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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의 경합주 중 하나인 아리조나주에서 남북전쟁 시대에 제정된 낙태 전면 금지법을 폐지하는 법안(이하 폐지안)이 주하원에 이어 주상원까지 의회를 통과했다.

민주당 소속인 케이티 홉스 아리조나 주지사가 곧 폐지안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낙태 반대로 대선 앞 낙태권 논쟁에서 공격을 받아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P 통신에 따르면 아리조나 주상원은 1일 민주당 의원 14명에 공화당 의원 2명이 가세해 찬성 16 대 반대 14로 낙태 전면 금지법 폐지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24일 주하원은 민주당 의원 29명과 공화당 이탈 의원 3명이 합세하면서 폐지안을 의결한 바 있다.

1864년에 제정돼 무려 160년이 된 낙태 전면 금지법은 산모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를 제외하고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에도 모든 시기에 낙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앞서 아리조나주 대법원은 지난달 9일 낙태를 전면 금지한 1864년 주법을 다시 시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아리조나 주의회는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며 이를 폐지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주의회가 통과시킨 이 법안에 홉스 주지사가 서명해 효력이 발생하면 2022년 제정돼 시행 중인 법안에 따라 아리조나주에서는 다시 임신 15주까지 법적으로 낙태가 가능하다.

홉스 주지사는 이날 성명에서 "아리조나 여성들은 자신과 의사 사이에서 내려야 할 결정을 정치인이 내리는 주에서 살아야 할 의무가 없다. 우리는 이 끔찍한 낙태 금지법을 영원히 없애버릴 것이다. 이번 폐지는 여성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싸움의 시작에 불과하다. 의회에 체외 인공수정(IVF·시험관 아기) 역시 보호할 것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며 2일 예정된 행사에서 신속히 폐지안에 서명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아리조나주는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격전지로 꼽히는 곳이다.

민주당은 이번 법안 폐지를 고리로 다시 트럼프 때리기에 나섰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전국적으로 여성들은 트럼프가 초래한 혼란과 잔인함 속에서 살고 있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는 또 "아리조나의 민주당원은 트럼프와 그의 극단주의 동조자들이 만든 파괴적인 혼란상을 정리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대해 예외 없이 낙태를 금지하는 주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언급은 이번 폐지안이 입법 회기 종료 후 90일이 지나야 발효되기 때문에 기존 전면 금지법이 6월이나 7월까지 여전히 효력을 지닌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관련, 크리스 메이즈 아리조나주 법무장관은 "안심해도 된다. 법무부는 이 터무니없는 160년 된 법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옵션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태 서비스 제공 기관인 가족계획협회 아리조나 지부도 이날 오후 주 대법원에 폐지안이 발효될 때까지 낙태 서비스 중단을 막아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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