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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학교에서 일하다 보니, 한국과의 확연한 문화차이, 교육관의 차이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  

며칠전에도 학생들의 읽기 지도용 교재에 나와 있는 동화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에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이것은 한 쪽의 문화가 옳고 다른 쪽이 틀리다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것이다.  

나를 놀라게 한 동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3학년들이 읽는 동화였다.  

다리가 8개인 거미 학생이 어느 날 다리가 10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리 2개 더 있으면 피아노도 칠 수 있을 것이고, 도자기도 만들 수 있고, 담요도 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또한 화려한 동작의 무용도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데까지 상상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생각을 여러 친구 거미들에게 이야기했고 심지어는 수업시간에 이 아이디어를 내용으로 연설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에게 F 학점을 주었다. 

낙제 점수를 받은 거미 학생이 선생님에게 이유를 묻자 선생님이 답하였다. 

"학생, 나는 꿈에서라도 자기가 다른 학생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상을 주지 않아. 더군다나  자네는 지금 모습 그대로 완벽하다네. 여덟이 가장 좋은 숫자라네. 열이라는 숫자보다 두 글자나 더 많지 않은가?(eight 이 ten 보다 철자 2개가 더 많다는 뜻)"

이 동화의 결말을 읽고는 깜짝 놀랐다. 

사실 도입 부분을 읽으며 '이 거미는 얼마나 진취적이고 앞서 나가는 친구인가, 틀림없이 성공할꺼야'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나중에 커서 거미는 갑부가 되었다라는 류의 결말을 상상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말인가? 낙제 점수를 받다니. 

앞서겠다는 생각에 칭찬을 커녕 생긴데로 살라는 선생님의 조언까지 덧붙여진 결말에 이 동화 내용이 3학년 학생들에게 어떤 덕목을 가르치는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그런데 또다른 읽기 교재에 실린 동화를 읽고는 미국 학교에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나에게 충격을 준 두번째 동화는 이러하다.   

어느날  아기곰이 친구가 없어서 고민에 빠졌다. 

아기 곰은 아빠 곰에게 어떻게 하면 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 물어 보았다. 

그러자 아빠 곰은 "Just be yourself!" 우리말로 하자면 "그냥 있는 그대로의 네가 되면 된단다."  다시 말해 "생긴데로 살아라."라고 싱거운 답을 해 주었다.  

하루는 아기곰이 바위에 쓸쓸히 앉아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지나가던 토끼가 노래 소리를 듣고는 다가가 보았는데, 아기 곰이 무서워서 바위 뒤에 숨어서 지켜 보았다. 

한참을 지켜보던 토끼는 "이렇게 멋진 노래를 부르는 친구라면 무섭지 않을거야!"하고 생각하고는 가지고 있던 나팔을 불며 아기 곰 옆으로 다가갔다. 

토끼와 아기 곰은 한참을 서로의 곡조에 맞추어 노래와 연주를 하다가 친구가 되었다는 내용의 동화였다.  

나를 한참이나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빠 곰의 단순한 답이었다.  

만약 내가 아빠 곰이었다면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 그러면 아이들이 서로 친구하자고 몰려 올꺼야." 라거나 "친절한 말투와 표정으로 다른 동물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 봐."라고 하거나 "맛있는 간식을 싸들고 가서 함께 나누어 먹으렴." 등의 충고를 건냈을 것이다. 

실제로 예전에 자녀가 친구를 사귀지 못해 고민하는 학부형들에게 나는 이런 류의 충고를 하곤 했었다.  

이 동화를 읽으며 나의 생각을 들여다보니, 나의 머릿속에는 "내가 좀더 발전하고 앞서 나가고 다른 이들보다 나아야 친구도 생기고 삶이 윤택해 질 것이다."라는 생각이 뿌리 박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미국의 학교에서는 남보다 앞서 나가거나 높아지는 것 보다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자기의 삶에 만족하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두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자기의 입장을 스스로 대변하는 힘을 기르는 것에 교육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학생들이 치루는 시험의 종류를 보아도 차이가 난다. 

한국의 학교에서는 학력고사, 경시대회 등을 주로 보는데, 미국에서는 "진단평가"를 많이 본다.  

사실 4월에 아리조나에서 치루게 되는 AzMerit 이라는 주단위 평가도 문제의 수준이 학력고사나 경시대회가 아닌 진단평가이다. 

한국의 학교에서는 앞서 나가기 위해,  발전하기 위해 교육을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면 지금 내가 일하는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나를 발견하고 나를 표현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둘 중에 무엇이 맞고, 틀리고는 없다. 다만 서로 강조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바가 다르다는 것이다.   

앞만 향해 달음질치는 것에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던 8학군 출신의 나는 지금 현상유지에만 급급하는 자아도취적 개인주의가 만연한 미국 학생들을 한심하게 쳐다 보기도 하고, 도무지 만족하지 못하고 노동에 가까운 공부에 허덕이는 한국 학생들을 불쌍히 여기기도 한다.  

무엇이든 균형이 잡히면 좋으련만 참 어렵다!

 

네이버 블로그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운영중.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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