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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다 보니 영어 때문에 주눅드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특히 매주 영어로 글을 써야 하는 입장에서는 영어 때문에 가슴이 턱턱 막히고 눈물이 고이는 순간도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듣고 있는 과목의 숙제 때문에 2주 동안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 특히 라틴계와 아메리칸 인디언 어린이들이 많은 학교에 ESL 수업 참관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이곳의 ESL 수업을 참관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고요? 수업에 오는 학생들이 영어를 너무 잘해서요.  의사소통 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고, 저보다 훠얼씬 영어를 잘 했습니다. 학생들 중에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이제껏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이 왜 귀중한 수업 시간에 이렇게 따로 ESL 교실에 와서 수업을 받는 것일까요?      

이 궁금증은 ESL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곧 풀렸습니다. 학생들의 독해력과 글쓰기 실력이 학년 수준에 못 미치기에 몇 년에 걸쳐 이렇게 ESL 수업을 받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 영어교육 유투브 동영상에서 한 강사가 "요즘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말을 잘한다는 것을 넘어서서 영어로 업무를 볼 있다는 겁니다"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학생들에게도 이것이 적용되나 봅니다. 영어를 한다, 못한다의 기준은 이제 영어로 학업을 잘 따라가며 글로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는가 로 되어 있었습니다.  

오, 맙소사! 도대체 영어를 얼마나 더 공부해야 한단 말인가? 하는 탄식이 참관 내내 터져 나왔습니다.

다행히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며 알게 된 사실은 영어를 능숙하게 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말하길 아이들이 낯선 나라에 와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가지는데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고, 생활속에서 의사소통이 되는데 2년의 시간이 걸리며 학문적으로 해당 영어를 구사하는데 9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답니다. 잠시 '영어 6주 완성' 또는 '40일만에 입이 뚫리다' 등의 광고에 혹 했었는데, 다 근거 없는 말이었습니다. 

또한 두 개의 언어를 동시에 교육하는 이중언어 교육(dual bilingual education)이 진정한 효과를 보려면 최소 9년 이상의 지속 기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9년 이상 이중언어 교육을 실시하면 두가지 언어를 높은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개인에 따라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데도 좀처럼 영어 실력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답니다. 그러한 경우에는 모국어 습득에 좀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합니다. 모국어를 통해 습득한 개념들이 외국어로 전환될 수 있으므로 모국어를 탄탄히 하는 것이 외국어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이론이지요.

한국에서 교단에 있을 때 한국인 선생님과 원어민 선생님이 팀이 되어 가르치는  이중언어 학급을 맡아 가르쳤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2년간 이중언어 교육을 받았었는데, 이론적으로 볼 때 2년은 정말 부족한 시간이었구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모국어 습득과 외국어 습득은 상당히 다른 과정인데 그동안 영어조기교육이나 이중언어 교육의 근거로 제시한 이론들이 대부분 모국어 습득에 관련된 것이었다는 황당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국어는 뇌 또는 언어장애가 있지 않는 한 저절로 습득이 되지만 외국어는 그렇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영어 또는 외국어를 잘 습득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외국어를 학습한다고 하지 않고 습득한다고 하는 것은 언어란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낚는 것처럼 '습득'된다고 보기 때문에 입니다. 수학이나 과학처럼 차곡차곡 공부해서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득도하는 것처럼 '아하!' 하는 순간이 와야 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제가 공부한 바로는 우선 모국어로 읽고 쓰기를 잘 해야 합니다. 모국어로 습득된 개념이나 단어들은 외국어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는 외국어로 의미 있는 내용을 공부해야 합니다. 단순히 외국어를 위한 외국어 공부가 아니라 영어나 외국어를 매개로 무엇인가 의미 있는 내용을 공부하거나 습득해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 아리조나, 캘리포니아, 그리고 보스턴에서는 ESL 수업의 방향을 영어로 수학, 과학, 사회 등을 잘 배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쪽으로 전환하였습니다.  

맥락 없이 문법만 독립적으로 공부하는 것은 언어 습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독서를 통해 고기를 낚듯이 문법을 습득하는 것이 더 오래 남는다고 합니다. 단어 공부도 마찬가지고요.  

이러한 내용을 공부하면서 대학생때 제가 했던 영어 공부 방법이 바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방식은 단어를 딸딸 외우고, 빠른 속도로 단문, 장문 독해를 하고, 엄청난 양의 문제를 푸는 것 같습니다. 

한가지 변화라면 매체의 발달로 영어를 귀로 들을 기회가 예전보다 많아졌다는 것이죠.  

뭔가 교육방식에 변화가 필요한데 그것이 무엇일지 대안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무튼,  능숙하게 영어를 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사실이 좀 위안이 됩니다. 왕도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국어 교육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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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ny Kim 2018.09.17 09:43
    저도 “아하!”하며 위로도 받고 고민도 합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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