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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시>라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할까 합니다. 

오늘 컬럼 역시 지난 번에 이어 신영복 선생의 『담론』에서 주된 아이디어를 얻었음을 먼저 밝힙니다. 

<시>는 중학생 외손자와 같이 살고 있는 60대 중반의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입니다. 

이창동 감독은 할머니 역으로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여배우 윤정희 씨를 캐스팅합니다. 

국내에도 노인 여배우들이 많은데 어째서 멀리 프랑스에서 데려왔나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신영복 선생에 따르면,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연예인 중에는 성형을 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랍니다. 

노인의 연륜이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배우가 드물었기 때문인 것이죠.

화장, 성형, 의상으로 실현할 수 없는 것이 자기 정체성입니다. 

뉴딜 정책으로 유명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노어(Eleanor) 루즈벨트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름다운 젊은이는 우연한 자연 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인은 예술 작품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 정체성(Self-identity)은 소유나 패션 또는 소비로 형성되지 않습니다.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아름다운 노인은 배움과 깨우침으로, 고뇌와 방황, 그리고 노동과 삶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신영복 선생은 박정희 독재 정권에 의해 조작된 통혁당 사건으로 20년 20일 옥살이를 합니다. 

그 오랜 옥살이를 통해 그가 발견한 인간의 모습은 표피적이지 않습니다. 

옥살이라는 것이 1년 365일을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보니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다 보여줄 수밖에 없고 또 남의 모습 역시 그렇게 보게 됩니다.

교도소에도 명품족이 있답니다. 

관에서 지급하는 죄수복을 그대로 입지 않고 양재공장에 돈을 주고 뜯어 고칩니다. 

새로 박음질하고 줄을 세워서 다려 입고 나타납니다. 

이런 명품족을 바라보는 시선은 교도소 밖 세상과 전혀 다릅니다.

사회에서는 집, 자동차, 의상 등 명품으로 자기 겉모습을 꾸미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세상은 유력한 사람으로 인정해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교도소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교도소에서 그렇게 명품족으로 나타나면 대단히 냉소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놀고 있네!', '나가면 또 들어오게 생겼다'는 식으로 반응합니다.

1년 365일 섞여 살며 서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꿰뚫어 보고 있으니, 아무리 겉모습으로 꾸며도 소용 없습니다. 

"사람을 알고 나면 의상은 무력해집니다."라고 신영복 선생은 일갈합니다. 

'아름답다'는 중국어 글자 美는 '양'을 의미하는 羊와 '크다'는 뜻의 大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중국 문화권에서 아름다움은 본래 '큰 양'을 상징합니다. 

살이 쪄 크고, 털이 많아 풍성한 양입니다. 

그런 양으로 키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이 들어갔음은 두 말할 나위 없지요. 

그래서 중국 문화권에서 '아름다움'은 생활이 풍부해진 넉넉한 마음, 각고의 노력과 성실한 노동이 빚어낸 푼푼한 정을 의미합니다. 

羊과 大가 합쳐진 美는 구체적 생활의 표현인 셈이고 "현실의 정서적 정돈"인 것입니다. 

한 해를 마감하고 새 해를 여는 시점에 있습니다. 

미(美)의 본질은 신선미(新鮮美), 즉 미의 지속성에 있습니다. 

화무십일홍, 열흘 붉은 꽃은 없습니다. 

한 번 성하면 반드시 멀지 않아 쇠하게 되어 있습니다. 

부단히 자기를 갱신하고 성실한 노동과 깨우침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미는 지속되지 않습니다.

2018년을 아름답게 빚어냈다면, 더 노력하고 고뇌하며 더욱 진한 아름다움과 향기로 2019년을 꽃피워야 할텐데…. 

반성하며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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