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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은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이다. 따라서 나도 좀 일찍 퇴근 할 수 있다. 수요일 아침, 빨리 퇴근 할 생각에 발걸음도 가볍게 출근했던 나는 오후에 회의가 있다는 소식에 실망감에 휩싸였다. "아이고, 오늘도 학생들 하교 후, 전체 회의가 있다니……  도대체 회의나 미팅이 없는 날이 하루도 없네!" 

오후에 있을 회의는 "형평성" 영어로는 EQUITY에 관한 교직원 연수라고 한다. 도대체 "Equity" 즉 "형평성" 이라는 것이 무슨 말인가? 영어단어 "Equality(평등)"와 같은 뜻인가? 평등, 인종차별 금지 이런 내용의 연수일까?  

집에 빨리 가지 못하는 것이 속상했지만 그래도 인종간의 갈등이나 이민정책에 한참 민감한 시대이니 만큼, 이곳 미국에서 소수에 속하는 나로서는 약간의 흥미가 생겼다. 나중에 대학생 딸에게서 한참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한 내용이지만 Equity(형평성)은 Equality(평등)과는 다소 다른, 요즘 대세인 개념이다. 

옆의 그림에 잘 나와 있듯이 평등(平等) 즉 equality라는 것은 개개인의 배경이나 능력의 차이와 상관없이 균등(均等)하고 동일(同一)한 지원을 해주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equity 즉 형평성(衡平性)이란 개개인의 배경이나 능력의 차이를 존중하여 모두가 적정한 혜택이나 기회를 누릴 수 각자에게 맞는 혜택이나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덧붙여 정의(衡平) 즉 justice란 그림 속의 울타리가 아예 없어서 키가 작든 크든 상관없이 아무런 혜택이나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 누구나 다 자유롭게 운동경기를 볼 수 있는 상태, 그러니까 불평등을 야기시키는 조건 자체가 없어져 버린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 equality, equity, justice, 그리고 reality라는 제목으로 재미있는 그림들이 많이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각자의 배경과 능력의 다름을 존중해서 모두가 같은 만큼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equity이지만 현실에서는 모두를 하향 평준화 시켜 버린다며 풍자하는 내용의 그림들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수의 핵심 내용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 해주고 각자 능력을 최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 주자"라는 것이었다. 특히 학교에서 그리고 각 교실에서 어떻게 다양한 상황과 능력의 아이들을 보살펴 주어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피부색, 문화, 언어, 종교, 신념의 차이, 사회 경제적 배경, 지적인 능력 차이 등을 민감하게 배려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가지 놀라운 점은 이제는 더 이상 "우리들의 피부색의 차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식의 회피하는 자세는 바람직하게 여겨지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인종이나 문화의 차이를 눈 감고 아웅하듯이 마치 없는 것처럼 대하며 하나로 통일하려는 태도는 더 이상 건전한 발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신 너는 황인종, 나는 백인 그리고 너는 흑인, 우리들의 피부색은 다르지만 각자의 개성을 조화롭게 활용하여 힘을 합쳐보자는 식으로 협력을 해 나가는 것이 대세임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에는 학생들 이름 똑바로 발음하기, 문화 행사나 학급 파티 등을 할 때 학생들의 종교, 가정 환경 등을 민감하게 고려하고 배려하기, 친절하게 인사 나누기, 환대하는 태도 가지기 등의 내용들이 오고 갔다. 

연수를 들으며 여러 선생님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니, 과거의 나의 부적절했던 행동들이 잔뜩 생각났다. 역시 사람은 입장이 바뀌어야 다른 편의 사람들을 이해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영어 시간에 멀쩡한 한국 이름을 놔두고, 요상한 영어 이름을 지어 서로 부르던 일들, 외국인 선생님의 이름이 신기하다며 장난스럽게 부르고 깔깔거리던 일, 중국말 하는 흉내 낸다고 '쏼라 쏼라. 띵통땡똥'이라고 한 일들, 원어민 선생님이 다가오면 어색하고 부담스러워 슬슬 피하던 일들이 생각났다. 그때는 별 생각없이 한 행동들이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정말 무심하고 무식한 차별적인 행동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어 내가 바로 외국인 선생님의 위치인 주변인이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주류이다.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한 일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진정하고 실제적인 Equity를 향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끔 슬프고 억울한 소식들도 들려오지만 Equity에 관한 연수가 긍정적인 시작이 아닐까 희망을 품어본다.  

주변인이 된 지금, 어떻게 하면 이 Equity라는 것을 실천해 볼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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