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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hin.JPG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다.  

얼마 전 베이글 파는 가게에 아침을 먹으러 갔더니 뜸금없이 커피컵을 누런 봉투에 넣어서 주었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더니 커피 포트 옆에 쌓아 두었던 일회용 커피잔과 설탕 등을 말끔히 치워 놓았던 것이었다.  

최대한 서로의 접촉을 피하면서 남이 만졌던 물건을 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취한 방법이리라. 

그나마도 이제는 불가능한 듯 하다. 

매장에 들어가 주문하고 먹는 것이 금지 되는 분위기 때문이리라.     

 

며칠 전에는 나의 생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피자를 먹으며 슬픔과 외로움을 달래야 했다. 

다른 해 같았다면 한 주를 생일주간으로 선포하고 이곳 저곳 맛난 식당을 다니며 먹을 것을 탐했을 것인데, 이번 해에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마른 피자조각을 입에 넣으며 만족해야 했다. 

봄방학 기간까지 합쳐 3주동안이나 학생들 얼굴을 보지 못하니 이제는 아이들의 얼굴이 가물가물하기까지 하다.  

평생 한번도 빠지지 않았던 주일 예배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드리게 되니 아주 낯선 느낌이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과의 거리는 멀어졌지만 기계와는 부쩍 친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많은 시간을 기계와 보내게 되었다. 

우선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유투브 선생"으로부터 세계 곳곳의 역사를 배우기도 하고, 각종 요리의 신기술을 섭렵하기도 한다.  

참고로 나는 유튜브 선생의 제자이다. 

직업 인터뷰 기술도 유튜브 선생으로부터 배웠다. 

하루에도 10통 넘게 날라오는 문자를 들여다보며, 이제야 드디어 각종 아이콘을 문자에 곁들이거나 이미 저장된 맨트를 골라 날리는 기술을 활용하게 되었다.  

시시각각 들이닥치는 이메일을 분류하거나 정리하는 기술도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터득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화상 회의를 하게 되었다.  

예전, 한국에서 일할 때 "TeamViewer"라는 요상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 화상 회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회원 가입이나 암호 생성 등이 어렵고, 화질이 안 좋거나 잡음이 계속 들려 회의를 진행하기가 매우 어렴고 신경질이 났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요즘 너도 나도 사용하는 "Zoom" 은 사용하기도 쉽고 연결이 끊기거나 잡음이 생기는 일도 거의 없어 기계와는 정말 안 친한 필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오늘 하루 ZOOM을 이용하여 3건의 화상 회의에 참여하였다.    

화상 회의를 통해 동료 선생님들을 만나니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첫번 째  발견한 것은 동료 선생님들의 우수한 화장 실력이었다.  

그동안 학교 복도에서 마주쳤던 선생님들의 모습은 바비 인형처럼 예쁘거나 인자하고 깔끔한 미국 할머니 이미지였는데, 화상 회의를 통해 마주친 그들의 모습은 전혀 딴판이었다.  

부스스한 머리와 붓기 가득한 얼굴에 티셔츠 차림으로 각자의 집에서 회의에 임하는 모습은 아주 낯설기까지 하였다. 

또다른 발견은 컴퓨터 화면 너머로 살짝 살짝 보이는 선생님들 집안이다. 

어떤 선생님은 허접한 간이 커튼으로 배경을 가리고 회의에 임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배경 통제가 전혀 되지 않아 개 짖는 소리, 갑자기 화면 속에 비치는 사춘기 아들의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어떤 선생님은 걸어다니면서 회의에 임하여, 보는 이들을 다 어지럽게 만들었다.  

어쨌든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사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화상회의의 반전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3번의 화상회의 성공에 용기를 얻어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화상회의로 만날 야심 찬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스페인, 필리핀, 미국 등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과 한번 만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여행은 고사하고 집 앞 슈퍼마켓도 가기가 두려운 세상이지만 공간과 시간을 넘어서서 기계의 힘을 이용하여 한번 만나리라는 꿈이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이 뿐 만이 아니다.  몇주째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모이지 못하고 있는 '한나와 사무엘' 엄마들과도 화상회의로 만나, 서로 수다도 떨고 함께 기도로 하리라. 

'한나와 사무엘'은 엄마들끼리 모여 자녀 교육도 이야기하고 기도도 하는 모임이다. 

특히 크고 작은 장애나 걱정거리가 있는 자녀들에 관한 고민을 서로 나눈다.    

사람과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져 우울하고 고독한 시기이다. 

그런데 각종 창의적인 방법 즉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우울과 고독을 이겨내고자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속담인가 싶다.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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