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대 170억달러(약 19조원)에 달하는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가운데 유력 후보로 떠오른 텍사스주 외에도 뉴욕주와 아리조나주도 후보지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천문학적인 경제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각 후보지에서도 삼성전자의 최종 결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8일 아리조나주 지역지인 아리조나센트럴은 "삼성전자가 아리조나에 공장 건설을 결정한다면 메트로 피닉스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부문이 삼성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피닉스를 위시한 주변 도시들을 포함하는 메트로 피닉스에는 인텔을 비롯해 ON세미콘덕터,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등 유명 반도체회사들이 다수 자리 잡고 있다.
다른 후보 지역과 비교해 시너지 효과를 더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텔의 경우 삼성전자에 향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맡길 수 있는 유력 후보로 지목된다.
여기에 대만의 파운드리 공룡인 TSMC는 지난해 5월 피닉스 북부지역에 120억달러(약 15조원)를 들여 5나노미터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힌 뒤 작년 12월 부지를 확정한 바 있다.
아리조나 센트럴지는 "삼성이 메트로 피닉스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면 TSMC가 매입한 1129에어커(약 456만8900㎡)보다 더 큰 규모로 들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리조나 의회, 지방정부, 삼성전자 미국법인 등에서는 이번 건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만약 삼성전자의 새 반도체 공장이 아리조나에 지어진다면 공장부지 유력 후보장소는 굿이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굿이어의 외국무역지대(Foreign Trade Zone·FTZ)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지로, FTZ는 미국에서 네 번째로 긴 주간고속도로 I-10을 비롯해 여러 주요 고속도로들이 인접해 있고 피닉스 다운타운과도 20~3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존 18%의 재산세를 5%로 낮춰주는 세금 감면 혜택과 숙련된 인력도 장점으로 꼽힌다.
굿이어 소재 FTZ에 입주하려면 최소 2500만 달러의 투자, 75명 이상 고용 등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삼성전자의 새 반도체 공장은 이런 조건을 크게 상회해 충족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리조나주 토지국이 굿이어 FTZ 내에 보유하고 있는 땅을 경매로 내놔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굿이어 FTZ 내 1100에어커 규모 땅을 4월 21일 경매에 부치겠다고 아리조나주 토지국은 밝혔다.
경매 시작가는 1억2771만달러부터다.
경매에 나온 부지는 I-10 하이웨이와 303 하이웨이가 교차하는 지점 바로 서쪽 편이다.
아리조나 토지국이 TSMC가 사들인 피닉스 북부지역 땅 규모와 비슷한 크기의 굿이어 FTZ 부지를 지금 이 시점에 내놓은 것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의 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주정부의 공식적인 설명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한편 삼성전자가 검토 중인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투자가 공장 건설에서만 지역사회에 한화 10조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단위로 이뤄지는 대규모 반도체 시설 투자는 고용 창출과 부가가치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편인데, 삼성전자는 이 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투자 후보지와 세금 혜택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수치는 지난 7일 삼성전자가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반도체 공장 건설 후보지인 텍사스주 재무국에 제출한 투자의향서에 따른 것이다.
컨설팅 회사 '임팩트 데이터소스'(Impact DataSource)가 분석한 경제적 파급효과 보고서가 투자의향서가 첨부됐다.
임팩트 데이터소스는 삼성전자의 오스틴 파운드리 투자 계획인 '실리콘 실버' 프로젝트가 공장 건설 과정과 향후 20년간의 시설 가동을 나눠 지역사회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추산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체 투자금 170억 달러(약 19조원) 중 50억6900만 달러가 공장과 부동산에 사용되고, 99억3100만 달러가 파운드리 사업 관련 설비·장비 구매에 사용된다.
공장 건설 과정에서 40억5500만 달러(약 4조5천억원)가 직접적으로 건설사와 설계사 등 지역사회 제조업 매출에 유입될 것으로 계산됐다.
그 외에도 대규모 건설 과정에서 제조업 뿐 아니라 유통과 물류, 소비 등 간접적인 파급효과까지 고려하면 공장 건설 중 지역사회에서 총 89억 달러(약 10조원)의 경제 활동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공장 건설 과정에서 총 1만9873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이들에 대한 봉급은 총 46억 달러(약 5조2천억원) 규모일 것으로 계산됐다.
임팩트 데이터소스는 반도체 공장이 가동할 경우 일자리와 세수 등을 통해 향후 20년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와 세금도 계산했다.
직·간접적으로 총 86억 달러(약 9조7천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고, 2973개의 정규 일자리, 이들에 대한 봉급으로 73억 달러(약 8조2천억원)가 지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판매세와 재산세, 임직원 소비 등을 통해 향후 20년간 지방정부가 12억 달러(약 1조3천억원) 규모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임팩트 데이터소스는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삼성전자는 향후 20년간 8억550만 달러(약 9천억원)의 세금감면 혜택을 달라고 지방정부에 요청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여러 후보지를 검토 중이고, 최종 결정 시기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삼성전자는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보유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으로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대만 TSMC를 제치고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