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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혹시 이웃집 아줌마가 우리 집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하지 않아 성적이 좋지 않다라는 푸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또는 머리는 괜찮은 것 같은데, 도무지 공부에 취미를 보이지 않거나 노력은 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안 좋은 학생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한국에서 1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며 이러한 학생들을 많이 보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 한 명 있다.      

준영(가명)이는 부족함 없는 가정의 외동 아들이었다. 나는 3, 4학년 이렇게 2년간 준영이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준영이의 엄마는 준영이를 보살피기 위해 전업 주부로 모든 열정을 준영이에게 쏟았다. 

집 안팎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준영이는 도무지 학업에 진보를 보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성적이 낮았지만 특히 수학은 그의 블랙 홀이었다. 그래서 시험 때가 되면 엄마와 아빠는 모든 스케줄을 줄이고 준영이를 앉혀 놓고 각종 문제집을 꼼꼼히 풀어가며 시험 준비를 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체로 실망스러웠다. 나중에는 서울대를 다니는 가정교사를 모셔와서  준영이의 공부를 돌봐 주게 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준영이 엄마의 노력과 절망을 보면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궁금해 하면서 안타까워했다. 3, 4학년 수학이 무엇이 어렵길래 가정교사까지 붙여 일대일로 공부를 하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그 당시에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학습장애'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단어를 접했을 때 나는 무릎을 치며 그 당시 준영이가 '학습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만약 특수교육 서비스로 준영이를 도왔다면 다른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을 가지게 되었다.

영어로 Specific Learning Disability 라고 불리우는 '학습장애'란 도대체 무엇인가?  

학습장애란 지능은 보통이나 그 이상이며 정신지체나 시각, 청각 등의 장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불량한 가정환경이나 학습 환경, 또는 노력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학습 부진이나 학습지진과는 구별된다.  

한마디로 머리는 괜찮은데 공부가 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즉 위의 준영이의 경우처럼 열심히 노력하며 준비하는데도 도무지 학업에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학습장애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주의집중, 지각, 인지, 기억력, 사고력 등에 장애가 있거나 대뇌신경학 상에 미세한 기능장애로 일어나는 증세가 아닐까 말하고 있다.  

주로 읽기, 쓰기, 셈하기에서 잦은 실수, 헷갈려 하기, 거꾸로 읽거나 쓰기, 단어나 구절을 빼먹고 읽거나 쓰기, 문장을 끝까지 차분히 읽지 못하고 엉뚱하게 답하기, 삐뚤  빼뚤한 글씨체, 수학에서 문장제 문제 이해 못하고 틀리기 등이 학습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러한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의 경우 보통 학생들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문제를 풀고 많은 시간을 강의를 듣고 암기를 하는 방법으로는 성적을 향상시키기가 어렵다. 

학습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부딪히는 가장 큰 문제는 공부를 안 한다 또는 게으르다 등으로 오해를 받거나 비난을 받아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자존감이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단지 읽기 또는 셈하기를 못한다는 이유로 다른 과목이나 활동도 못하겠거니 하는  오해를 받으며 과소평가 받기 쉬워지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여러 장애 중 학습장애가 가장 빈도수가 높은 장애이다. ADHD 만큼 널리 퍼져 있는 장애가 바로 '학습장애'이다.  '학습장애'로 진단을 받은 학생은 장애 영역에 따라 학교에서 특수교육을 제공받게 된다.  

예를 들면 난독증이나 읽기에 장애를 보이는 학생의 경우, 특별한 글씨체로 인쇄된 책으로 읽기 공부를 한다거나 선생님으로부터 문장을 바르게 읽을 수 있는 여러가지 팁을 배우게 된다. 

특수교사와 함께 책에 자주 나오는 단어들을 따로 외우거나 읽기 연습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특수교사로부터 일대일로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게 되면 휠씬 공부하기가 수월해지고 학업에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의 지구인들 사이에서는 '학습장애'가 장애로 생각되기 보다는 게으름의 변명 또는 팔자 좋은 푸념 등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학습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게 되면 훨씬 좋은 성과를 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하여 '게으름뱅이' '뺀질이' '돌머리' 등으로 비난받으며 오해받는 학생들이 있다. 

요즘에 한국의 강남이나 일산 등지에 '학습 클리닉' 또는 '심리센터' 등의 이름으로 '학습장애'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사설 기관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학습장애'는 더 이상 숨기거나 이상한 병이나 증상이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장애이며 충분히 교육에 의해 극복하고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혹시 나의 자녀가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성적이 좋지 않다면 두 가지로 생각 해 보면 되겠다. 

첫 번째는 "내가 부모로서 욕심이 너무 많은가?"이고 나머지는 "내 아이가 혹시 학습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다. 

만약 나는 욕심이 없고 내 아이가 학습장애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하루라도 빨리 특수교육을 받길 바란다. 빨리 교육을 받을수록 마음의 상처가 덜어지고 효과가 커진다.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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