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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우화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물주가 만물을 지으실 때 사람, 당나귀, 개, 원숭이에게 각각 30년씩 수명을 공평하게 주었답니다. 

그런데 욕심 많은 인간이 짐승의 수명을 중간에 가로챘습니다. 

자기 본래 수명 30년에 당나귀, 개, 원숭이에게서 각각 20년씩 빼앗아서 60년을 더해 90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그냥 보고 계시지 않았죠. 인간에게 벌을 내리셨습니다. 

장수해서 90을 산다 해도 정말 사람답게 사는 것은 원래대로 30년, 나머지 60년은 당나귀처럼 20년 비굴하게 눈치나 보면서 적당히 살게 하셨고, 또 20년은 개처럼 제멋대로 살게 하시고, 나머지 20년은 원숭이처럼 구경거리나 되며 볼썽사납게 살게 하셨습니다.

비록 우화지만 우리의 한 평생을 돌아보게 하는 의미 깊은 이야기입니다. 

오래 사는 것 자체만으로는 꼭 복되다 할 수 없음을 말하기도 하고, 또는 비록 짧게 산다 해도 정말 사랍답게, 바르고 의미 있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답게 사는 것은 그럼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를 사람답게 해주는가? 90을 다 산다 해도 짐승 같지 않은, 정말 인간답게 90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럿 있겠지만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은 고난에 직면하는 자세입니다. 

고난 앞에서 사람과 짐승은 다릅니다. 

짐승에게도 물론 그들 나름대로 고난이 있고 그것에 대처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그러나 짐승은 고난 앞에서 그저 본능으로 행동합니다. 

본능만을 따르다가 죽어가거나, 또는 어떤 방식으로 극복한다 하여도 거기에서 의미나 교훈 같은 것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저 본능으로 계속 먹고 자고 번식할 뿐입니다.

사람은 다릅니다. 고난 앞에서 본능을 따르지 않습니다. 

만일 본능만을 따르는 행태를 보인다면 그것은 개 당나귀 원숭이 속성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것은 고난 앞에서 본능을 죽이고, 고난을 통과하면서 희생, 절제, 인내를 배우며 고난 후의 영광과 고난의 의미를 추구한다는 것이겠죠.

바울 사도는 선교와 교회 개척에 전 생애를 보내며 지속적으로 죽음의 위협 가운데 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교회를 방문하고 헤어질 때 다시 못 만날 것을 상정하고 마지막 말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사도행전 14장에 비장 어린 마음으로 마지막 당부를 합니다. 

"그들은 제자들의 마음을 굳세게 해주고, 믿음을 지키라고 권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 앞에는 "많은 환난"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씀이죠. 

신약 성경에서 하나님 나라는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장소'로서의 의미와 '질서'로서의 의미요. 질서로서 하나님 나라는 이렇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일과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와 평화와 기쁨입니다"(로마서 14:17절).

먹고 마시는 일이 아니라 "의와 평화와 기쁨"이 지배하는 삶의 질서, 그것이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짐승은 24시간 먹고 마시는 일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의, 평화, 기쁨을 추구하며 사람답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다움을 위해서는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하고요. 

그것이 하나님 나라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이렇게 많은 환난을 통과하며 "의와 평화와 기쁨"의 질서가 있는 교회, 가족, 또 역사와 시대 상황에서 이루어집니다. 

교회가 쉽지 않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어서 비끄덕 거리고, 잘 맞지 않고, 오해, 서운함, 미운 감정, '다른 교회로 가지', 이런 생각들을 합니다. 

불편하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한 일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야 합니다. 

짐승은 그저 먹는 것 마시는 것으로 만족하겠지만, 우리가 사람이라면 사람다와야합니다. 

모든 불편하고 다양한 감정들 속에서 "많은 환난"을 극복하며 참된 교회로서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안도현 씨의 시 <양철지붕에 대해서>에 이런 싯구가 나옵니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주로 한복 입을 때 많이 신는 버선, 제가 어렸을 때는 평상시에도 많이 신고 다녔습니다. 

겉은 멀쩡한데 뒤집어 속을 보면 실밥이 지저분합니다. 

삶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누구도 완전한 사람 없고, 뒤집어보면 실밥 지저분합니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인간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우리 집 개가 더 좋아진다"고 했습니다. 

실밥 지저분한 사람들 속에서 이루어내야 하는 하나님의 나라,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하는 것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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