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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에는 500명이 넘는 주요 등장 인물들이 나온다. 

주인공은 최참판 댁의 마지막 여인 최서희라 할 수 있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줄거리의 한 축을 형성하는 인물들도 여럿 있다. 

그 중 상민 출신으로 무당의 딸 월선과 이루지 못할 사랑을 나누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용이라는 인물이 있다. 상민으로 태어났지만 양반 이상으로 생각이 깊고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인물이다. 

최참판 가문의 마지막 남자였던 최치수, 최서희의 아버지로 이용과는 비슷한 또래인데, 그가 처참하게 살해당하기 전 이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소설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사람이 존엄하다는 것을 용이 놈은 잘 알고 있지요. 그놈이 글을 배웠더라면 시인이 되었을 게고 말을 타고 창을 들었으면 앞장섰을 게고 부모 묘소에 벌초할 때마다 머리카락에까지 울음이 맺히고 여인을 보석으로 생각하는, 그렇지요, 복 많은 이 땅의 농부요."

사람이 존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부모 묘소에 벌초할 때마다 머리카락에까지 울음이 맺히고, 여인을 보석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부모 묘소를 벌초하면서 머리카락에까지 울음을 맺는 사람. 부모가 어떤 존재이기에, 부모를 위하는 마음이 어떠하기에, 그는 머리카락에까지 맺히는 울음을 우는가? 

여인을 보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니! 정식 혼인 관계를 맺은 부인이 있고, 어릴적부터 마음에 담고 진정한 사랑을 키워온 무당의 딸 월선이 있으며, 아들을 낳아준 또 다른 여인까지, 세 여인들 사이에서 어느 누구도 허투루 대하지 않으며 인간이 정말 존엄하다는 사실을 담담히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소설에서 거의 냉혈한처럼 그려지는 최치수의 입에서조차 "그렇지요, 복 많은 이 땅의 농부요"라는 감탄의 말이 나온다. 

참으로 인간다운 인간 '이용'이다. 

지난 주간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시카고 아들의 졸업식을 다녀왔는데, 비행기 여행이다 보니 자연 많은 사람들을 스치며 지나갔다. 

학교에 가서는 아들의 룸메이트,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 택시운전수들, 식당 종업원들, 졸업식장에서 가까이 앉았던 사람들, … . 

정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마치 『토지』 속에 수많은 인물들처럼 짧은 여행 기간 동안 여러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발견하였다. 

아들이 좋아하는 사람이면 아버지인 나도 쉽게 좋아하게 되는 법.

룸메이트로 3년을 함께 살았고, 졸업 후 얻은 직장들이 서로 가까워 새로 구한 아파트에서도 함께 살기로 한 친구를 소개받았다. 

아프리카 우간다(Uganda)에서 특별장학생으로 선발되어 4년간 시카고 대학 경제학과에서 공부하고 졸업하는 브라이언(Brian)이라는 친구다. 

한 눈에 정직하고 착한 학생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가난한 나라에서 왔으니 어린 나이지만 가난이 가르쳐준 삶의 진실을 벌써 몸으로 알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위고가 '가난을 모르는 자와는 철학을 논하지 말라' 했는데, 짧은 영어로 몇 마디 나누었고 무엇보다 아들이 전해준 그 룸메이트에 관한 이야기들을 통해 '참 좋은 친구를 우리 아이가 만났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감사했다.

브라이언의 아버지와는 좀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간다에서 신학교 교장으로 있으면서 목회자들을 훈련시키는 분이었다. 

시카고에 있는 휘튼 칼리지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조국으로 다시 돌아가 현재 급성장하고 있는 우간다 교회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교회 성장의 속도가 너무 빨라 훈련된 목회자가 절실한 상황이라 토로하며 재정적으로 또 학문적으로 모든 것이 부족하다 한다. 

그런 가운데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해내고 있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우리 교회에서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보겠다 하며, 우리도 아직 부족해서 많이 할 수는 없다고 하자 그는 오병이어 기적을 말하며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는 것이니 걱정 없다고, 잘 될 것이라고 한다. 

다음날 졸업식장에서 또 우연히 마주쳤다. 

부인과 같이 있었는데, 한쪽 팔이 플라스틱으로 된 것이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내가 그 부인 얘기를 하며 우간다에 학살 같은 것이 많았는데 그럴 때 한쪽 팔이 잘린 것 아닌가 하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브라이언과 그의 부모를 생각하며 『토지』의 이용을 떠올린다. 

정말 사람이 존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분들, 머리카락에까지 울음이 맺히고, 인간을 보석처럼 아낄 줄 아는 분들인 것 같다.

졸업식이 토요일 오후 늦게 끝나기에 주일 예배를 시카고 아들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드리고, 집으로 오는 공항에서 교우들에게 전화를 했다. 

권사님과 통화가 되었는데, 목소리가 아주 맑고 청량했다. 

예배와 친교 등 모든 것이 은혜 가운데 잘 진행되었다고 말씀하신다. 

1부 예배는 권사님이 맡아 수고하셨는데 그것도 잘 하셨다 한다. 

떠나있으니 더 그리워지는 교우들, 모두 『토지』의 이용과 같고 브라이언, 또 그의 부모들 같다. 머리카락에까지 울음이 맺히고, 인간을 보석처럼 여길 줄 아는 나와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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