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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터무니없는 교만과 허영 속에 빠져 있었다. 개척한 교회의 이름을 '뉴욕새벽교회'라고 했다. 새벽은 내 인생에 있어서 늘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폐병과 투병할 때 성령님의 치유의 손길을 경험하면서 폐병이 완치됐던 기적의 시간이 바로 새벽 미명이 밝아오던 때였다. 그리고 마음이 분주하고 정리가 안 되며 영적인 답답함이 있을 때에 새벽에 기도를 드리고 나면 막혔던 숨통이 확 뚫리는 것과 같은 상쾌함을 느꼈다. 새벽은 내게 있어 늘 신선함과 기적 그리고 치유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기도하는 가운데 교회의 이름을 새벽교회로 하기로 결정했다.

교회는 한 명의 교인도 없이 시작해서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 약 20여 명으로 늘어났다. 교인은 뉴욕에서 처지가 어려웠던 불법 체류자들, 오갈 때가 마땅치 않았던 가난한 유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했다. 목사로서 나는 그들에게 영적인 부분을 먼저 채워줬어야 했는데 우선 급한대로 물질적인 부분들을 많이 도와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런저런 소문을 듣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면서 교인수는 금방 1백여 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렇지만 그들 가운데 교회에 헌금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예수를 영접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저들은 단지 현실적인 도움, 예를 들면 영주권 신청에 필요한 서류가 필요했다. 유학생들의 경우는 용돈이라도 좀 받아갈 수 없을까 해서, 또는 무숙자 생활을 하는 이들은 따뜻한 밥 한 그릇이 그리워서 교회를 찾아왔다. 그런 중에 나는 영적으로 눈을 뜨고 저들에게 열심히 복음을 전파했어야 했는데, 영적으로 무감각해질대로 무감각해진 나는 그저 주석이나 베끼는 설교로 주일 강단을 때웠다. 또한 교단 정치와 관련된 일들에 모든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목회는 그렇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리고 나는 목회를 상당히 잘하고 있다는 심한 착각과 자기도취 가운데 빠져 있었다. 함께 신학교를 졸업하고 사역을 변변치 못하게 하고 있던 동료 목사들을 우습게 여기기도 했다. 그런데 잘못된 동기로 모이기 시작했던 사람들은 모일 이유가 없어지면 금방 교회에서 떨어져 나갔다. 은혜도 받지 못하고, 주일 설교를 통해 삶에 어떤 도전도 받지 못하던 사람들은 언제 교회에 나왔던가 싶게 아무 미련 없이 교회를 떠나곤 했다. 출석 교인이 100명까지 올라갔다가 한 달 만에 다시 20~30명 선으로 떨어지는 등 불안정한 모습이 몇 번씩 반복됐다. 나는 그 이유를 가끔씩 아내에게 돌리곤 했다. 사모가 목사를 위해 기도를 하기는커녕 주말이면 부부싸움을 걸어와 주일 설교를 준비해야 될 시간에 열불을 붙여 놓으니 무슨 은혜스러운 설교를 준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나의 구차스런 변명이었다. 아내는 아내대로 주석이나 베껴서 줄줄 읽어 내려가는 설교가 무슨 설교냐며 오히려 빈축을 주기 일쑤였다. 목회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그렇게 엉터리 목회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목회를 잘 하려면 목사도 돈이 좀 많이 있어야겠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에 빠졌다. 돈이 있어야 교회 건물도 좀 번듯하게 지을 수 있고, 건물이 좋으면 사람들도 많이 찾아올 것이라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목회관을 갖고 있었던 것이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모임 자체라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그때 목회를 하면서 손댔던 비즈니스가 바로 동전 세탁소였다. 목회는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그 당시에 세탁기 130대가 들어간 동전 세탁소를 차려서 1 년 안에 아주 짭짤한 수익을 남 겼다. 내가 보기에도 나는 목회 쪽보다는 비즈니스 쪽에 훨씬 수완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철저히 인간적인 목사였다. 그런 나는 명예에 사로잡혀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싶었다. 하루는 교회에서 후원하는 선교지의 학장님이 교회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는 선교지의 어려운 사정들을 털어 놓으면서 재정 지원을 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선교지에서 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정식으로 인가를 받은 학교이고, 박사 학위 코스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신학교 재정을 위해 후원해주시면 명예박사 학위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명예박사 학위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저희 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정식으로 수여해 드릴 수 있습니다."

나는 학위라는 말에 명예박사 학위가 받고 싶었다.

"선교지에서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저희가 교회 사정만 된다면 좀더 많은 액수를 후원하고 싶지만, 지금은 학장님이 제안하신 것만 후원하겠습니다."

반 년 정도가 지난 후에 학장님이 운영하는 신학교에서 명예 신학박사 학위 학위증서와 박사 증명패가 도착했다. 그리고 그 증명패를 받고 난 다음 날 나는 명함을 새로 만들었다. 여러 가지 직함과 직책들이 너무 많아서 명함을 만드는 사람 이 몇 개는 좀 생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굳이 모든 직함들을 다 집어넣도록 부탁했다. 명함에는 6개의 직함과 직책이 적혀 있었고, 그 중에서 명예 신학박사 직함이 가장 첫줄에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신학박사 김태훈 목사가 되었다. 많이 배우고 못 배운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워낙 학벌이 부족했던 나는 자격지심 때문에 그 이름 뿐인 학벌과 직함에 그렇게 연연했던 것이다. 

구한말 일제시대 때 평안도의 한 교회에 목사님이 새로 부임하셨다고 한다. 그 목사님은 배운 것은 없어도 기도를 참으로 많이 하는 분이었다. 그 목사님이 부임한 후에 교회는 많이 부흥했다. 그런데 성도들의 마음 가운데 '저렇게 배운 것 없는 목사가 부임해서도 교회가 이렇게 부흥되니, 학벌이 좋은 목사가 오면 교회가 얼마나 더 부흥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목사님을 내보내고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목사를 모셔왔다. 그런데 교회가 부흥이 안 되는 것이었다. 새로 부임한 박사 목사님도 마음이 불편해져서 교회 관리집사에게 물었다. 

"전에 있던 목사와 나와의 차이가 무엇 입니까."

그러자 관리 집사가 말했다. 

"전에 계시던 목사님은 교회 지하실이나 강단 위에서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은 한 번도 엎드린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목회의 능력은 학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무릎 꿇고 하나님 앞에 간구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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