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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며칠 페이스북을 뚫어져라 검색하고 있다. 군대 간 딸의 모습을 페이스북에서 찾아 볼 수 있을까 해서이다. 딸이 소속된 부대에서 부모님들을 위해 부대 소식, 훈련 영상, 그리고 훈련 스케줄 등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참 좋고 편리한 세상이다.  

그런데, 신병들의 훈련 동영상을 보다가 문뜩 깨달은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이 영상속의 동작들을 나는 이미 학교에서 배웠다는 것이며,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이러한 동작을 전혀 교육하거나 실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앞으로 나란히",  "좌향좌, 우향우", "앉아 번호" 등이다.  

소지품 검사, 간단명료한 답변 요구,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지시에 따르기 등도 내가 학생시절에  배웠던 사항들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다녔던 학교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모두 군대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물론 군대를 다녀온 아저씨들이 들으면 피식 비웃음을 던지겠지만, 대한민국 학교의 문화는 거의 군대 문화가 유사하다는 데에는 동의를 할 듯 하다. 

심지어 필자가 고등학생이었을 때에는 "교련"이라는 과목이 있어 열 맞춰 걸어가기, 응급처치 요령, 수류탄 던지는 동작 등을 배웠던 아련한 기억들이 있다.  

따지고 보면, 아직도 대한민국의 학교에서 사라지지 않는 "반장"이라는 것도 군대에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좋은 점도 있었고, 부작용도 있었다.     

좋은 점은 단체로 이동할 때, 일사분란하고 신속하게 인원파악, 이동 및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일처리가 빨리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적은 수의 교사로도 많은 수의 학생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작용으로는 낙오자에 대한 배려나 대책이 없고, 창의성이 피어날 기회가 희박하다는 점이다. 단체기합을 한 번 경험한 학생들이라면 개성을 드러낸다거나 새로운 의견이나 일에 도전하는 일은 가급적 피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미국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앞으로 나란히", "앉아 번호", "선착순" 그리고 "단체기합"을 한번도 목격한 적이 없다. 학생들이 줄을 지어 이동하는 일이 잦지만 줄을 세울 때 또는 인원을 파악할 때 "앞으로 나란히"를 하거나 학생들 스스로가 각자 번호를 붙이는 일들을 하지는 않는다. 

대신 라인 리더가 학생들을 인솔하여 천천히 이동하며 교사는 옆에 서서 학생들이 조용히 이동하도록 격려하거나 지도하는 모습이다.  

학급마다 "반장"이 있지는 않는 것 같다. 대신 교실의 여러 일들을 분담하여 각자 할 일이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줄당번, 문잡는 사람, 도시락 옮기는 사람, 식사 후 테이블 닦는 당번 등이다.      

그런데, 지난 주 교직원 회의때 나는 문득 '아, 미국의 학교는 꼭 병원 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형평성에 관해 연수를 받는 시간이었는데, 트라우마가 학생들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큼으로, 이에 대해 교육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취지의 연수였다.  

연수 시간에 '서비스', '개별화 교육계획', '행동수정 계획안' 등등의 용어들이 언급되었다.  

트라우마가 있거나 학습장애 또는 품행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특수 교육 서비스,  학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부진아 지도 서비스', 말썽을 피우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행동지도 서비스',  트라우마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상담 서비스' 등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등의 교육내용이 소개되었다.  

마치 병원에서 환자들마다 각자의 치료 계획을 세우고 처방전을 쓰는 것 같은 모양이었다. 학생들에게 다각도의 지원이 제공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흐믓하기도 했다. 여러 과의 의사들이 협진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장면이 떠오르면서 학교가 꼭 종합병원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많은 지원과 혜택이 있는데, 왜 이렇게 산만하고 학업을 못 따라가는 학생들이 많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약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치료도 되지만 내성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너무 많은 서비스가 학생들을 더 산만하고 혼란스럽게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낙오자 또는 낙오 될 가능성이 많은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시도와 도움을 주는 것은 좋은데, 어쩌면 병원에서도 있는 "오진 가능성" 또한 부인 할 수 없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단계로 치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에 정작 한 학생을 끝까지 붙잡고 책임지고 가르치는 사람은 없게 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나 다양한 서비스와 지원을 통해 ADHD와 학습부진으로 고생하던 초등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마침내 특수교육을 더 이상 받지 않게 되고 대학까지 진학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성공스토리를 종종 듣게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때에는 분노의 화신으로 물건을 마구 던지며 교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던 학생이 고학년이 되어서는 의젓하고 점잖게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도 자주 본다.  

회복의 스토리가 분명 있다는 것이다.     

군대 같은 학교, 병원 같은 학교. 당신은 자녀를 어떤 학교에 보내고 싶은가? 

둘의 장점을 잘 버무려 균형이 맞는 그런 학교는 없을까?  

앞에서 소개한 학교 외에는 아리조나에는 학원 같은 학교, 감옥 같은 학교도 있다고 들었다.  

다양한 세상이다!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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