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조회 수 1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chan.jpg

 

 

아메리카 인디언 문화에 대한 백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책 가운데 어니스트 톰슨 시튼(Ernest Thompson Seton)이 쓴 『The Gospel of the Redman』(인디언의 복음)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작가 시튼은 백인으로서 인디언들과 함께 살면서 이 책을 썼기 때문에 백인 문화와 인디언 문화를 보다 설득력 있게 분석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1장 첫 문단에서 시튼은 이렇게 말합니다. 

"백인의 문화와 문명은 본질상 물질적인 것이다. 백인의 성공 기준은 '나를 위해 재산을 얼마나 모았느냐?'이다. 인디언의 문화는 근본부터가 영적이다. 인디언의 성공 기준은 '내 동족에게 얼마나 봉사를 베풀었는가?'이다."

양쪽 문화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예화를 통해 시튼은 두 문화 차이를 잘 설명합니다. 

"양파 파는 노인"이라는 짧은 이야기입니다.

멕시코시티의 대형 시장 그늘진 한 구석에 '포타라모'라는 인디언 노인이 있었습니다. 

노인 앞에는 양파 스무 줄이 걸려 있었습니다. 

시카고에서 온 한 미국인이 다가와 포타라모에게 묻습니다. 

"양파 한 줄에 얼맙니까?"

"10센트라오."

포타라모는 대답합니다.

"두 줄에는 얼맙니까?"

"20센트라오." 

"세 줄에는요?"

"30센트라오."

그러자 미국인이 말했습니다. 

"별로 깎아 주시는 게 없군요. 25센트는 어떻습니까?"

"안되오."

인디언이 말했습니다. 

"스무 줄을 다 사면 얼맙니까?"

미국인이 물었습니다. 

"스무 줄을 전부 팔 수 없소."

인디언이 대답했습니다. 

"왜 못 파신다는 겁니까? 양파 팔러 나오신 것 아닙니까?"

미국인이 물었습니다. 

그러자 인디언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니오. 나는 지금 인생을 살러 여기 나와 있는 거요. 나는 이 시장을 사랑한다오. 북적대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서라피(멕시코 남자가 어깨에 걸치는 모포)를 사랑한다오. 햇빛을 사랑하고 흔들리는 종려나무를 사랑한다오. 페드로와 루이스가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 자기 아이들이며 농작물 얘기를 하는 것을 사랑한다오. 친구들 보는 것을 사랑한다오. 그것이 내 삶이오. 바로 그걸 위해 하루 종일 여기 앉아 양파 스무 줄을 파는 거요. 한 사람한테 몽땅 팔면 내 하루는 그걸로 끝이오. 사랑하는 내 삶을 잃어버리는 것이오. 그렇게는 할 수 없다오."

인디언의 삶의 방식은 그야말로 돈벌이보다 더불어 사는 것, 의미를 깨닫는 것, 그리고 그 의미를 공유하는 것, 그런 삶의 방식입니다. 

백인의 삶은 본질상 물질적이고, 성공 기준 역시 '나를 위해 재산을 얼마나 모았느냐?'입니다. 

백인들의 삶과 문화를 추종하는 우리 역시 거의 다를 바 없지요.

최근 읽기를 다 마친 웬디 제하나라 트레메인(Wendy Jehanara Tremayne)의 『좋은 인생 실험실』(The Good Life Lab)에서 저자는 '선물경제'(Gift Economy)라는 용어를 소개합니다. 

루이스 하이드(Lewis Hyde) 교수의 책 『The Gift : Imagination and the Erotic Life of Property』에서 개념을 빌려온 말입니다. 

즉 콩 농사 짓는 사람은 남는 콩을 집 앞에 놓아두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도록 하고, 용접 기술이 있는 사람은 난로를 몇 개 더 만들어 역시 또 필요한 사람에게 선물이라고 내놓고, 털실로 옷 같은 것을 더 만들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고 …. 

선물(Gift)을 서로 주고 받는 것이죠. 

물물교환은 아니고 정말 선물하면서 서로의 필요를 채웁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미국 북서부 컬럼비아 강 유역에 사는 원주민 치누크(Chinook)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치누크는 "식사를 제공한다"는 뜻의 포틀래치(Potlatch)라는 말을 사용하며 물건을 서로 주고받는 선물(Gift) 체계 위에 그들의 사회를 세워놓았습니다.

교우들에게 선물경제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더니 좋다고, 우리도 하자고 그럽니다.

코스코에서 양파를 사면 너무 많아 버릴 때가 많은데 먹을 만큼만 두고 교회로 가져오겠다고, 비타민 사면 끝까지 다 먹지 못하고 유효기간 지나 버리는데 덜어서 교회에 갖다 놓겠다고, 백야드에 키우는 엇갈이 배추 갖다 놓겠다고 … . 

우리만의 선물경제, 참 좋습니다. (이럴 때 '얼씨구!!' 하죠)             


  1.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많은 환난

    서양 우화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물주가 만물을 지으실 때 사람, 당나귀, 개, 원숭이에게 각각 30년씩 수명을 공평하게 주었답니다. 그런데 욕심 많은 인간이 짐승의 수명을 중간에 가로챘습니다. 자기 본래 수명 30년에 당나귀, 개, 원숭이에게...
    Date2019.02.10
    Read More
  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맥도날드 가설

    며칠 후 베트남에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베트남 하노이가 회담 장소로 결정되면서 많은 언론에서 베트남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이 베트남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스마트폰이 ...
    Date2019.02.24
    Read More
  3.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명도전(明刀錢)

    지난 주간 MBC 피디 수첩을 유투브로 보았습니다. 부자 세습으로 세간에 주목을 받고 있는 서울의 명성교회를 다뤘습니다. 대부분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다시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저녁 늦게 보기 시작했는데 창문이 열려 있는 것도 잊...
    Date2018.10.21
    Read More
  4.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본회퍼

    주일 설교 시간에 시청각 자료, 칠판, 짧은 동영상 등 여러 다양한 보조 도구를 사용하며 설교합니다. 한번은 줄 몇 가닥을 준비했습니다. 모두 하나님 손에 붙들린 줄들이라고 말씀 드리고, 때때로 이 줄들은 죄로 인해 끊어져 버린다고 하며 가위로 하나를 ...
    Date2016.10.07
    Read More
  5.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부부의 정원

    현대백화점이 30~50대 기혼자 5천명(남자 2,500명, 여자 2,500명)에게 가정불화의 원인을 물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인격적으로 무시당할 때'라고 답했고, 그 다음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때' '서로의 일로 가정에 충실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 또는 ...
    Date2016.09.11
    Read More
  6.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새벽 말씀

    새벽 일찍 잠을 깨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1시 40분쯤 눈이 떠져 10시 주일 예배를 앞두고 사무실에서 잠이 오려는 듯 몽롱해지기도 했습니다. 봄에 잠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습니다. 일찍 눈이 떠지는 새벽에는 마치 어린...
    Date2018.04.13
    Read More
  7.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선물경제 (Gift Economy)

    아메리카 인디언 문화에 대한 백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책 가운데 어니스트 톰슨 시튼(Ernest Thompson Seton)이 쓴 『The Gospel of the Redman』(인디언의 복음)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작가 시튼은 백인으로서 인디언들과 함께 살면서 이 책을 썼기 때...
    Date2018.10.28
    Read More
  8.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섭리

    『인생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뉴욕에서 1500여 명의 청중에게 강연한 후, 수백 명의 독자들이 로스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로스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기다리던 사람 모두에게 사인을 해 줄 수 없었습니다. 적당...
    Date2018.05.05
    Read More
  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세 화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가 책에서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호놀룰루에 사는 린디 쿠니시마라는 일본계 3세의 가족입니다. 아들 스티븐이 태어났을 때 13살 된 큰 딸 트루디와 9살 된 둘째 딸 제니퍼를 거실에 불러...
    Date2016.10.30
    Read More
  10.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세도나 마라톤

    요즘은 잘 모르겠는데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체력장'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대학 진학을 위한 '체육 시험'이라 할 수 있지요. 여러 종목 중 제가 가장 못 했던 것은 오래 달리기였습니다. 1 킬로미터를 8분(?) 안에 들어와야 합격이었던 ...
    Date2016.02.25
    Read More
  11.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세상을 긴장시키는 사람

    목사 안수를 받고 담임 목회를 시작한 지 6년 여 되었을 시점 한 책을 만났습니다. 보통 목회를 시작하여 6년 여 되면 슬럼프가 찾아오고 교우들과의 밀월(허니문) 기간이 끝나면서 권태기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언제나 예외는 있지...
    Date2016.01.31
    Read More
  1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세월호 …

    이제 20대 중반이 된 큰 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때, 주일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오던 중 엄마의 손을 놓쳤습니다. 저는 미국에 혼자 와있었고 아내가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작은 애를 품에 안은 상태에서 잠깐 눈을 돌렸는데 그만 큰 아이가 없어진 ...
    Date2018.04.20
    Read More
  13.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세월호, 교회

    다른 주제를 선택하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하다가 결국 '세월호'로 돌아왔습니다. 세월호 얘기 하는 것 싫어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교회에서도 세월호 얘기 하시지 말라고 직접 말씀하는 분들 있습니다. 안산에서 목회하시는 한 목사님은 교인이...
    Date2019.04.21
    Read More
  14.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수레기어머니

    한국 교회 초기 신자 가운데 '개신교 여성수도자들의 어머니'라 불리는 손임순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전남 화순 출신으로 '수락기' 마을에서 시집왔다 해서 '수락기댁'이라 했는데, 사람들은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수레기댁'이라 불렀습니다. 훗날 제자들은 '...
    Date2018.04.06
    Read More
  15.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스스로를 행복하게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은 항상 자신에게 말을 하며 산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1분 당 평균 150 ∼ 200개 단어를 사용하는 반면, 자기 자신에게 말할 때는 엄청난 속도로 1 분 당 1,300개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빠른 속도...
    Date2019.06.01
    Read More
  16.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스토리 넷

    스토리 1 : 아침에 출근하던 딸아이가 갑자기 전화를 해서 물었습니다. "엄마, 나 없이도 살 수 있어?" 엄마는 딸의 말을 장난으로 받으며 대답합니다. "엄마는 우리 딸 없이도 잘 살지." 전화기 넘어로 딸아이는 말을 이어갑니다. "엄마, 난 엄마 없인 못살...
    Date2019.05.18
    Read More
  17.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신선미(新鮮美)

    이창동 감독의 <시>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할까 합니다. 오늘 컬럼 역시 지난 번에 이어 신영복 선생의 『담론』에서 주된 아이디어를 얻었음을 먼저 밝힙니다. <시>는 중학생 외손자와 같이 살고 있는 60대 중반의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입...
    Date2018.12.30
    Read More
  18.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쓰레기통 옆에서

    일본 의사 하로야마 히데요시는 그의 책 『뇌내혁명』에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합니다. 의사였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수년 동안의 연구 끝에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하면서, 건강을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첫째, 건강을 위...
    Date2018.10.13
    Read More
  1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아, 이건희

    교우들에게 "중요한 것은 반복합니다" 하면서 자주 인용하는 성경 구절 가운에 하나는 다윗 왕에 관한 것입니다. 열왕기상 1장인데, 다윗 왕의 말년에 관한 말씀입니다. 1장 1절, 표준새번역으로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다윗 왕이 나이 많아 늙으니, 이불을 ...
    Date2016.08.12
    Read More
  20.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아보가도(Avocado) 단상(斷想)

    아내가 일을 쉬는 날 같이 아침을 먹습니다. 일 주일에 한 번, 기다려지고 마주 앉으면 소중한 시간입니다. 백야드에 있는 고양이에게 아침을 주며 10분 정도 놀아준 뒤 들어와 아내를 위해 베걸을 굽습니다. 좀 늦게 방에서 나온 아내가 식탁에 앉아 아보가...
    Date2019.01.2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