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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설교 시간에 시청각 자료, 칠판, 짧은 동영상 등 여러 다양한 보조 도구를 사용하며 설교합니다. 한번은 줄 몇 가닥을 준비했습니다. 모두 하나님 손에 붙들린 줄들이라고 말씀 드리고, 때때로 이 줄들은 죄로 인해 끊어져 버린다고 하며 가위로 하나를 잘랐습니다. 청년부 형제의 줄인데, 정욕적인 생각과 행위로 인해 하나님에게서 끊어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기시어 다시 묶어주십니다. 관계가 회복된 것이죠. 집사님 줄도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염려와 근심이 지나쳐서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합니다. 결국 줄이 끊어져버려요. 역시 하나님은 집사님을 불쌍히 여기시며 묶어주십니다. 하나님과 관계가 회복된 것이죠. 권사님 줄도 가위로 자릅니다. 자식 걱정 때문에 주의 일에 게을러요. 그래서 관계가 끊어져버린 거예요. 하나님은 권사님에게도 자비를 베푸셔서 큰 사랑으로 묶어주시며 끊어진 관계를 회복시키십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줄들은 끊어지고 또 끊어집니다. 청년부 형제 것도, 집사님 것도, 모두 끊어지고 또 끊어져요. 그럴 때마다 하나님은 묶어주시고 또 묶어주시고……. 되풀이되면서 매듭은 많아지고 줄은 짧아지며 결국 하나님께 가까이 가게 됩니다. 끊어지고 묶어주실 때마다 끈은 하나님께 더 가까워집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바르게 행한다고 노력하지만 되풀이되는 것은 죄뿐입니다. 자기 중심적이고 욕망에 이끌리고 쾌락에 사로잡힙니다. 게으르고 교만합니다. 하나님과의 줄이 계속 끊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그럴 때마다 하나님은 다시 묶어주시고 또 다시 묶어주십니다. 은혜의 주님이시고 사랑의 하나님이십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그럴 때마다, 그렇게 묶어주실 때마다, 오히려 하나님께 더 가까워진다는 사실이에요. 매듭이 생길 때마다, 끊어졌던 관계가 회복될 때마다, 우리는 하나님께 가까워집니다.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런데 이 예화가 안고 있는 맹점이 하나 있습니다. 예화를 들으면서 할 수 있는 생각이, '그러면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 죄를 더 지어야겠네. 죄를 반복하는 횟수가 많아지고 계속 많아지면, 결국 매듭이 계속 생기는 것이고, 그래서 하나님께 더 가까워지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죄 짓는 것 괜찮아, 하나님께 더 가까워지는데 뭐.' 그렇게 자기를 합리화시키고 죄를 미화시킵니다. 은혜의 남용, 용서의 남용입니다. 

오든이라는 시인이 "잠시 동안"(For the Time Being)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읊었습니다. "사기꾼들이 다 큰 소리 치리라. '나는 범행을 좋아하고 하나님은 용서를 좋아하니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이냐'고."

사기꾼들이 하는 말입니다. 자기는 범행을 좋아하고 하나님은 용서를 좋아하시고, 그러니 참 멋진 세상이라는 것이죠. 은혜의 남용입니다. 은혜와 용서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기꾼이에요.

나치 히틀러에게 저항했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값싼 은혜'라는 말을 했습니다. 히틀러에게 동조하는 루터교 목사들이 주일에는 강단에서 은혜에 대해 설교합니다. 그리고 주중에는 히틀러의 인종 차별, 생체 실험, 대량 학살에 대해 아무 말 하지 않아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없이 동조합니다. 이에 대해서 본회퍼는 저들이 설교하는 은혜는 값싼 은혜라고 말합니다. '용서받을 텐데, 하나님은 은혜의 하나님이시지 않느냐. 유대인 학살하고, 생체 실험하고, 그래도 주일에 와서 은혜에 대해 듣고 고해성사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아주 값싸게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호주의 한 섬 감옥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은 한 죄수가 어느 날 아무런 이유도 없이 동료 죄수를 때려 죽였습니다. 감옥 측은 살인자를 시드니 본토로 보내 법정에 세웠어요. 죄수의 범행 진술은 아주 솔직하고 냉담했습니다. 후회의 빛도 없고 피살자에 대한 원한도 없었습니다. 판사가 당황해서 물었어요. 

"그러면 왜 죽인 거요? 동기가 뭐요?"

죄수는 잔인하기로 악명 높은 섬 생활에 이골이 나서 계속 살아 있을 이유를 전혀 못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판사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건 다 좋소. 그러면 당신 혼자 바다에 빠져 죽든지 하지 왜 사람을 죽인 거요? 왜 하필 살인이란 말이요?"

죄수가 답했습니다. 일말의 후회나 죄의식 전혀 없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저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자살하면 바로 지옥행입니다. 하지만 살인하면 다시 시드니로 보내질 것이고, 처형 전에 신부한테 고해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을 겁니다."

하나님의 용서, 하나님의 은혜를 철저히 남용하고 값싸게 만들어버리는 실례입니다.

한국은 대통령 권력을 이용한 몇 몇 사람들의 전횡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본인이 원래 그런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도 들게 합니다. 국회의원들 앞에 불려 나온 장관들과 고위 공직자들이 추궁 당하고 있는 장면들을 인터넷을 통해 듣던 중, 의외로 교회 출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관 후보자로 나온 사람이 과거 고위 공직에 있을 때 공금을 정기적으로 교회에 기부했다는 사실을 추궁 받고 있었습니다. 국민의 세금을 (봉투에는 분명 자신의 직위와 이름을 적었을 겁니다.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서) 교회에 기부금으로 (정확히는 헌금이었겠죠) 냈습니다. 교회를 대상으로, 하나님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렇게 하면 다른 범죄가 가려질 것이고 교회에 냈으니 은혜가 임할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값싸게 만들어버린 목사들과 히틀러 정권을 향해 예리한 복음의 칼을 들었던 본회퍼, 결국 수용소에서 교수형에 처해지고 말았지만, 오늘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본회퍼를 다시 읽고 깨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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