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shin.JPG

 

 

곧 있으면 추수감사절.  

오늘 아침 나는 하루를 감사로 시작하리라 굳게 마음 먹었다. 

비록 몸과 마음은 거듭되는 온라인 수업과 학생지도로 지치고 피곤했지만 요즘 같이 혼란스럽고 걱정이 많은 때에 COVID-19에 걸리지도 않았고 일할 터전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출근을 하였다.  

사실 요즘 학교 분위기는 아주 무겁고 침울하다. 

어쩌면 또다시 학교의 대면 수업을 멈추고 전교생이 비대면 수업인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할지도 모른다는 교장 선생님의 발표가 있은 뒤로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며칠 있으면 교육청 관할내의 지역 COVID-19 확진자 수의 증가세와 몇가지 교육청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비대면 수업으로의 전환을 결정할 것이라 한다. 

요즘 추세로 보면 왠지 추수감사절 이후에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될 것만 같다.  

어쨌든 특수반과 지원실 소속의 보조 교사들은 한편으로는 일자리 걱정에 또 한편으로는 건강에 대한 염려 그리고 하던 업무가 달라질까 두려움 반 짜증 반이다. 

그나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보조 선생님들은 양반인 편이다. 

벌써 두, 세 사람의 보조 교사가 학기 중에 뜬금없이 사직서를 날렸고, 이 여파로 몇몇 사람들이 들썩이고 있다.  

몸과 마음이 지친다고 하면서 월차를 내는 선생님들도 있다. 

이렇게 월차를 내게 되면, 요즘같이 대체 교사를 구하기 힘든 때에는 다른 선생님들이 한 두 시간씩 담임 교사가 월차를 낸 학급을 돌아가며 수업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기에 추수감사절이 코 앞 인데도 불구하고 감사가 넘쳐 흐르지는 않는다.

이럼에도 나는 "착해지리라" 마음먹고 오늘 하루 무조건 감사하리라 다짐을 했다. 

그런데 정말 육두문자가 절로 나올 만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첫 수업, 영어 글쓰기 수업에서 한 학생이 온라인 과제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온라인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자기의 생각을 몇 자 입력하는 과제였는데 아마 컴퓨터 기술의 부족으로 글자 입력이 잘 안 되었던 모양이다. 

문제는 곁에서 컴퓨터 접속을 도와주던 엄마가 열을 받고 몹시 화가 난 데서 시작되었다. 

정말 간단한 과제고 접속 및 입력도 손가락 몇 개만 움직이면 되는 것이었는데 평소에도 컴퓨터에 약한 모습을 보이던 그 엄마는 그야말로 분노 폭발을 하게 되었다.  

다른 학생들도 지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쿨쿨 잠을 자고 있는 학생과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있지 못하고 복도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러 잠시 컴퓨터 속의 줌 화면을 떠나 잠꾸러기와 장난꾸러기 학생들을 만나러 복도로 뛰쳐 나갔다.  

이 수업의 총 학생수는 3명이지만 화면 속에 분노를 머금고 숨어 있는 엄마를 포함하여 한 30명을 데리고 수업을 하는 것만큼 에너지가 소비되는 그런 수업이다.     

잠꾸러기와 장난꾸러기는 각각 미스 메리 선생님 그리고 미스 엘리사 선생님 반의 학생이다. 

둘은 각기 다른 반에 있기 때문에 한 장소에서 수업을 받을 수 없다.  

COVID-19의 전염을 막기 위해 다른 반 학생들과 섞이지 못하게 하는 규칙이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한 명은 복도 한쪽 끝에 다른 한 명은 반대쪽에서 줌을 통해 특수교육 글쓰기 수업을 받는다. 

분노폭발 엄마의 자녀는 집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이기에 집에서 나의 수업에 접속 중이었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나는 팔다리가 3개여도 모자랄 지경이다.    

아무튼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오전 수업을 마친 후, 분노폭발 엄마로부터 이메일이 날라왔다. 

아니다 다를까 분노폭발을 가득 담은 메일이었다.  

물론 자신의 부족한 컴퓨터 접속 기술에 대한 언급은 없고 뜬금없이 왜 쿨쿨 자고 있는 잠꾸러기와 수업 내내 마이크를 가지고 시끄러운 잡음을 내고 이리저리 방방 돌아다니는 장난꾸러기는 가만히 내버려두고 단지 껌과 빵을 먹으며 수업을 듣는 내 사랑스러운 아이만 야단을 치느냐는 내용이었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고 잘 설득이 되지 않는 아주 초딩스러운 이메일이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바로 이순간 하마터면 감사 결심은 까마득히 잊혀지고 육두문자가 폭포수처럼 쏟아질 뻔 하였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정신을 가다듬고 초임 교사 그것도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동료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또 감사하게도 동료 교사는 나보다도 더 분노하며 바로 교장 선생님에게 이메일을 전송하였다.  

트리플 감사하게도 교장 선생님은 이 분노 엄마에게 크게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알았다. 미안하다. 교장 선생님과 상의하여 학생들을 온라인 상황에서 어떻게 잘 지도할지 연구해 보겠다"라고 간단히 답변을 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역시 교장 선생님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했다라는 암시를 엄마에게 주는 멘트를 알려 주신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다음주에 추수감사절이 있어서 이틀 쉬게 되고 분노 엄마와 학생을 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추수감사절은 꼭 있어야 되겠다고 말이다. 

 

네이버 블로그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운영중.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유기농 공동체 (Organic Community )

    나는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었다. 친정, 시댁, 우리 가족, 학교, 직장, 교회 …. 특히 나는 '학교'와 '교회'라는 공동체에 오랜 세월 몸 담아 왔다. 이 두 조직은 아주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비슷한 점이라면 규칙...
    Date2020.10.23
    Read More
  2. [특별기고문] 16세기 교회개혁 운동이 21세기 지상교회에게 요구하는 것 -윤원환 목사

    -프로테스탄트 교회 개혁운동 513주년에 부쳐- 1. 16세기 교회 개혁운동의 의의 1517년 독일 교회개혁 운동가 마르틴 루터의 용기있는 저항신앙 운동으로 시작된 서방 유럽 교회 개혁운동은 단순히 그 당대 교회의 교리적 및 제도적 변혁에 머문 것만이 아니라...
    Date2020.10.31
    Read More
  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뇌전증(腦電症)에 대하여

    뇌전증(腦電症)? 간질의 새로운 이름이다. 2009년에 대한뇌전증학회에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그동안 '간질'로 불려 졌던 병을 '뇌전증'이라고 부르기로 했단다. 영어로는 Epilepsy라고 부른다. 뇌전증에 대해 누구나 한두 마디씩은 들어...
    Date2020.11.06
    Read More
  4.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메디케어 바로 알기(52) 메디케어/연말에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현재 진행중인 연례가입기간에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몇주전에 이미 글을 올렸습니다. 이제 연말이 가까이 오니 연말 안에 해결하고 넘어 갈 일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겠습니다. 1.OTC 사용하기 비처방약을 석달에 40불 혹은 75불, 275...
    Date2020.11.16
    Read More
  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팀으로 일하는 특수교육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을 소개하겠다. "It takes an entire village to raise a child." "아이 한 명을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If you want to go quickly,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Date2020.11.16
    Read More
  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억지 감사가 넘쳤던 하루

    곧 있으면 추수감사절. 오늘 아침 나는 하루를 감사로 시작하리라 굳게 마음 먹었다. 비록 몸과 마음은 거듭되는 온라인 수업과 학생지도로 지치고 피곤했지만 요즘 같이 혼란스럽고 걱정이 많은 때에 COVID-19에 걸리지도 않았고 일할 터전이 있으니 얼마나 ...
    Date2020.12.03
    Read More
  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또다시 온라인 수업

    지난 금요일 교장 선생님이 드디어 교직원 회의를 소집하였다. 물론 줌으로 진행된 비대면 교직원 회의였다. 교장 선생님은 비장한 얼굴로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대해 발표를 하였다. 내용인 즉 추수감사절 휴일 이후 월요일부터 비대면 수업 즉 100% 온라인 ...
    Date2020.12.10
    Read More
  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한국인과 밥

    미국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놀라운 순간은 어느 때 인 줄 아는가? 그것은 바로 점심 식사 시간이다. 덩치가 산처럼 크고 먹성이 좋아 보이는 사람들이 손가락 크기 만한 너겟 몇 개를 점심이랍시고 깨작거리고 있거나 학생들이 도시락 가방에서 감자칩과 ...
    Date2021.01.04
    Read More
  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 동전 이야기 2

    내 글의 애독자라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올 가을, 학기가 시작하자 마자 나는 "참 잘했어요" 스티커 대신에 수업때마다 "미국 동전"을 학생들에게 뿌렸다. 나름대로 동전을 주는 규칙이 있다. 4가지 항목에서 좋은 태도를 보이면 컴퓨터 상에서 동전 사진...
    Date2021.01.04
    Read More
  10. 메디케어 바로 알기(53) 메디케어 '공개 등록 기간' 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박주리 메디케어 전문가

    2021년 메디케어 공개 등록 기간 (1월 1일~3월 31일) 코로나 바이스러로 인해 유난히 길고 우울했던 2020년 한 해가 지나가고 어느덧 2021년 새 해가 밝았습니다. 그리고 연례가입 기간이 끝나고 메디케어 '공개 등록 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
    Date2021.01.08
    Read More
  1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조용한 학교

    나는 요새 두 학교를 다닌다. 몇 주전에 갑자기 교장 선생님이 교실에 찾아와 어색한 미소를 짓더니 이웃 초등학교에 특수교사가 갑자기 그만두게 되어 교사가 당장 필요하니 그 쪽 학교 학생들까지 가르쳐야 한다는 날벼락 메시지를 전해 주셨다. 좀 황당하...
    Date2021.01.14
    Read More
  12. 메디케어 바로 알기(54) 독감 예방 주사 맞으셨나요? -박주리 메디케어 전문가

    아직도 독감 예방 주사를 맞지 않으셨나요? 더 이상 미루지 마세요. 독감 예방 주사는 독감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심각한 합병증으로부터 나와 가족을 보호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좋은 방법입니다. 메디케어를 갖고 계신 분들은 독감 예방 주사가 무료입니...
    Date2021.01.18
    Read More
  1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듀, 2020년!

    휴, 드디어 2020년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모두가 느끼다시피 올해는 성탄과 연말의 기대와 설레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성탄 선물 주고 받기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지인들까지 주고 받는 성탄 카드도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빨리 시간이 흘러가서 지금의 ...
    Date2021.01.23
    Read More
  1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똑똑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중학교 때의 일이다. 어떤 여학생이 아이큐가 90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돌고래 보다 낮은 아이큐라며 킥킥 대던 일이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당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했던 모양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왜 ...
    Date2021.01.23
    Read More
  15. 메디케어 바로 알기(55) 코로나 백신은 메디케어 보험으로 커버가 되나요? -박주리 메디케어 전문가

    네, 메디케어 파트 B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FDA 승인을 받은 코로나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습니다. 또한 메디케어는 코로나 검사, 코로나 항체 검사 및 치료까지 모두 커버해줍니다. 주정부에 따르면 이미 우선 순위가 지정된 75세 이상 인구 외에도 약 75...
    Date2021.01.23
    Read More
  1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훈육과 학대의 아슬아슬한 경계

    "사랑의 매"라고 들어 본 일이 있는가? 한때 우리 집에도 사랑의 매가 있었다. 나는 원래 심플한 것을 좋아하여 그것을 그냥 '주걱'이라고 불렀다. 가끔 아이가 여러 번 말했는데도 숙제를 학교에서 가지고 오지 않았거나 거짓말을 했을 경우, 물건을...
    Date2021.01.30
    Read More
  1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유비쿼터스적인 그리고 유니버셜한 유형의 학부모들

    이상한 학부모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나 존재한다는 것을 요즘 강하게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 교직 생활을 할 때에도 한 학기에 한 번 정도는 이상한 사람들에게 시달렸다. 미국에 와서는 좀 달라질까 했더니 여기도 마찬가지이다. 이상함에는...
    Date2021.01.30
    Read More
  18. 메디케어 바로 알기(56) 메디케어보험 플랜이 갑자기 취소됐다고요? -박주리 메디케어 전문가

    보험사에서 전화나 편지로 계속 연락이 와서 귀찮은 마음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으시다가 보험이 저절로 취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금 귀찮으시더라도 중요한 내용일 수 있으니까 어떤 내용인지 확인은 꼭 하세요. 상황에 따라서 무시해도 괜찮은 경우가...
    Date2021.01.30
    Read More
  1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특수 교육의 딜레마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는 요즘. 암암리에 컴퓨터 모니터 뒤에서 선생님들의 수업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학부모들의 눈길이 느껴진다. 비로소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수업 시간에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다른 아이들은 어느 만큼 수업에 참여하는지를 실시...
    Date2021.02.05
    Read More
  20. 메디케어 바로 알기(57) 백내장이나 녹내장 증상이 있으신가요? -박주리 메디케어 전문가

    혹시 시야가 흐릿하세요? 백내장은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수정체가 흐려지는 질환입니다. 백내장은 종종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생합니다. 65세에서 74세 사이의 모든 사람들의 약 절반의 시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백내장에 걸릴 위험은 장기간 햇빛에 노출...
    Date2021.02.1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