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shin.JPG

 

 

"적대적 반항장애(Oppositional Defiant Disorder)"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미국 지구인들은 이것을 줄여서 ODD라고도 한다. 나는 10년 넘게 한국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했지만 이러한 단어를 전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미국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하고 나서야 이런 무시무시한 이름의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이들이나 사춘기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모두 질겁을 하는 단어 "적대적"과 "반항"이 동시에 들어간 이 장애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이 장애를 지닌 지구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ODD에 대해 공부하면서 심청전 속의 심봉사가 심청이를 만나자마자 눈이 번쩍 뜨인 것 같은 경험을 하였다. 과거에는 무지했고 깨닫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되고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예전에 일하던 학교에서 옆반 선생님을 고통과 절망으로 몰아넣었던 1학년짜리 꼬마 학생이 왜 그렇게 행동하였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교사 회의를 할 때 마다 1학년 미영이(가명)이는 언제나 화제의 중심이었다. 오늘은 미영이가 선생님에게 쌍욕을 했다. 말대꾸를 했다. 어제는 수업시간에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딴짓을 했다. 그저께는 친구를 째려보며 협박을 했다 등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1학년 학생의 귀엽고 순진한 행동들과는 전혀 거리가 먼 무시무시한 행동이었다. 옆반 선생님의 하소연을 듣다 보면 미래의 싸이코패스를 만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 당시에는 왜 인자하시고 성실하신 옆반 선생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가? 도대체 미영이의 엄마는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키길래 아이가 저 따위인가, 정신병원에 가서 진단검사를 받게 해야 하나 등등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몹시 우울하고 무기력한 느낌을 가졌었다.    

한 번은 교사 연수에 참석했다가 한 여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 선생님께서는 그 당시 극심한 스트레스로 휴직 중이었고 몇 달간 정신과 치료도 받으셨다고 했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바로 한 남학생 때문이었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5학년이었던 이 남학생은 수업 시간에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하며 선생님이 야단을 치면 위협적으로 쌍욕을 했다는 것이다. 공부를 하지 않는 것까지는 그런데로 참을만 했는데, 공부시간에 책상 위에서 공기 놀이를 하면서 부시럭대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큰 소리를 내어 선생님이 수업을 도저히 이끌어 갈 수 없을 만큼 의도적으로 방해를 했다는 것이다. 이 여리디 여린 선생님은 어찌할 바를 몰라 그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휴직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요즘 애들은 왜 이럴까? 세상이 망할려나? 등등 아마추어적인 생각만 하였다. 그러나 ODD를 알게 된 순간 이 괴물 같았던 아이들의 행동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ODD, 다른 말로 적대적 반항장애는 한마디로 무조건 반항을 하는 성향을 지니는 것이다. DSM-5라는 미국 심리학회의 정신질환 진단통계 편람집에 실린 설명에 따르면 적대적 반항장애란 "또렷하게 반항적이고 불복종적이며 도발적인 행동을 보이지만 규칙을 어기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반사회적 행동 또는 공격적 행동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ODD를 지닌 지구인의 특징은 화내기, 어른의 요구나 규칙을 무시하거나 거절하기, 어른들과 논쟁하기, 고의적으로 남을 귀찮게 하기, 자신의 실수나 잘못된 행동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 남의 말에 쉽게 기분이 상하거나 신경질 내기, 화내고 원망하기, 앙심 품기이다. 놀라운 것은 ODD를 지닌 지구인들은 보통 자신들이 반항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모든 문제의 근원은 자신이 아니라 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ODD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위에서 설명한 증상 중 네 가지 이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이러한 증상 때문에 학교, 가정, 직업 등에서 큰 지장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증상이 형제 이외의 한 두 사람이나 한 두 장소에서만 나타나도 ODD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그동안 좀 성격이 까칠한 어린이, 악동 등으로만 생각했던 성향의 지구인들이 사실 장애의 일종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ODD를 가진 지구인 어린이를 만나게 되면 아주 무섭게 훈육을 하거나 싸우기 지쳐서 방치를 하거나 이들과 말싸움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못된 송아지에게는 매가 약이다"라는 식으로 매를 때리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이 지구인들은 기가 죽기는 커녕 더욱 사납고 악독하게 반항의 끝으로 치닫게 되기가 쉽다. 나중에는 매를 때리는 부모나 맞는 아이나 모두 악마가 되기도 한다.ODD를 지닌 지구인들 중 43%가 성장 후에 품행장애(conduct disorder)로 발전하며, 품행장애로 진단받은 지구인들 중 70~90%가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disorder)로 진행된다고 한다.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ODD 지구인들을 다루는 교육방법들을 알게 되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옆반 선생님과 교사 연수에서 만난 그 여선생님이 ODD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지닌 지구인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았더라면 그 때 수고를 좀 덜 수 있었고 학생과 교사 모두가 조금 덜 불편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에 내가 가르치던 교실의 5살짜리 지구인이 보조 교사 선생님에게 "F"로 시작하는 욕을 날렸다. 이유는 간식 가방을 치우고 놀라는 지시를 했기 때문이었다. 보조 선생님은 좀 놀라긴 했지만 차분하게 자기가 헛소리를 들었는지 아니면 진짜로 쌍욕을 들었는지 확인 질문을 한 뒤, 침착하게 대응하였다.  5살 지구인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훈육을 하고, 지구인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5살 지구인이 ODD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내가 무능한 교사여서 5살짜리에게까지 얏보이는 것인가?"하는 쓸데없는 자괴감에 빠지지 않았고, 어린 지구인의 엄마와 가정교육을 원망하지 않았으며 지구인을 오히려 불쌍히 여기는 마음마저 가지게 되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 모르면 스트레스 받는다! 이것이 내가 "적대적 반항장애"로부터 얻은 교훈이다. 다음 주에 적대적 반항장애를 지닌, 5살 어린 나이에 이미 전 학교에서 정학을 2번이나 먹은 지구인이 전학 올지도 모른다고 하니, 파란만장한 나의 학교생활이 기대된다.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색다른 지구인 ? 적대적 반항장애

    "적대적 반항장애(Oppositional Defiant Disorder)"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미국 지구인들은 이것을 줄여서 ODD라고도 한다. 나는 10년 넘게 한국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했지만 이러한 단어를 전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미국에서 특수교육을 공부...
    Date2019.03.16
    Read More
  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색다른 지구인-ADHD

    "선생님, 오늘은 기분이 꿀꿀해서 공부가 안 돼요." 갑순이가 교실에 들어서자 마자 자랑스러운 듯 큰 소리로 말했다. 갑순이는 자리에 앉아서는 최신 유행가를 흥얼거리더니 몸까지 흔들어 재낀다. 옆에 앉아 있던 갑돌이도 이 바람을 타고 같이 노래를 부르...
    Date2019.12.21
    Read More
  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색다른 지구인-자폐 스펙트럼 장애

    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를 가진 지구인들에게 관심이 많다. 어쩌면 나를 이 늦은 나이에 특수교육으로 이끈 대상이 바로 이들 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부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지구인들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
    Date2018.10.21
    Read More
  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색다른 지구인-적대적 반항장애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 2

    5살짜리 꼬마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그 아이는 '가벼운 적대적 반항장애(Mild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라는 꼬리표를 달고 전학을 왔다. 물론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적에는 이러한 장애 진단명이 있는지조차 몰...
    Date2020.06.27
    Read More
  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색다른 지구인-적대적 반항장애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 3

    자료를 조사하면서 깜짝 놀랐다. 내가 그동안 무식했던 것인지 아니면 근 10년새에 검사를 엄청나게 정밀하게 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적대적 반항장애 즉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가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에게서 20% 정도나 있다고 하니 말이다. ADHD에...
    Date2020.07.05
    Read More
  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색다른 지구인-적대적 반항장애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 4

    지난 주에 이어서 적대적 반항장애를 지닌 자녀나 학생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알아 보도록 하겠다. 지난 주에 제시했던 내용은 수면시간과 식사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라는 것과 주도권을 가지려고 하는 성향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ADHD, ...
    Date2020.07.09
    Read More
  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색다른 지구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과연 행운인가 아니면 불행인가? 오늘 내가 왜 이렇게 빨리 취직이 되었는가를 알게 되었다. 나의 미모가 뛰어나거나 실력이 출중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충만해서가 아니였다. 그것은 바로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수의 색다른 지구인들이 내가 있...
    Date2019.01.28
    Read More
  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생각하게 하는 동화

    미국의 학교에서 일하다 보니, 한국과의 확연한 문화차이, 교육관의 차이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 며칠전에도 학생들의 읽기 지도용 교재에 나와 있는 동화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에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이것은 한 쪽의 문화가 ...
    Date2021.03.25
    Read More
  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5월을 참 바쁘게 보냈다. 미국에서 교편을 잡고 나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방학이다. 그동안 대학원 공부와 교생실습 그리고 바로 취업. 한 2년 동안 숨가쁜 나날을 보내왔다. 더욱이 5월에는 첫째와 둘째가 모두 졸업을 하고 상급 학교에 진학을 했다. 첫째는 ...
    Date2019.06.08
    Read More
  1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선택은 힘들어!

    미국은 선택의 나라다. 선택 할 일이 참 많고, 개인의 선택이 존중된다. 선택의 유무는 자유와 직결된다. 한국에서 살 때는 선택을 해야 할 경우가 많지 않아 선택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이곳 미국에서 날마다 수많은 선택을 강요(?) 받다 보니...
    Date2018.09.30
    Read More
  1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라는 구절은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입니다. 어느 위대한 분께서 하신 말씀인지는 모르나 미국 특수교육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가슴에 팍 와 닿는 문구입니다. 미국 특수교육의 역사는 짧고 굵습니다. 모...
    Date2018.10.13
    Read More
  1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수학을 철학처럼 배우는 미국

    "5학년짜리가 아직 구구단을 다 못 외우고 있네!" "아니, 수학 수업시간에 전자 계산기를 사용하고 앉아 있네! 저러다 바보 되는 거 아냐?" "뭔 동전에 관련된 수학 문제가 이렇게 많냐?" "나눗셈을 푸는데 그림을 그려서 풀고 앉아있네. 한심하게…&he...
    Date2020.05.16
    Read More
  1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시험은 싫어!

    요즘 아리조나에 사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들은 "AZ Merit"이라는 시험을 보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아리조나에 있는 공립학교 학생들은 챠터 스쿨까지 포함하여 1년에 한번씩 이 요상한 이름의 시험을 보게 된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도학력고사"쯤 되...
    Date2019.04.18
    Read More
  1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써바이벌 성공!

    드디어 방학이다! 계속 집에 있어서 방학이 실감나지 않지만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아리조나에 있는 초등학교들은 대부분 여름방학을 맞이하였다. 작년 이맘때, 여름방학이 다가오는데도 재계약 통지를 받지 못해 가슴 졸이던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간...
    Date2020.05.30
    Read More
  1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듀, 2020년!

    휴, 드디어 2020년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모두가 느끼다시피 올해는 성탄과 연말의 기대와 설레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성탄 선물 주고 받기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지인들까지 주고 받는 성탄 카드도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빨리 시간이 흘러가서 지금의 ...
    Date2021.01.23
    Read More
  1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리조나 특수교육 탐방기(1)

    지구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나이 마흔살이 넘어서 뒤늦게 특수교육을 공부하기 시작하였고 이제 그 공부도 막판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일년 넘게, 석고와 같이 굳어버린 머리로 공부하며 맺은 열매는 옆구리의 살, 두꺼운 팔다리, 엉망진창 집안살림...
    Date2018.08.18
    Read More
  1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리조나 특수교육 탐방기(2)

    미국에는 정말 다양한 특수교육기관들이 있더군요. 학교 과제 덕분에 여러 종류의 특수 교육 환경을 참관했습니다. 독립된 특수학교, 초등학교 안의 특수학급, 고등학교 안의 특수학급, 복지관, 치료 센타 등등을 말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우물 안의 개구...
    Date2018.08.27
    Read More
  1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무것도 안 하기

    갑자기 휴가다! 학교가 휴교를 하는 바람에 봄방학이 연장되었고, 언제 다시 학교로 돌아 갈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T.V를 켜도, 인터넷을 열어도 온통 가장 최선의 길은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들어앉아 있는 것이라 입을 모아 말하고 ...
    Date2020.04.02
    Read More
  1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이들은 무엇으로 자라는가?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갑순이가 이 학교에 와서야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 전까지는 학교를 3번이나 전학 다녔습니다. 선생님들의 사랑이 정말 큽니다." IEP미팅에서 학부모님이 미팅에 참석한 선생님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마음...
    Date2020.10.16
    Read More
  2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약함이 주는 강함

    나는 요즘 공립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으로 매일 출근한다. 무려 70일간이나 교생실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생실습 기간 중에는 네 번이나 장학관에게 검열(?)을 받아야 한다니 정말 확실히 실습을 시켜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치밀어 오른다. 이제 울며...
    Date2018.09.2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