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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중순부터 다시 대면수업 시작!"

교육청에서 이메일이 날라왔다. 오늘 교육위원회 회의에서도 발표하였다. 

어쩌면 다음 달 중순보다 더 빨리 학교문을 열지도 모른다고 한다. 만일 2주 연속 확진자 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고 여러가지 지수가 낮아지면 학교 문을 3월 중순 전이라도 열 수 있다는 말이다.  

갑자기 걱정이 앞선다. 

추수감사절 휴일 이전에 대면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동시에 하느라 무척 힘이 들었었는데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면수업을 하루 빨리 시작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초등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은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더군다나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는 거의 죽을 맛이라는 것을 인정하니 말이다.    

내가 맡은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특히 더 힘들어 한다. 

ADHD, 자폐증, 학습장애, 품행장애 등등의 학생들은 자극에 민감하고 주의가 쉽게 산만해지기 때문에 컴퓨터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정말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그동안 나는 여러가지 엉뚱하고도 기가 막힌 경험들을 하였다.  

첫번째는 교묘히 딴청을 하는 학생들이다. 

분명히 모니터에는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학생의 얼굴이 보이는데, 뭔가 낌새가 이상한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줌 화면을 내리고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음 소거 상태에서 전자오락을 하게 되면, 화면 건너편에 있는 선생님은 알 방법이 없는 것이다. 

가끔 학생이 방심하여 음 소거를 해제한 채, 전자오락에 몰입해 있다가 요상한 삐뽀삐뽀 전자음이 난데없이 튀어 나오면 그제서야 선생님은 학생이 딴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이다. 

두번째 유형은 막무가내로 움직이거나 돌처럼 멈추기 이다. 

어떤 학생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침대 위에 올라가 펄쩍펄쩍 뛰기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부티나는 도넛 모양의 헤드폰을 끼고는 디제이 흉내를 낸다. 

과연 이 친구가 나의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딴 프로그램에 접속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친구의 엄마는 재택 근무를 하느라 옆방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다.  

한편 어떤 학생은 수업 처음부터 끝까지 엎드려 잠을 잔다. 

대면 수업이라면 당장 달려가서 흔들어 깨우거나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오라고 할 텐데, 화면 건너편에서 교사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그 학생을 꿈나라에서 건져 올 방법이 없다.

 세 번째 유형은 요령 피우기 이다. 

예를 들면, 수학 시간에 몰래 전자계산기를 책상위에 놓거나 구구단 표를 보고 문제를 푸는 경우이다. 학생의 눈동자가 위로 또는 아래로 자꾸 움직이는 것을 보면 분명히 컨닝을 하고 있는 것인데 물증이 없는 것이다. 

작문시간에는 엄마를 불러들여 대신 타이핑을 시키기도 한다. 화면에 팔이 3개가 보이는 것을 보면 분명 누군가가 타이핑을 해주고 있는데 콕 집어 물어볼 수도 없고 정말 난처하기 이를 때 없다. 

이러한 요령 피우기는 시험을 볼 때에도 두려움 없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시험 성적이 영재아도 울고 갈 정도로 높게 나오기도 한다. 

아쉽게도 미국은 확실한 증거가 없이는 함부로 나무라거나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기에 심증은 있어도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으므로 선생님은 속만 끓이게 된다.    

네 번째 유형은 '기계 학대하기'이다. 

화면을 껐다가 켰다 가를 수십 번 반복하기, 마이크에 큰 목소리로 요상한 신음소리 내기, 채팅창에 수십개의 이모티콘 입력하기 등등 생명 없는 컴퓨터가 순간적으로 가엽다고 느껴질 정도로 장난을 치는 경우이다. 

듣자 하니 이 학생은 벌써 학교 노트북을 2개를 박살내어 지금 3번째 노트북을 사용 중이라고 한다. 아무리 자비로운 도서관 선생님이라지만 우리의 한 부처 선생님께서도 이번 만큼은 마지막 노트북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셨다고 한다. 

함께 수업을 듣는 동료 학생들로부터 불평과 항의가 쏟아져 들어오는데, 이런 경우, 장난꾸러기 학생을 ZOOM(줌)에서 내쫓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 내 수업에서 마져 쫓겨나면 이 학생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마지막으로는 꼴불견 퍼레이드이다.  

침대에서 막 뛰쳐나온 듯한 복장, 먹방인지 수업인지 헷갈리게 하는 취식행위, 음소거가 아니고는 도저히 수업이 불가능하게 하는 배경 소음. 집과 학교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가지 가지 기이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이제 COVID-19가 가져온 어두운 터널이 서서히 빠져 나와 일상으로 조금씩 돌아가는 것 같아 기쁘다. 

대면 수업이 시작되면 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동시에 해야 해서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수업 환경을 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대면 수업이 시작되면 그동안 축적된 온라인 수업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전보다는 조금 덜 힘들고도 매끄러운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전인적으로 교감하며 소통하는 교육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네이버 블로그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운영중.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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