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shin.JPG

 

작년의 일이다. 

대학원 공부 막바지에, 나를 한참이나 애먹이던 영어 단어가 있었다. 

특수교육과 영어교육 관련 논문을 읽다 보면 많이 나오는 단어인데 한국말로 그 뜻을 찾아보니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고 생뚱 맞아 무슨 말인가 하고 나를 헤매게 만들었던 단어이다.  

바로 "Scaffold" 란 말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비계(飛階)"라고 뜻풀이가 되어 있다. 

고기에 붙어있는 기름덩이란 말인가? 

아니, 교육관련 논문에 왠 비계? 하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자세히 읽어보니 건물을 지을 때 건물 둘레에 얼기 설기 엮어 놓아 일하는 사람들이 이동통로로 사용하게 하는 임시 설치물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런데 왜 건축학 용어가 특수교육 논문에 나온다는 말인가?

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지금에서야 "Scaffold"의 참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 단어를 영어로도 우리말 해석으로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한국의 교육현장에는 이 개념이 잘 없기 때문이다.  

공사 현장을 가 보면 인부들이 "비계"를 통해 건축 자재를 실어 나르기도 하고 또 비계 덕분에 높은 곳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일다. 

중요한 점은 비계는 건물이 완성된 다음에는 철거된다는 점이다. 

즉 비계는 어디까지나 임시적으로 건물을 완성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이 개념은 선생님이나 부모가 학생이 어떤 과제를 잘 할 수 있도록 처음에는 여러 모로 도움을 주고 가르침을 주지만 점차적으로 학생이 혼자서 스스로 과제를 해 나가도록 점점 도움을 줄여 나가서 마침내는 학생이 독립적으로 설 수 있게 한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즉 도움을 일시적으로 주고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 스스로 할 수 있게 유도하는데 이 단어의 핵심이 있다고 하겠다. 

'Scaffold'는 미국 교실 여기 저기서 이루어지고 있다. 

유치원 교실에서는 한국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선생님이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규칙을 지키는 것, 조용히 하는 것, 선생님 말씀을 듣는 것을 강조하고 습관에 베이도록 지도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자기관리나 학생지도를 거의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작은 어른같이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초등학교때에는 공부가 뒤쳐지는 학생들을 찾아내어 학교에서 이 방법, 저 방법으로 여러 선생님들이 달라붙어 공부를 도와주고 애를 쓰지만 고등학생 정도가 되면 스스로 도움을 구하지 않는 한, 이러쿵 저러쿵 도움을 주거나 조언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미국의 특수교육에는 이 개념이 아주 강하게 적용되고 있다. 

아무리 장애 아동이라도 스스로 과제를 하도록, 비록 그 수준이 어설프더라도 이끌고 유도한다. 

학생에게 어떤 도움을 줄 때, 궁극적으로는 교사의 도움이나 지도 없이도 장애 학생들이 스스로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결과를 염두에 두고 수업을 지도한다. 

그래서인지 성년이 된 장애인들이 독립적으로 생활하거나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지난 주에는 함께 일하는 선생님으로부터 부모님 두 분 다 자폐증을 지닌 학생이 작년에 이 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들이 '건강한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scaffold'라는 단어는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는 과외도 한국처럼 끝도 한도 없이 몇 년씩 계속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시작해서 8회 정도 하고, 더 필요하면 연장해서 하는 식으로 계약을 하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애게, 8번 과외 수업을 받아서 얼만큼 달라지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 해 보니, 과외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홀로 공부를 잘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에 있을 때의 일이다.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였다. 

국어 수업 중에 "만약에~" 라는 질문을 던져 학생들의 답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방과 후에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순례의 길을 걷는 꼬마들의 스트레스도 해소시킬 겸 해서 "만약에 이 세상에서 학원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놀랍게도 대다수의 답은 "아무것도 배울 수 없을 거예요." 였다. 

그래서인지 대학을 졸업해도 공무원 시험 준비학원, 영어 학원, 자격증 준비 학원 등등 한국에서는 어른들도 학원을 많이 다닌다. 

몇 년 전에는 길을 걷다가 "왕따 탈출, 태권도. 특공무술 학원"이라는 간판을 보기도 했다. 

그 때 들었던 생각은 "아, 왕따를 탈출하려면 학원을 다녀야 하는구나!"였다. 

공부의 홀로서기가 잘 안 되는 것인가?

"Scaffold" 를 한국에 데려가고 싶다. 

선생님들이 무엇인가를 자꾸 더 많이 가르치려고 하고,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학교를 자꾸 더 많이 세우려고 하기 보다는 학생들이 어설프더라도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IEP 가 뭐람?

    지구인들이여, 집을 살 때에는 집 문서를, 취직을 할 때에는 '고용계약서' 를 작성한다. 만약 집을 사는데 집문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취직을 했는데 고용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으면 뭔가 이상한 것이다. 나중에 뭔 일이 터져도 전혀 대처할 수 ...
    Date2019.05.18
    Read More
  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어떤 삶

    『막 쪄낸 찐빵』으로 유명한 카피라이터 이만재 씨의 글을 그대로 인용해 보려 합니다. "그는 1937년에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8.15 광복 직후 외가가 있던 경북 청송으로 왔습니다. 당시에 가진 게 없어서 끼니조차 잇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린 ...
    Date2019.05.26
    Read More
  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에서의 스승의 날

    한국에서 교사로 있을 때에는 '스승의 날'이 늘 좀 쑥쓰럽고 부담스러운 날이었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이 많은 선물과 꽃다발, 그리고 행사를 벌여주곤 했지만 왠지 진심으로 이것들을 한다기 보다는 남들이 하니까 해주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종...
    Date2019.05.26
    Read More
  4.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스스로를 행복하게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은 항상 자신에게 말을 하며 산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1분 당 평균 150 ∼ 200개 단어를 사용하는 반면, 자기 자신에게 말할 때는 엄청난 속도로 1 분 당 1,300개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빠른 속도...
    Date2019.06.01
    Read More
  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관성의 법칙(the law of inertia) VS 전환의 법칙(the law of transition)

    며칠 전, 막내 아이가 식탁 위에서 물병을 뱅뱅 돌리다가 멈추며, 물병 안의 물을 보라고 하였다. 물병은 회전을 멈췄는데도 물병 안의 물은 여전히 회오리 치며 돌고 있었다. "아! 관성의 법칙 때문에 그렇구나." 중학교때 배웠던 과학 이론이 생각났다. 관...
    Date2019.06.01
    Read More
  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5월을 참 바쁘게 보냈다. 미국에서 교편을 잡고 나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방학이다. 그동안 대학원 공부와 교생실습 그리고 바로 취업. 한 2년 동안 숨가쁜 나날을 보내왔다. 더욱이 5월에는 첫째와 둘째가 모두 졸업을 하고 상급 학교에 진학을 했다. 첫째는 ...
    Date2019.06.08
    Read More
  7.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나이가 준 나의 무게”

    지난 주간에 갑자기 콜로라도 덴버를 자동차로 다녀왔습니다. 이웃 교회 목사님과 주일 밤에 출발하여 교대로 운전하며 13시간을 달려 모임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올 때는 좀 여유를 갖고 돌아가자 하여 중간에 1박을 하며 때론 가볍게 때론 진지하게 돌아왔...
    Date2019.06.18
    Read More
  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특수교육에 관련된 오해들

    특수교사로 일하다 보니, 이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일하면서 그 전에 가졌던 잘못된 선입관이나 루머들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아직도 알아야 할 것들이 참 많지만 가끔 특수교육 관련 인터넷 게시판이나 학부모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오해를 하거나 잘...
    Date2019.06.18
    Read More
  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특수교육에 관련된 오해들 2

    지난 주에 이어서 특수교육에 관련되어 떠도는 루머나 오해들을 바로잡고자 한다. 이 드넓은 미국에서 필자의 경험이나 의견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미국 교육현장의 경우, 원리와 규칙에 의해 교육이 진행되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
    Date2019.06.22
    Read More
  1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요람에서 무덤까지 ? 아리조나 주의 장애인 복지 정책 (1)

    최근 한국에서는 장애인 등급제를 31년만에 폐지하고, 대신 장애 정도를 중증과 경증 이렇게 2 종류로 구분하여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장애인 등급제는 정부로부터 복지 혜택을 받고자 할 때 중요한 자격요건 및 기준이 된다. 그래서 많은 장애인 ...
    Date2019.07.04
    Read More
  1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요람에서 무덤까지 ? 아리조나 주의 장애인 복지 정책 (2)

    지난 주는 DDD(Division of Developmental Disability)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에 대해 연령별로 알아 보았다. 이번에는 DDD에서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의 종류와 서비스가 제공되는 과정에 대해 알아 보고자 한다. 이 모든 내용은 DDD의 인터넷 홈페...
    Date2019.07.10
    Read More
  1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요람에서 무덤까지 ? 아리조나 주의 장애인 복지 정책 (3)

    "우리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살고 싶어요!" 이것은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고백이다. 종종 신문에는 부모와 성인 장애인 자녀가 함께 목숨을 끊는 끔찍한 기사도 접한다. 학령기의 장애인들은 그래도 학교라는 울타리가 있어서 ...
    Date2019.07.16
    Read More
  13.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메디케어 바로 알기(45) 사례연구...치료비 청구서가 날아 왔을 때

    K 선생님은 골치가 많이 아프셨다. 응급실에 갔던 2월말의 병원과 의사 청구서 중 서너개(6천불 상당)가 6월말 현재 여지껏 해결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주치의가 응급실로 가라고 보내서 갔는데 이틀이나 병원 신세를 지었으니 크게 돈이 들 줄로...
    Date2019.07.23
    Read More
  1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대기만성(大器晩成), Late Bloomer의 가치

    한국은 요즘 "자사고 폐지" 문제로 시끌 벅쩍 하다. 한국에는 여러 종류의 고등학교가 있다. 최근에 없애느니 마느니 난리가 난 "자립형 사립학교"를 비롯하여, "과학 고등학교", "외국어 고등학교", "국제 학교" 등이 있고, 검정고시를 봐야 학력을 인정 받...
    Date2019.07.23
    Read More
  1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회복의 공동체, 배움의 공동체

    올 여름은 개인적으로 참 바빴다. 원래는 6월, 7월중에 운동도 열심히 하고, 영어 공부도 해서 몸과 마음이 튼튼해지길 기대했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왜냐고? 바로 교회에서 3주간 진행한 여름학교 덕분이었다. 거의 7월의 대부분을 "여름학교"에...
    Date2019.07.30
    Read More
  1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초보 특수교사의 생존기

    요즘 나는 대학교를 다시 다니는 기분이다. 며칠 전 교육청에서 새로 채용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4일간의 매우 "빡쎈" 신입 교육을 받고, 배치 받은 초등학교로 가서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새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오정과 같은 귀로 하루 9시간 이상을...
    Date2019.08.06
    Read More
  1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초보 특수교사의 생존기

    한국과 달리 가을에 새 학년이 시작되는 미국은 바로 지금이 새 학년 새 학기이다. 쇼핑센타나 마켓에는 "Back to school" 이라고 크게 써 붙이거나 따로 상품 코너를 마련해 놓고 새 학기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가족들을 맞이한다. 필자도 이번에 처음, 미국 ...
    Date2019.08.13
    Read More
  1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에서 특수 교사로 살아남기

    오늘 나는 집에 밤 8시에 도착했다. 출근은 새벽 6시 15분에 했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수요일이어서 다른 선생님들은 다른 요일보다 조금 일찍 퇴근을 했을 텐데 말이다. 내가 이렇게 밤 늦게 집에 오게 된 이유는 바로 "교육연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Date2019.08.20
    Read More
  1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위기의 아이들

    한국이나 미국이나 '위기의 아이들'이 있다. 무엇이 위기인가? 공부를 너무 못해서, 반대로 너무 잘해서, 집이 너무 가난해서 반대로 너무 부자여서,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어서 반대로는 너무 극성이어서 위기라고들 떠든다. 공부를 너무 못하면 상급...
    Date2019.08.27
    Read More
  2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멋있는 말 비계 飛階(Scaffold)

    작년의 일이다. 대학원 공부 막바지에, 나를 한참이나 애먹이던 영어 단어가 있었다. 특수교육과 영어교육 관련 논문을 읽다 보면 많이 나오는 단어인데 한국말로 그 뜻을 찾아보니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고 생뚱 맞아 무슨 말인가 하고 나를 헤매게 만들었던...
    Date2019.09.0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