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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교생 실습을 할 때의 일이었다.  

공립 초등학교 안에 있는 특수반에서 교생실습을 하였는데,  그 반에는 'Seclusion Room' 즉 '격리실' 또는 '안정실'이라고 불리우는 공간이 있었다. '격리실' 또는 '안정실'은 주로 정신병동에서 환자가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자해나 타해의 위협이 있을 경우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따로 격리 시키는 공간을 일컫는다.  

한국에 있는 학교들에서는 이러한 공간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미국의 초등학교들에는 격리실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은 격리실이라는 것이 학교에 있다는 것 조차도 알지 못한다. 

격리실이 각 학교에 존재하는 목적은 특수아 중에 자해를 하거나 걷잡을 수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 따로 조용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안정을 취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필자가 교생 실습을 하는 한 학기 동안 안정실의 단골 손님은 특수 학생이 아닌 일반 학급의 유치원 학생이었다. 

밤톨같이 조그맣고 똘망한 그 유치원생은 일주일에 한번 꼴로 선생님들의 손에 이끌려 때로는 거의 들리다시피 하여 격리실로 실려왔다. 

나중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수업 시간에 손을 들었는데도 선생님이 자기를 시켜주는 않는다는 이유로 떼를 부리며 책꽂이를 계단 삼아 차근차근 밟고 올라가 내려오지 않기에 교장실로 보내졌다고 한다. 

그런데 교장실에서 얌전히 있기는 커녕 교장선생님 책상의 집기들을 집어 던지고 난장판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아마 울부짖으며 난동을 부렸을 것이라 상상이 된다. 

그래서 급기야는 안정실로 끌려오다시피 한 것이다.  

안정실 안에서도  큰 소리로 울며 불며 방에서 나오려고 문을 열려고 온갖 힘을 주었다. 그래서 문 밖에서 선생님이 엉덩이로 문을 힘껏 밀어 봉쇄하였다. "갑돌아, 울음을 그치고 이제 선생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었어요. 라고 말을 하면 문을 열어 줄께!"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안정실의 문에는 잠금 장치가 없기에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잡고 있어야 한다. 일부로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문에는 창문이 있어 안과 밖을 볼 수 있다. 이 맹랑한 유치원생은 울면서 창문에 침으로 떡칠을 해 놓았다. 

이 학생이 한 시간 넘게 격리실에서도 안정이 안 되고 난동을 부리면 엄마를 불러서 집으로 돌려 보내기도 하였다. 

이렇게 격리실을 이용한 날에는 24시간내에 학부모에게 전화로 알리고 사건 개요를 문서로 작성하여 집으로 안내문을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안정실을 이용할 만큼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학생에게는 'Behavioral Support Plan' 즉 '행동수정 계획안'이 붙게 된다.  

교장 선생님 또는 교감 선생님, 담임 교사, 특수 교사 그리고 교육청에서 파견된 행동수정 전문가 그리고 학부모가 함께 모여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의 행동을 개선할 구체적인 계획안을 만드는 것이다. 

며칠전에도 필자는 이러한 계획안을 세우고 의논하는 모임에 참석했었다. 

교감 선생님이 초안을 미리 작성하여 왔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논리적이어서 속으로 깜짝 놀랐었다.     

행동수정 계획안에는 그동안의 갑돌이가 저지른 각종 만행과 만행의 횟수, 심각 정도가 각종 숫자와 그래프로 현란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물론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갑돌이를 교육할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었다. 

이러한 계획안을 작성하는 이유는 갑돌이가 학교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교장, 교감 선생님, 담임 선생님, 특수 교육 선생님, 보조 교사 선생님-이 일관성 있게 갑돌이를 교육하기 위해서이다.  미국식으로 표현하자면 "All in the same page" 모두가 같은 페이지 안에 있기 위해서이다.  

교감 선생님이 행동수정 계획안 초안을 모임에서 간단히 브리핑을 하자, 갑돌이의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획에 동참할 것을 동의했다. 

요즘 이 계획안에 의해 갑돌이의 만행은 박살 나고 있는 중이다. 갑돌이의 행동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런데  모든 문제 학생들의 행동이 갑돌이처럼 행동수정 계획을 통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학생들은 도무지 변화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경우에는 학교 심리 상담가가 나서서 각종 검사-지능검사, 학력검사, 정서검사-등을 실시하여 특수 교육 대상자인지를 진단한다. 

만약 학생이 폭력적이고 이 폭력성이 다른 학생이나 선생님들에게 위협이 된다면 '행동수정'이 필요한 학생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학교로 또는 그러한 특수 프로그램이 있는 학교로 전학을 보내게 된다.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지도는 꽤나 복잡하고 단계가 여러 가지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다. 한국에 비해 이 분야의 전문가들도 상당히 많다고 느껴진다. 심리 및 학력 검사, 진단을 전문으로 하는 학교 심리전문가,  정서적인 면의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학교 상담 선생님, 특수 교육 선생님,  행동수정 전문가들이 모두 생활지도에 함께 한다. 

오히려 담임 선생님은 심각한 생활지도의 경우, 한 발 물러서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담임 선생님들은 일반 학생들의 학습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한국에 계신 선생님들에게도 이러한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생활지도는 담임교사와 한 두 선생님들만의 일이 아니라 심리 및 정서 그리고 행동수정 전문가들이 함께 해야 할 매우 중요하고도 섬세하게 다루어야 할 분야인 것이다.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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