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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분한 해방의 선물’

 1910년 일제에 의한 대한제국의 강점과 36년간의 강압통치는 그 당대 국내 정치인들의 무능과 부패 그리고 국제적 제국주의 각축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일제의 36년간의 압제가운데서도 나라의 독립 혹은 신앙의 자유를 되찾고자  하는 다양한 형태의 저항운동이 있었다 (해외에서의 임시 망명 정부 수립, 무장 항일 독립운동과 신사참배 반대운동 등). 

 

 이런 내적 저항운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제국주의 세력을 자력으로는 물리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하나님은 외부의 강력한 정치적 힘인 미국을 통하여 민족과 민족교회에게 ‘과분한 해방의 선물’(박종칠 1991:374)을 주셨다. 

 

세속사인 동시에 구원사의 양면성을 갖는 8.15 해방사건

 8.15 해방 사건은 한민족 모두를 포괄하는 정치적 해방사건인 동시에 하나님을 목숨바쳐 믿고 진리를 파수했던 참된 언약의 백성의 대속적 역할을 가상히 여기시고 한민족과 그의 교회 전체를 일제의 총체적 억압체제에서 구출하신 구원사적 사건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 중에서 8.15 해방 사건의 해석에 대한 몇가지 이견이 존재한다. 한가지는 ‘성과 속’이라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견지하는 일부 그리스도인들에 의하여 8.15 해방사건을 단순히 구원사와는 상관없는 교회밖의 세속사로서만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음이다. 

 

 또 다른 한가지는 구원사의 범위를 과거에 종결된 신구약 성경시대의 구원 사건들에만 국한하고, 성경계시 시대의 완성이후의 시대로부터 주님의 재림어간에 현재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교회 역사의 구원사적 의미를 간과하려는 경향이다.  

 

 물론 신구약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의 구원역사적 사건과 기록은 총체적으로 하나님의 구원역사 인식과 해석의 표준적 전거일 것이다. 하지만 총체적인 하나님의 구원역사는 아담과 하와의 범죄 타락이후 그들에게 부여하신 미래적 구원의 약속이래 인류 역사와 더불어 전진해 왔으며 그 마지막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때 완성될 것이다. 즉 하나님의 구원역사는 신구약 성경계시사와 더불어 교회역사를 포괄하는 통전적 성격의 것이다.

 

 이런 면에서 캄푸이스(J. Kamphuis)의 주장은 구원사와 교회사의 상관관계에 대한 선명한 이해를 돕는다: “[신구약 성경에 기록된] 구속 사건들의 위치들은 다른 교회사의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평면위에 있다…즉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획득된 구원은 그의 성령으로 말미암아 전수되고 있으며, 오늘날 교회사 역시 하나님의 구원역사 속에 속한다.”(박종칠. 1991: 65-66 중인). 

 

구원역사 수행의 교두보인 참된 언약 공동체는 어디에 있는가?

 8.15 해방 사건은 언약속에 있는 한민족 백성에게는 하나님의 구원역사의 한 부분일 것인데, 여기서 필자의 질문은 하나님의 구원역사에는 대개 그것을 가능케 하는 지상 교두로서의 언약 공동체가 존재함(플랜팅가 1980:15)에 있어서, 그러면 일제 36년 식민 억압통치하 불신앙과 배교가 난무하던 시절 구원역사 수행의 교두보는 어디에 존재했을까이다.

 

 이 질문에 대해서 필자는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정책에 대하여 소극적 수용 혹은 적극적 동참과 배교를 일삼았던 한민족 대부분의 반민족 반신앙적 행태와 달리, 목숨을 걸고서라도 신사 불참배 운동을 전개한 소수 저항 신앙 공동체의 존재와 활동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 당대 신사참배를 ‘국민의례’로만 치부하고 공적으로 그 의식 참여를 정당화했던 소위 ‘공교회’ 혹은 ‘제도권’ 교회는 하나님앞에서 분명히 우상숭배와 배교를 행한 것이 자명하지만, 그것으로 그 시대 주님의 교회 모두가  배교의 길에 동참했거나 그래서 주님의 교회가 하나님과의 거룩한 언약의 관계에서 완전히 단절되거나 소멸된 것은 아니었다.   

 

 옛적 이스라엘의 아합시대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않았던 칠천인의 의인들’이 있었고(왕상19:18), 그들이 진실로 그 시대 참된 언약의 백성의 본류를 형성하였듯이, 일제 강점기 36년 기간동안 특히 신사 불참배운동을 통해서 신앙의 항거운동을 전개한 소수 언약의 백성들은 그 땅의 ‘거룩한 그루터기’(사6:13) 로서 그 시대 하나님의 주목과 보호하심을 받은 참된 언약의 백성이요 진정한 교회 공동체였다. 

 

 이 점에 있어서 시어도어 플랜팅가(Theodore Plantinga)는 ‘언약의 좌소’(즉 하나님의 백성의 공동체)는 그리스도께서 머무시는 곳으로서 “그곳을 주님께서는 그의 땅으로 주장하시고 새롭게 하시는 지상의 교두보”라고 말한 바 있는데(1980:41), 신사참배 강요의 시대때 불신앙과 배교의 현장에서 끝까지 목숨걸고 저항운동을 전개한 이들 신앙공동체는, 그 시대 그리스도안에서 그리스도를 대변하는 ‘대속의 중보 공동체’(스킬더 2016:2)로서, 그 암울했던 시대 그리스도의 임재의 참된 좌소요 민족과 민족교회의 임박한 구출에 쓰임받은 주님의 지상 교두보였다.

 

 그래서 이 분들은 대략 1940년경 부터 한반도 남북을 가로질러 가정집과 해변가 혹은 지하실 등을 전전하면서 신사 불참배 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했었고 결국 일본 경찰에 체포 구금되었으며 일부는 감옥에서 죽었고 대부분은 모진 고문과 학대를 받았으나 하나님의 기적같은 간섭하심과 은총으로 1945년 민족해방과 더불어 출옥하였다. 

 

미완의 8.15 해방과제

 8.15 해방 사건은 단회적 사건으로 완전히 종료된 것이 아니다. 아직도 미완의 해방과제가 있는데, 최우선적 과제는 한민족 교회역사에 대한 새로운 조명과 올바른 사관을 정립하는 것이다. 그것은 특정 진영논리에 근거한 이념사관(민중 혹은 민족)도 아니며,  교회의 물량적 성장과 대형화를 구실로 지난 과거의 배교와 배도의 행태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맹목적 실용주의 사관이 아니라, 진리와 순수 신앙의 보존을 위하여 온몸을 던져 비진리 및 불의와 투쟁했던 저항 신앙운동이 한민족 교회사의 본류가 되도록 교회역사를 새롭게 진술하는 것이다.  

 

 그래서 1945년 해방이후, 신사 불참배 운동으로 표출된 저항 신앙운동의 공동체는 한민족 교회 공동체의 재건과 정화과정에서 어떤 활동을 했으며 그들의 외침에 과거의 배교 동참자들은 어떤 반응을 표했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한민족 교회역사의 본류를 점할 저항 신앙운동의 정신은 한민족 교회역사 전반에서 어떤 취급을 받아 왔는가에 대한 면밀한 재점검과 더불어 저항 신앙운동 중심의 한민족 교회사의 정기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8.15 해방 사건은 그 정치적 해방에 대한 자축을 넘어 저항신앙 운동의 정신으로 교회의 피식민주의적 정신성의 개조에까지 전진하길 요구한다.  한민족 교회는 그동안 서구 선교사들이 전해준 복음과 신앙고백 그리고 목회양식에 깎듯한 존경심을 표하는 동시에 우리들 뇌리속에 침잠된 피식민주의적 답습과 굴종의 자세는 없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서구신학의 귀한 유산은 수용하면서도 그들이 가졌던 인종적 편견과 그들의 시대적 한계로 인하여 볼 수 없었던 성경해석의 부분들을 이제 우리는 성령님께서 주시는 새로운 시각으로 재 조명하고 우리의 특정한 상황에 맞는 주체적 신학과 목회양식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민족 교회는 늘 교묘한 모습으로 도전해 오는 세속적 그리고 반기독교적 시대정신과 그 이면에서 암약하는 악의 왕국의 정체를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여 우리 시대 신앙의 공동체가 세속적 시대정신의 포섭공작에 분연히 저항하도록 일깨우는 진리의 파숫군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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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강성호. 2019. 저항하는 그리스도인. 서울: 복있는 사람 출판사.

시어도어 플랜팅가. 1980. 역사로서의 성경읽기. 온타리오: 웰치 출판사. 

박종칠. 1991. 구속사적 구약 성경해석. 서울: 개혁주의 신행협회. 

클라스 스킬더. 2016. 그리스도와 문화. 캐나다: 루세르나 출판사. 

 

 

 

윤원환 (목사. 아리조나 피닉스 장로교회. 프로비던스 대학교 신학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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