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shin.JPG

 

 

"갑돌아, 마스크를 바르게 쓰도록 하여라."

"갑돌아, 마스크 눈에다 쓰지 말고 입을 가리는데 써!"

"갑돌아, 마스크를 왜 뒤집어 쓰는 거니?  네 마스크 안쪽이 고동색이 되었구나. 선생님이 새 것 줄 테니 제발 마스크 좀 얌전히 쓰고 있어라!"

오늘은 COVID-19로 학교문을 닫은 지 5개월만에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한 날이다. 모든 학생들이 등교한 것은 아니다. 

내가 일하는 교육구는 온라인으로 이번 학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특수 교육을 받는 학생들 그리고 가정 형편상 집에서는 도저히 온라인 수업이 불가능한 학생들에 한해서 등교를 허락하였다. 

그래서 이번주부터 약 60명 정도의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15명씩 한 반으로 묶어 교실에서 보조 선생님의 관리 하에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다. 그러니까 막상 학교에 등교하였다고 해도,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컴퓨터로 수업을 받는 것이다. 

다만 학교에 오면 학생들이 기분 전환도 되고, 아침식사와 점심식사를 배식 받을 수도 있기에 부모님들이 학교에 등교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이 60여명의 학생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게 하기 위해 지난주 교육청과 교장 선생님들은 밤 늦게까지 컴퓨터와 전화기를 붙잡고 씨름하였다. 

학교에 등교할 수 있는 우선권이 있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와 메일로 연락을 하고, 학생들을 돌볼 보조 교사와 인력을 채용하고, 여름 내내 세워 놓았던 각종 교육 계획들을 수정하느라 모두가 신경이 날카로와질 지경이었다.    

개학날, 드디어 학생들이 5개월만에 학교문에 들어섰다. 

준비를 많이 한 탓인지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거의 없었다. 

난리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바로 온라인 수업 접속! 

학교에 등교한 학생들의 반 이상이 접속할 때 필요한 아이디와 비밀 번호를 모르고 있었다. 

한꺼번에 많은 학생들이 교육청 서버에 접속하는 통에 교육청 서버가 한동안 다운 되었다.  

학교에서 나눠 준 노트북 중에 고장난 것이 있었다. 

집에서 헤드폰을 안 가지고 와서 학교에서 구매한 헤드폰을 주었더니 귓구멍에 잘 안 맞는다고 불평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교육청 서버가 다운되어서 또는 선생님 집의 와이파이가 안 좋아서 컴퓨터 화면이 정지 되자 몸을 비비꼬며 자기를 벗어나려는 학생들이 생겼다. 

어떤 학생은 화장실에 가서 천년만년 있기도 하였다.  

교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잘 알지도 못하는 컴퓨터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개학날은 집에 와서 그만 골아떨어지고 말았다.     

둘째날이 되니 교육청 서버나 컴퓨터 관련 문제들은 거의 다 해결이 되었다. 

이제 학생들은 모두가 온라인 수업에 접속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15명의 학생들이 온라인 교실에 접속하는데만 15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어쨌든 둘째날에는 모든 학생들이 드디어 수업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바로 '지루함'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집에서와는 달리 옆에 무서운 엄마가 지켜보고 있지 않으니 선생님이 컴퓨터 화면에서 과제를 내어 주어도 학생들은 엉터리로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어떤 고학년 학생은 전자오락을 하고 있기에 뭘 하고 있느냐 물어 보았더니 담임 선생님이 방금 자기에게 자유 시간을 주었다며 계속 전자오락을 이어나갔다.  

한 학생은 온라인 수업 중에 지겹다고 소리를 질러 마침 옆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던 담임 선생님이 교실에 있던 동화책을 들고 학생이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 교실로 뛰어 왔다. 

그러나 개인 물건만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규칙 때문에 헌신적인 선생님은 그만 자기 교실로 동화책과 함께 되돌아 가야 했다.

갑돌이가 있는 교실의 학생들을 관리하는 보조 교사는 학생들이 하교 후에 갑돌이의 만행에 대해 하소연을 하였다. 

갑돌이가 도무지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스크를 눈가리게로 쓰거나 귀 가리개로 쓰거나 마스크를 가지고 이런저런 장난을 하는 통에 계속 갑돌이를 지적하게 된다고 하였다. 

게다가 갑돌이가 마스크를 뒤집어 썼는데, 마스크 안쪽이 고동색이어서 소스라치게 놀랐다는 것이다. 

아마 놀이터에서 땅에 떨어뜨렸는지 마스크가 상당히 더러워 보여서 새 것을 주겠다고 했더니 거절했다고 했다. 

할 수 없이 갑돌이 엄마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아주 공손하게 갑돌이가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고 공부도 잘한다. 

그런데 마스크를 잘 쓰라고 엄마가 갑돌이에게 충고를 해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그리고 나서 보조 선생님과 함께 갑돌이 훈육 계획을 세웠다.  

세번 주의를 줬는데도 마스크를 가지고 장난을 치면 바로 교장실로 보내기로 했다.  

교장선생님이 갑돌이의 친COVID-19 행동을 보신다면 터프하게 대처 하시리라 믿는다.   

내일은 개학한지 셋째날. 어떤 난리가 일어날지 궁금하다. 

제발 갑돌이가 깨끗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교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천년만년 시간을 보내는 학생이 볼일을 집에서 해결하고 왔으면 좋겠다.

 

네이버 블로그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운영중.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색다른 지구인-적대적 반항장애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 2

    5살짜리 꼬마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그 아이는 '가벼운 적대적 반항장애(Mild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라는 꼬리표를 달고 전학을 왔다. 물론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적에는 이러한 장애 진단명이 있는지조차 몰...
    Date2020.06.27
    Read More
  2. [특별기고문] 21세기 지상교회, 광야로 나갈 준비가 되어있는가? -윤원환 목사

    100년 전 1918~1919년에 있었던 독감의 대유행 이후 그와 유사한 파급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코비드19』대 유행은 오늘 현대인들에게 이 전염병 이후에 전개될 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예측을 자아내게 한다. 필자는 이 전염병 대유행과 이것에 대응하는 국가...
    Date2020.06.27
    Read More
  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색다른 지구인-적대적 반항장애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 3

    자료를 조사하면서 깜짝 놀랐다. 내가 그동안 무식했던 것인지 아니면 근 10년새에 검사를 엄청나게 정밀하게 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적대적 반항장애 즉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가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에게서 20% 정도나 있다고 하니 말이다. ADHD에...
    Date2020.07.05
    Read More
  4. [특별기고문] 한 시대의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 -윤원환 목사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의 의미> 스테판 말테르는 그의 책 <조지 오웰,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조지 오웰(George Orwell)에 대해서 작가 당대의 시대정신의 본질을 치열하게 분석하고 불편한 진실을 과감하게 드러냈던 진정한 ‘시대의 ...
    Date2020.07.05
    Read More
  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색다른 지구인-적대적 반항장애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 4

    지난 주에 이어서 적대적 반항장애를 지닌 자녀나 학생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알아 보도록 하겠다. 지난 주에 제시했던 내용은 수면시간과 식사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라는 것과 주도권을 가지려고 하는 성향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ADHD, ...
    Date2020.07.09
    Read More
  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특별한 지구인-적대적 반항장애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 5

    "반항왕" 나는 적대적 반항장애를 이렇게 부르고 싶다. 그동안 "분노왕", "기분왕" 등의 지구인들을 다루어 왔는데, 오늘은 '적대적 반항장애' 즉 반항왕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지막 시간이다. '분노왕', '기분왕' 그리고 '반항왕...
    Date2020.07.17
    Read More
  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난독증(難讀症 Dyslexia) -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청력이 좋지 않아 보청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보청기를 끼면 소리만 크게 들릴 뿐 이상하게 사람 말소리는 잘 못알아듣겠다고 하면서 보청기를 잘 안 끼는 어르신을 본 적이 있는가? 이러한 현상을 이상히 여기지 말라. 보청기를 끼고 사람 목소리를 알아듣기...
    Date2020.07.27
    Read More
  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변화의 시작? 나를 발견하는 것!

    집에서만 지내는 요즘, 모두가 그러하겠지만 한동안 넷플렉스에 푹 빠져서 평소에 좋아하는 다큐멘터리를 실컷 보았다. 넷플렉스에 있는 다큐멘터리를 왠만큼 정복하고나니, 이제는 리얼리티 쇼를 한 두개씩 정복해 나가고 있다. 최근 별 기대없이 보기 시작...
    Date2020.08.01
    Read More
  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언택트 (UNTACT) 시대의 콘택하기

    며칠전에 드디어 나의 블로그를 완성하였다. 네이버 블로그 이름은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그동안 조금씩 써 왔던 글들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지역 신문 지문에 싣기에는 다소 전문적인 '특수교육 관련 자료'들을 관심있...
    Date2020.08.09
    Read More
  1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FAPE(Free and Appropriate Public Education)이 뭐길래?

    이번주 교육청 지구인들과 선생님들은 혼돈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다들 어제, 오늘이 다르다고 말하고, 지금 발표되는 계획들은 언제든지 또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아리조나 주지사가 8월 17일에 개학을 하라고 발표한 이후에 교육청마다 나름대로 개학 일...
    Date2020.08.20
    Read More
  11. [특별기고문] 8.15 해방사건에 대한 구원사적 함의는 무엇인가? -윤원환 목사

    ‘과분한 해방의 선물’ 1910년 일제에 의한 대한제국의 강점과 36년간의 강압통치는 그 당대 국내 정치인들의 무능과 부패 그리고 국제적 제국주의 각축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일제의 36년간의 압제가운데서도 나라의 독립 혹은 신앙의 자유를 되...
    Date2020.08.20
    Read More
  1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COVID-19가 만들어 준 웃픈 학교 풍경

    "갑돌아, 마스크를 바르게 쓰도록 하여라." "갑돌아, 마스크 눈에다 쓰지 말고 입을 가리는데 써!" "갑돌아, 마스크를 왜 뒤집어 쓰는 거니? 네 마스크 안쪽이 고동색이 되었구나. 선생님이 새 것 줄 테니 제발 마스크 좀 얌전히 쓰고 있어라!" 오늘은 COVID-...
    Date2020.08.27
    Read More
  1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온라인 수업이 가져온 변화들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학교는 대면수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새 학년 새학기를 맞이하였다. 전국적으로 아니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먼저, 장비의 현대화이다. 기계와는...
    Date2020.09.02
    Read More
  14. [특별기고문] 그리스도인의 고귀한 저항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려면 -윤원환 목사

    헨리 데이빗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경우 19세기 중반 미국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수년간 오두막 집을 짓고 자유로운 자족의 삶을 구가했던 소로는 미국과 멕시코간 전쟁 발발시 주 정부가 강제한 인두세를 내지 않은 죄목으로 구치소에 감금된 적...
    Date2020.09.08
    Read More
  1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온라인 수업은 힘들어!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다. 온라인 수업이 힘들어서 말이다. 오늘은 "Zoom"으로 수학 시험을 보았다. 학생들 중 집중력이 좀 떨어지거나 이해력이 부족한 학생은 일대일로 문제를 읽어주면서 시험을 본다. 한 학생이 나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고 난리를 치며 문...
    Date2020.09.10
    Read More
  1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 동전 이야기

    "시간 맞추어 수업에 들어왔네. 아이구 착해라. 자, 여기 쿼터 (25센트)가 있다!" "아니, 수업 중에 왜 혀를 내밀지? 이거 너무 예의 없는 것 아니야? 선생님이 갑자기 이야기 하다가 혀를 불쑥 내밀면 넌 좋겠냐? 안되겠다. 넌 오늘 패니(1센트)에 만족하거...
    Date2020.09.17
    Read More
  1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 학교에서 일하기

    감개무량(感慨無量)한 일이 생겼다. 며칠 전, 함께 일할 보조 교사, 영어로는 Instructional Assistant를 새로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보는데, 당당하게 면접관의 한명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재작년 이맘때, 취직을 하기 위해 면접을 보던 일이 생각났다. 단 2...
    Date2020.09.26
    Read More
  1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온라인 시대의 개막!

    "갑돌아, 네 컴퓨터 오디오를 소거 상태로 놓거라. 안 그러면 하울링이 생겨!" "네." "금동아, 10시가 되면 담임 선생님 줌 수업에서 나와서 바로 내 수업 줌으로 들어오너라. 알았지!" "갑순아, 오늘 집에서 뭐했니?" 갑돌이는 바로 내 옆에 앉아 있는데도 ...
    Date2020.10.08
    Read More
  1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이들은 무엇으로 자라는가?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갑순이가 이 학교에 와서야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 전까지는 학교를 3번이나 전학 다녔습니다. 선생님들의 사랑이 정말 큽니다." IEP미팅에서 학부모님이 미팅에 참석한 선생님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마음...
    Date2020.10.16
    Read More
  20.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메디케어 바로 알기(51) ANOC 를 받으셨지요?

    해마다 10월 15일부터 12월 7일까지는 메디케어 연례 가입기간입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참으로 많은 우편물과 전화가 옵니다. 우리들로서는 쳐다 보기조차 싫은 영어 메일들이 쌓이는 것이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서류는 무엇일...
    Date2020.10.1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