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조회 수 10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chan.jpg



서울에서 만두집을 경영하며 살아가는 젊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부는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만 되면 어김없이 만두가게에 나타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만두집 부부는 그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유가, 매주 수요일 3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언제나 따로따로 만두집으로 들어오십니다. 

식탁에 앉아서도 서로 마주앉아 쳐다보는 표정 등이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대개는 할아버지가 먼저 오는 편이었고,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 같이 날씨가 궂은 날은 할머니가 먼저 오셔서 구석자리에 앉아 출입문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할아버지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만두를 시킨 뒤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를 먹을 생각은 않고, 마치 금방 이별이라도 할 젊은 연인들처럼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저 서로 쳐다보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난 듯 상대에게 황급히 만두를 권하고 또 다시 눈이 마주치면,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하고, 두 분이 그렇게 만두를 드시다가 가시는 것입니다.

만두집 부부는 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부부지간일 리가 없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부부라면 매번 만두집에 따로 나타나실 리가 없고, 만날 때마다 그처럼 서로 애절하게 쳐다보다가 헤어질 리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마 옛날 이루어질 수 없었던 '첫사랑'의 관계로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몸은 늙어도 사랑은 늙지 않는 법이기에 나이 들어 우연히 재회한 첫사랑의 연인들로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젊은 시절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의 아쉬움을 나누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수요일, 그 날 따라 할머니의 안색이 영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병색이 완연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만두 하나를 집어 할머니에게 권했지만 할머니는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따라 할머니는 눈물을 자주 닦으며 어깨를 들먹이곤 했습니다. 

한참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만두 값을 치른 할아버지는, 그 날 만큼은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만두집을 나섰습니다. 

곧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걷는 할머니를 마치 어미닭이 병아리를 감싸듯 안고 가는 할아버지. 그 두 노인의 뒷모습이 왠지 가슴 아프게 보였습니다.

그 날 이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발길이 끊어졌습니다. 

그 다음 수요일도, 또 그 다음 수요일도 두 노인은 영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만두집 부부는 궁금하기 짝이 없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여가 지난 어느 수요일 정각 오후 3시에,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만두집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부부는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얼굴은 예전과는 달리 몹시 초췌해 보였고,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부부를 향해 할아버지가 답례로 보인 웃음은 울음보다 더 슬퍼 보였습니다.

만두집 여자가 물었습니다. 

"할머니도 곧 오시겠죠?"

할아버지는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 말에 만두집 부부는 들고 있던 접시를 떨어뜨릴 만큼 놀랐습니다. 

그리고 마치 독백하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의 사연을 들으면서 부부는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첫사랑의 관계가 아니라 어엿한 부부지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수원에 있는 큰 아들의 집에서, 할머니는 서울에 있는 둘째 아들의 집에서 각각 떨어져 살아야만 했습니다. 

두 분의 사이가 나빠서가 아니라 자식들이 싸운 결과였습니다. 

큰 며느리가, 다 같은 며느리인데 자기 혼자만 시부모를 모두 모실 수 없다고 강경하게 나섰고 둘째 며느리 역시 같았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아들들이 공평하게 한 분씩을 모시기로 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서울과 수원으로 생이별을 하게 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3시만 되면 마치 견우와 직녀처럼 그 만두집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온 것입니다.

작가 조연경 씨의 <효도별곡>이라는 꽁트를 그대로 옮겨보았습니다. 

여름 방학을 맞아 한국을 방문하는 조카에게 아내가 장모님 브라우스를 하나 사서 보내드렸습니다. 

외손녀 딸과 볼을 비비고 있는 사진이 카톡으로 전송되어 왔습니다. 

'고모가 보내온 브라우스를 할머니가 너무 좋아해요'라는 조카의 말과 함께. 

아주 작은 효도에 크게 기뻐하는 장모님을 보며 죄스러움과 감사가 함께 일어납니다.


  1.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65세가 되는데 아직 은퇴하지 않을 때 메디케어는?

    물러가기 싫은 여름이 마지막 용을 쓰는 지, 낮의 해가 뜨겁게 달구어져 있습니다. 그래도 제아무리 피닉스의 뜨거운 여름도 물러갈 때가 오는 법이지요. 두어 주일만 참아 봅시다. 벌써 아침 저녁으로는 서늘한 바람이 제법이잖아요. 오늘은 지난 주간에 상...
    Date2017.09.01
    Read More
  2.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오바마케어를 가진 사람이 65세에 메디케어로 바꿀 때는?

    지난 번에 65세가 되어도 은퇴하지 않고 직장을 유지할 때, 계속 직장 보험을 가지고 있어도 되고, 또한 메디케어로 갈아타도 된다고 알려 드렸습니다. 그런데 자영업을 하는 분 등, 단체 직장 보험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오바마 케어를 가지고 있었을 경우, 6...
    Date2017.09.09
    Read More
  3.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내셔널 메디케어 교육 주간 9월15-21일에 대하여

    미국에서 매 8 초에 1 명씩 메디케어 수혜자가 생기는 것을 아시는지요? 베이비 부머(Baby Boomer)들이 65세가 되기 때문에 하루에 10,800 명 이상이 메디케어에 가입하게 된다는 놀라운 사실을요! 베이비 부머란 무엇을 말하는지는 아시지요? 세계 제 2차대...
    Date2017.09.14
    Read More
  4.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오리지날 메디케어만 가지고 있으면 어떠냐고요?

    세상에, 아직도 그냥 오리지날 메디케어만 가지고 있는 분이 많다는 것을 오늘 새삼스레 알았습니다. 건강해서 병원에 한번도 안가는데 뭐.. 이런 심정인가 봐요. 그렇지만 절대로 그냥 있으면 안되죠! 안되는 이유 두가지는 첫째, 파트 D 문제와 둘째, 오리...
    Date2017.09.22
    Read More
  5.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써플리멘트 플랜과 어드밴티지 플랜, 어느 것을 선택할까?

    "이제는 어드밴티지 플랜으로 바꾸려고요" 어제 상담 전화를 했던 분은 수년동안 써플리멘트를 들었다고 합니다. 두분이 현재 각각 300불 쯤 월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더 이상 600불이나 쓰면서 써플리멘트를 들기가 버겁다면서 바꾸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물...
    Date2017.09.30
    Read More
  6.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2018년을 위한 연례가입기간이 가까와 왔어요!

    드디어 아침 저녁으로 신선한 바람이 붑니다. 가을과 함께 아리조나의 황금기가 돌아오니 너무 행복합니다. 지금부터 일곱 달! 지난 여름 동안에 지친 몸을 일으켜 새로운 마음과 몸으로 더욱 건강하시자구요! 1) 2018년에 메디케어에 무엇이 변할 것인지 먼...
    Date2017.10.06
    Read More
  7.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94년 가족들을 한국에 두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신학대학원으로 유학 왔을 때 지금은 고인이 된 김광석 씨의 노래를 자주 틀어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의 노래 가운데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당시 저의 처지와 묘하게 오버랩 되며 가족에 대...
    Date2018.02.02
    Read More
  8.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돈벌레”

    월요일 새벽이면 동네 뒷산(South Mountain)을 오릅니다. 해가 뜨기 전 시작하여 거의 숨이 넘어갈 만큼 경사가 급한 곳을 올라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르면 해가 뜹니다. 사막에서 해가 떠오르는 광경은 신비로우리만치 찬란합니다. 아리조나의 삶에 매력을 더...
    Date2018.02.09
    Read More
  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大辯若訥(대변약눌)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매우 말 잘하는 것은 말을 더듬는 것 같다"는 뜻입니다. 중국 고전 명언 사전에는 그 뜻을 풀이하여 "위대한 웅변은 더듬거리는 말과 같아서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사람들을 마음으로부터 복종시키므로...
    Date2018.02.16
    Read More
  10.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마태복음 5장

    읽기 어려운 성경 중에 마태복음 5장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첫 번째 설교이자 거의 유일한 대중 설교라 할 수 있는 말씀들입니다. 보통은 '산상수훈' 또는 '팔복의 말씀'이라 부르고, 어떤 주석가는 'Hard teaching'이라 제목을 붙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어려...
    Date2018.03.03
    Read More
  11.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씨니어들을 위한 정부 혜택들

    제 글에 관심을 가지신 메디케어 수혜자님들께 "모두들 참 수고하셨어요!"라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오래전 어려운 조국을 떠나 희망의 나라 미국으로 용감하게 건너 온 우리들! 말이 안 통하는 한가지 약점을 본토인들보다 수십배 열심히 일함으로 메꾸며, ...
    Date2018.03.03
    Read More
  1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창세기 12장

    성경에서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만나는 이야기는 창세기 12장에 나옵니다. 불현듯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신 하나님이 '내가 보여 주는 땅으로 가라' 명하시고, 그를 '믿음의 조상'으로 그리고 '복의 근원'으로 삼으십니다. 이때 아브라함은 지금의 터키와 시리아...
    Date2018.03.09
    Read More
  13.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메디케어를 받는 나, 주정부 보조도 받을 수 있을까?

    지난 주 글에는 메디케어 수혜자들에게 주는 연방정부 보조금, Extra Help, 엑스트라 헬프에 대해서 알아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아리조나 주정부의 보조금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저는 메디케어와 연관된 혜택만 살펴 볼 것이에요. EBT(일명 푸드 스탬프) ...
    Date2018.03.09
    Read More
  14.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當無有用

    중학교 2학년 때 송창식의 노래를 들으며 대중가요에 눈을 떴던 기억이 눈에 선합니다. 동요나 유신 정권 시절 정부 홍보용 노래들밖에 모르던 저에게 송창식의 노래들이 귀에 들어오면서 '아, 이런 세계가 있구나!' 감탄했습니다. 소풍을 가서 송창식 흉내를...
    Date2018.03.17
    Read More
  15.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나의 도움

    코미디언 빌리 크리스탈이 광고 세일즈맨으로 나오는 영화 '닳아빠진 도시인들'(City Slickers)에서 현대인의 한 평생을 요약적으로 이렇게 묘사합니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아버지들이 초대되어 자녀들 앞에서 자기들의 직업을 소개하는 특별한 날을 배...
    Date2018.03.23
    Read More
  16.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수레기어머니

    한국 교회 초기 신자 가운데 '개신교 여성수도자들의 어머니'라 불리는 손임순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전남 화순 출신으로 '수락기' 마을에서 시집왔다 해서 '수락기댁'이라 했는데, 사람들은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수레기댁'이라 불렀습니다. 훗날 제자들은 '...
    Date2018.04.06
    Read More
  17.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새벽 말씀

    새벽 일찍 잠을 깨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1시 40분쯤 눈이 떠져 10시 주일 예배를 앞두고 사무실에서 잠이 오려는 듯 몽롱해지기도 했습니다. 봄에 잠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습니다. 일찍 눈이 떠지는 새벽에는 마치 어린...
    Date2018.04.13
    Read More
  18.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세월호 …

    이제 20대 중반이 된 큰 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때, 주일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오던 중 엄마의 손을 놓쳤습니다. 저는 미국에 혼자 와있었고 아내가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작은 애를 품에 안은 상태에서 잠깐 눈을 돌렸는데 그만 큰 아이가 없어진 ...
    Date2018.04.20
    Read More
  1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섭리

    『인생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뉴욕에서 1500여 명의 청중에게 강연한 후, 수백 명의 독자들이 로스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로스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기다리던 사람 모두에게 사인을 해 줄 수 없었습니다. 적당...
    Date2018.05.05
    Read More
  20.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아주 작은 효도

    서울에서 만두집을 경영하며 살아가는 젊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부는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만 되면 어김없이 만두가게에 나타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시간...
    Date2018.05.1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