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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라고 들어 본 일이 있는가? 

한때 우리 집에도 사랑의 매가 있었다. 

나는 원래 심플한 것을 좋아하여 그것을 그냥 '주걱'이라고 불렀다. 

가끔 아이가 여러 번 말했는데도 숙제를 학교에서 가지고 오지 않았거나 거짓말을 했을 경우, 물건을 잃어버렸을 경우, 예를 들면 안경 등을 말이다.

"주걱 가져 오너라!"라고 엄숙히 말하면 아이들이 울고 불며 잘못했다고 머리를 조아리곤 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후에는 더 이상 "주걱"을 들지 않았다. 

어렴풋이 어떤 자녀 교육 세미나에서 아이가 4학년 정도가 되면 더 이상 체벌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 할 때도 종종 '사랑의 매'를 들었다. 

사립학교여서 교사의 재량권이 많았기에 일년에 한 두번 정도는 사랑의 매를 휘둘렀다. 

쉬는 시간에 놀러 나갔다가 수업 시간에 안 들어 온 경우, 여러 번 반복적으로 친구를 놀린 경우 그리고 숙제를 너무 안 해온 경우 등이었다.  

'사랑의 매'는 단골 손님이 있다. 

모든 아이들이 사랑의 매를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랑의 매가 뭐예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뜰 것이다. 

그러나 한 학급에서 한 두 명은 초등학교 6년간 사랑의 매의 단골 손님이 되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이것이 매우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했다. 

특히 개구쟁이 남자 아이들의 경우, 반성문 5장 쓰기 보다는 그냥 손바닥 한 대 맞고 끝내 주는 것이 더 인간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폭력'이라면 질색을 하고 체벌은 일체 금지하는 미국 공립 학교에서 일을 하다보니 나의 지난날의 훈육 방식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훈육과 학대의 경계선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가슴 아프게 반성하고 있는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초등학교 교사로 일할 때 아이들을 엄하게 급식 지도한 것이다.  

특히 특수학생들을 말이다. 

그 당시 "한국인이라면 김치는 꼭 먹어야 해!", "식판에 받은 음식을 남기는 것은 죄야.", "골고루 먹어야 예뻐져." 등등의 근거없는 개똥철학에 빠져서 학생들이 음식을 남기지 못하게 했다.  

학부모들이 자원봉사로 교실에 와서 학생들에게 배식을 했는데, 그 당시 대부분의 엄마들은 "저 조금만 주세요." "저 배 안 고파요."라는 아이들의 외침을 무시하고는 "많이 먹어야 키 크지." "요만큼 먹고 어떻게 사니?" 등등의 핀잔을 주며 음식을 무조건 많이 퍼 주었다. 

그런데 식판을 반납할 때는 내가 눈을 부라리고 서서 음식을 남기지 못하게 했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괴로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수 학생들 중에는 편식이 심한 학생들이 많다.  

많은 선생님들이 특수 학생들의 편식 습관을 고치면 고집이 꺽이면서 비로서 가르침을 받을 준비가 된다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매우 엄하게 편식 지도를 하였다. 

먹기 싫다는 반찬을 억지로 조금이라도 먹게 하기도 하고,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식당에 남아 배식 받은 음식을 다 먹게 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의 한 특수교사 양성기관에서 무리하게 장애 학생들 급식지도 하는 영상을 제작하여 무리가 된 사건이 터진 것을 보면 아직도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특수 교육계 교육자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미국 교육현장을 보면서 느낀 것은 훈육은 "존중"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이 "존중"이라는 것은 결국 "선택의 자유"를 줌으로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애완동물과 노예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없다. 

주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들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결국 주인에게 존중을 받는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급식 지도를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학생들에게 먹을 양을 선택할 권리를 주고 남기지 않도록 했어야 했다. 

배가 안 고파서 조금만 먹겠다고 하면 조금만 주는 것이 맞는 일이었다. 

특수 학생들의 경우, 물론 여러가지 음식을 경험하게 유도해야 겠지만 반찬을 다 먹지 않는다고 수업에 못 들어가게 하거나 억지로 음식을 입에 틀어 넣거나 하는 것은 "존중"이 아니었다.  

더욱이 이렇게 무리한 지도로 그 학생의 "고집"이 꺽여 선생님 말씀을 잘 듣게 된다면 그것은 한 인간으로서 고집이 꺾이는 동시에 선택할 능력과 의지를 잃어 버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생각된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라는 격언이 있다. 

하물며 사람이랴. 

진정한 훈육은 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존중은 선택 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데에서 시작된다. 

부모와 교사는 자녀와 학생들이 올바른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뿐이다. 

만약 자녀나 학생이 나의 뜻과 맞지 않는 선택을 한다고 해도 그것을 나의 뜻대로 강제하거나 강요할 수는 없다. 

겸손하게 이것을 받아 들어야 한다.  

"존중"이 무너지는 순간, 훈육은 너무 쉽게 학대로 넘어 갈 수 있다. 

 

네이버 블로그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운영중.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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