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조회 수 9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shin.JPG

 

 

"갑돌아,  네 컴퓨터 오디오를 소거 상태로 놓거라. 안 그러면 하울링이 생겨!"

"네."

"금동아, 10시가 되면 담임 선생님 줌 수업에서 나와서 바로 내 수업 줌으로 들어오너라. 알았지!"

"갑순아, 오늘 집에서 뭐했니?"

갑돌이는 바로 내 옆에 앉아 있는데도 나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 속의 갑돌이를 보고 말했다. 갑돌이도 역시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나를 자기 컴퓨터 화면으로 쳐다보면서 컴퓨터의 소리 설정을 만지작 거렸다.  

금동이는 자기 교실에 앉아서 헤드폰을 끼고 나의 줌 수업에 들어오는 중이다. 갑순이는 지금 자기 집에서 나의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참 기묘한 상황이다. 나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가르치고 있는 문어발 능력자 선생이다.  

무슨 말인가 궁금할 것이다.        

요즘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대면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학생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학교에 등교하고 있다. 오랫동안 집에만 있다가 학교에 나오게 되니 아이들은 신이 나 보인다. 그렇지만 예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교실에 더 이상 짝꿍은  없다. 서로  멀찍이 책상을 떨어뜨려 놓고 앉는다. 다른 반 친구들과는 절대 만날 수 없다. 

식사도 자기 반 교실에서 하고, 놀이시간도 따로 따로 정해진 시간에만 놀이터에 나가 한 반씩만 놀게 되어 있다.  

혹시나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였을 때를 대비하여 접촉자의 수를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그런데 부득이하게도 이반 저반 아이들을 묶어서 소그룹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특수교사로서는 이 방침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오늘은 1반 학생들을 직접 데리고 수업을 하고 대신 2반 학생들과 온라인 수업을 신청한 학생들은 '줌'으로 수업을 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아이들을 내 교실로 불러오지 못하고 내가 직접 아이들에게 가서 지정된 교실에서 수업을 해야 한다. 

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봉착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줌'을 메인 소통창구로 이용하여 수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대면수업을 하는 학생들도 모두 학교에서 나눠 준 크롬북을 들고 나에게 온다.  

대면 수업을 하건, 학교나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든지 간에 모든 학생들이 나의 줌 수업에 들어오면 그제서야 본격적이 수업이 시작된다.  

종이로 된 학습지를 나눠주는 일은 이제 매우 드문 일이 되었다. 

모든 과제나 활동은 구글 클라스를 통해 전달된다. 

걸어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는 대신에 온라인 도서관에 아이들을 안내한다. 

아이들은 온라인 도서관에 있는 전자책을 읽고. 도서관 프로그램에 있는 독서 퀴즈도 풀어 본다.   

일반 학급에서도 수준별 수학 수업을 할 때에는 줌으로 수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COVID-19 이전에는 4, 5학년 학생들이 수학 시간에 되면 상, 중, 하 그룹으로 나뉘어 각자 해당 교실로 이동하여 수업을 받았는데, 지금은 다른 반 학생들과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수 없으니 학생들은 교실을 이동하여 수업을 하는 대신에 각자의 수준에 맞추어 줌으로 접속하여 수업을 받는다. 그래서 수학 시간은 학생들 모두가 해드폰을 끼고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는 기묘한 광경이 연출된다. 

한 교실에 있지만 실제로는 각자 다른 반에서 다른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면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선생님들은 온라인 수업 때 활용하던 구글 클라스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과제도 모두 온라인으로 주고 받는다. 

이것은 혹시나 또다시 학교가 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게 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모두 줌과 구글 클라스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지게 되면 예전과 같이 종이로 주고 받고 물리적인 이동을 하는 수업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줌과 구글 클래스를 통해 얻어지는 편리함과 이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줌으로 수업을 하게 되니, 장난을 치거나 산만한 행동으로 수업 분위기를 흐려 놓는 행동들을 '음소거' 단추 하나로 간단히 통제 할 수 있게 되었다.  

구글 클래스를 통해 과제를 내어 주고 퀴즈를 보니, 자동적으로 자료 수집과 채점, 성적처리가 간편히 해결되었다.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고 통제하기 위해 고용하였던 인력과 에너지도 예전보다는 휠씬 덜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 저러한 이유 때문에 COVID-19가 가라앉고 완전한 대면 수업이 회복된다고 해도 온라인을 이용한 수업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이번 COVID-19을 계기로 거의 모든 교육 자료들이 디지털화 되었다. 

그러니 온라인 수업과 구글 클래스는 더욱 날개를 달 것이라는 개인적인 전망이다.

이 시대의 아이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온라인 세대가 될 것이다. 

COVID-19가 의료, 경제, 교통, 통신만을 바꿔 놓은 것이 아니라 교육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비록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아주 빠른 속도로 그리고 깊고도 넓게 교육은 변화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운영중.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요람에서 무덤까지 ? 아리조나 주의 장애인 복지 정책 (2)

    지난 주는 DDD(Division of Developmental Disability)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에 대해 연령별로 알아 보았다. 이번에는 DDD에서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의 종류와 서비스가 제공되는 과정에 대해 알아 보고자 한다. 이 모든 내용은 DDD의 인터넷 홈페...
    Date2019.07.10
    Read More
  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요람에서 무덤까지 ? 아리조나 주의 장애인 복지 정책 (1)

    최근 한국에서는 장애인 등급제를 31년만에 폐지하고, 대신 장애 정도를 중증과 경증 이렇게 2 종류로 구분하여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장애인 등급제는 정부로부터 복지 혜택을 받고자 할 때 중요한 자격요건 및 기준이 된다. 그래서 많은 장애인 ...
    Date2019.07.04
    Read More
  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완전 지구인 출몰!

    지난 겨울, 우리 집에 지구인이 왔다. 그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의료 선교를 하고 있는 남편의 후배이다. 그가 할 줄 아는 말은 한국어, 스와힐리어, 그리고 영어. 우리들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저녁 식사는 우리 교회에 있는 또다른 지구인 부부와 함...
    Date2018.09.08
    Read More
  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온라인 시대의 덕(德) 2부

    온통 온라인이다. 학교가 문을 닫은 요즘, 본격적인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특수 교사인 나도 예외는 아니다. 집중력이 번개 보다도 더 짧은 나의 제자들을 컴퓨터 화면 앞으로 끌어 모아 지루하기 짝이 없는 덧셈, 뺄셈, 글쓰기를 재미나게 가르쳐야 한...
    Date2020.04.21
    Read More
  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온라인 시대의 덕(德) 1부

    "삐이이이~~~" 날카로운 전화선 연결음 후에 짜잔 하고 열리던 PC 통신의 시절을 기억하는가?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 등의 이름도 기억나는가? 지금 청소년들이 들으면 왠 구석기 시대 이야기인가 하고 의아해하겠지만 전화기, 티브이, 비디오, 컴퓨터, 프...
    Date2020.04.09
    Read More
  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온라인 시대의 개막!

    "갑돌아, 네 컴퓨터 오디오를 소거 상태로 놓거라. 안 그러면 하울링이 생겨!" "네." "금동아, 10시가 되면 담임 선생님 줌 수업에서 나와서 바로 내 수업 줌으로 들어오너라. 알았지!" "갑순아, 오늘 집에서 뭐했니?" 갑돌이는 바로 내 옆에 앉아 있는데도 ...
    Date2020.10.08
    Read More
  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온라인 수업이 가져온 변화들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학교는 대면수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새 학년 새학기를 맞이하였다. 전국적으로 아니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먼저, 장비의 현대화이다. 기계와는...
    Date2020.09.02
    Read More
  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온라인 수업은 힘들어!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다. 온라인 수업이 힘들어서 말이다. 오늘은 "Zoom"으로 수학 시험을 보았다. 학생들 중 집중력이 좀 떨어지거나 이해력이 부족한 학생은 일대일로 문제를 읽어주면서 시험을 본다. 한 학생이 나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고 난리를 치며 문...
    Date2020.09.10
    Read More
  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언택트 (UNTACT) 시대의 콘택하기

    며칠전에 드디어 나의 블로그를 완성하였다. 네이버 블로그 이름은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그동안 조금씩 써 왔던 글들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지역 신문 지문에 싣기에는 다소 전문적인 '특수교육 관련 자료'들을 관심있...
    Date2020.08.09
    Read More
  1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억지 감사가 넘쳤던 하루

    곧 있으면 추수감사절. 오늘 아침 나는 하루를 감사로 시작하리라 굳게 마음 먹었다. 비록 몸과 마음은 거듭되는 온라인 수업과 학생지도로 지치고 피곤했지만 요즘 같이 혼란스럽고 걱정이 많은 때에 COVID-19에 걸리지도 않았고 일할 터전이 있으니 얼마나 ...
    Date2020.12.03
    Read More
  1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약함이 주는 강함

    나는 요즘 공립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으로 매일 출근한다. 무려 70일간이나 교생실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생실습 기간 중에는 네 번이나 장학관에게 검열(?)을 받아야 한다니 정말 확실히 실습을 시켜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치밀어 오른다. 이제 울며...
    Date2018.09.26
    Read More
  1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이들은 무엇으로 자라는가?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갑순이가 이 학교에 와서야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 전까지는 학교를 3번이나 전학 다녔습니다. 선생님들의 사랑이 정말 큽니다." IEP미팅에서 학부모님이 미팅에 참석한 선생님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마음...
    Date2020.10.16
    Read More
  1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무것도 안 하기

    갑자기 휴가다! 학교가 휴교를 하는 바람에 봄방학이 연장되었고, 언제 다시 학교로 돌아 갈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T.V를 켜도, 인터넷을 열어도 온통 가장 최선의 길은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들어앉아 있는 것이라 입을 모아 말하고 ...
    Date2020.04.02
    Read More
  1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리조나 특수교육 탐방기(2)

    미국에는 정말 다양한 특수교육기관들이 있더군요. 학교 과제 덕분에 여러 종류의 특수 교육 환경을 참관했습니다. 독립된 특수학교, 초등학교 안의 특수학급, 고등학교 안의 특수학급, 복지관, 치료 센타 등등을 말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우물 안의 개구...
    Date2018.08.27
    Read More
  1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리조나 특수교육 탐방기(1)

    지구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나이 마흔살이 넘어서 뒤늦게 특수교육을 공부하기 시작하였고 이제 그 공부도 막판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일년 넘게, 석고와 같이 굳어버린 머리로 공부하며 맺은 열매는 옆구리의 살, 두꺼운 팔다리, 엉망진창 집안살림...
    Date2018.08.18
    Read More
  1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듀, 2020년!

    휴, 드디어 2020년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모두가 느끼다시피 올해는 성탄과 연말의 기대와 설레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성탄 선물 주고 받기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지인들까지 주고 받는 성탄 카드도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빨리 시간이 흘러가서 지금의 ...
    Date2021.01.23
    Read More
  1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써바이벌 성공!

    드디어 방학이다! 계속 집에 있어서 방학이 실감나지 않지만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아리조나에 있는 초등학교들은 대부분 여름방학을 맞이하였다. 작년 이맘때, 여름방학이 다가오는데도 재계약 통지를 받지 못해 가슴 졸이던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간...
    Date2020.05.30
    Read More
  1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시험은 싫어!

    요즘 아리조나에 사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들은 "AZ Merit"이라는 시험을 보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아리조나에 있는 공립학교 학생들은 챠터 스쿨까지 포함하여 1년에 한번씩 이 요상한 이름의 시험을 보게 된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도학력고사"쯤 되...
    Date2019.04.18
    Read More
  1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수학을 철학처럼 배우는 미국

    "5학년짜리가 아직 구구단을 다 못 외우고 있네!" "아니, 수학 수업시간에 전자 계산기를 사용하고 앉아 있네! 저러다 바보 되는 거 아냐?" "뭔 동전에 관련된 수학 문제가 이렇게 많냐?" "나눗셈을 푸는데 그림을 그려서 풀고 앉아있네. 한심하게…&he...
    Date2020.05.16
    Read More
  2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라는 구절은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입니다. 어느 위대한 분께서 하신 말씀인지는 모르나 미국 특수교육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가슴에 팍 와 닿는 문구입니다. 미국 특수교육의 역사는 짧고 굵습니다. 모...
    Date2018.10.1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