테슬라 모델 Y에 20개월 된 손녀를 태웠다.
산체스는 손녀를 뒷좌석 카시트에 앉힌 뒤 차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차 문이 열리지 않았다.
휴대전화와 카드 열쇠를 이용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제야 차 배터리가 방전된 것을 알았다.
테슬라는 배터리 방전 전에 운전자에게 여러 차례 경고를 보내게 돼 있지만, 산체스는 경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차 문이 열리지 않으면서 105도에 가까운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20개월 아기가 홀로 차 안에 갇히게 됐다.
테슬라는 급 방전돼도 차 안에서는 잠금장치를 풀어 문을 열 수 있지만, 카시트에 앉은 20개월 아기로서는 역부족이었다.
산체스는 구급대를 불렀고, 현장에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
구급대원들은 도착했을 때 차량을 보자마자 "테슬라네. 우린 이 차를 열 수 없어요"라고 말했고, 산체스는 "내 차를 반으로 잘라도 상관없다"며 아기를 꺼내달라 했다.
결국 구조대원들은 도끼로 차 유리창을 부숴 아기를 구조했다.
구조대원들은 유리창 파편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창문을 테이프로 감싼 뒤 아기를 구조했다고 한다.
당시 사고는 차량 시스템에 상시 전원을 공급하는 12V(볼트)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테슬라 차량은 운전자가 이와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잔여 전력이 부족할 경우 경고 메시지를 표시하도록 설정되어 있으나, 산체스의 모델 Y는 사고 이전에 그 어떠한 경고도 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CNN은 “테슬라 문을 밖에서 여는 방법은 전선·배터리 충전기와 관련된 복잡한 일련의 과정”이라며 “많은 테슬라 소유자는 물론 구조대원들조차 이를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고 뒤 산체스는 아리조나 패밀리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작동하면 훌륭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치명적”이라며 “테슬라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또한 산체스는 테슬라가 자사 직원과 고객들에게 방전된 차량의 문을 여는 방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사고 당시 테슬라에 연락해 최초 대응을 요청했을 때 담당 직원들 역시 나만큼이나 무지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테슬라 차량의 배터리 방전은 상황에 따라선 거의 물에 빠져 죽는 것이나 다름없는 사고”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 초에는 한 여성이 모델Y에 갇혔다가 잠금장치를 발견한 후 차에서 빠져나왔고, 지난해 또 다른 운전자는 역시 모델 Y에 갇혔다가 가족 도움으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정보통신(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전기차의 잠금 장치나 창문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12볼트 배터리의 전력이 끊길 때 왜 외부에서 자동차를 열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우려가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또 더버지를 포함한 여러 매체들은 테슬라가 이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이는 이 회사가 지난 2020년 업계 최초로 홍보 부서를 해산해 언론과의 소통을 끊은 것과 연관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