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평소에도 늘 곁에 두고 읽는 습관은 개인의 노력 이외에도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 조성과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결합될 때 잘 정착된다.
미국 내 여러 학교들에서도 학생들이 읽기 문화에 익숙해지도록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으며 특히 아리조나의 한 초등학교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 저자 짐 트렐리즈는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읽기 교육을 하는 학교'로 아리조나 주 메사의 자하리스(Zaharis) 초등학교를 꼽았다.
자하리스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서면 '여기가 학교 맞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 교실에 있어야 할 책상, 걸상, 교과서가 없어서다.
대신 바닥에 푹신한 카펫이 깔려 있고 낮은 원탁 4개에 학생들이 둘러앉아 있다. 이층침대와 소파, 안락의자, 심지어 욕조도 있다.
학생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눕거나 걸터앉거나 엎드리는 등 각자 가장 편한 자세로 책에 빠져들었다.
10분간 개인 독서 후 옹기종기 카펫 위에 모여 앉았다. 남학생 둘이 급우들을 대표해 소파에 앉아 그림책 '고양이 피트'를 읽어줬다.
읽기 담당교사는 "혼자 읽거나 소그룹 읽어주기, 아니면 어른과 함께 읽기 등 다양한 독서법을 경험해 가장 알맞은 방식을 학생이 스스로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자하리스 초등학교는 거대한 '책의 숲'이다.
교실과 복도 곳곳에 책들이 비치돼 있고 벽에는 문학 작품에 나온 문구들이 적혀 있다.
학교 전체에 책 10만권이 있다.
2002년 개교 이래 책 읽기 교육을 강조해 온 마이크 올리버(54) 교장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올리버 교장은 "독서는 스스로 의미를 찾는 훈련으로 비판적 사고를 키워준다"며 "단일 교과서로 지식을 일방 전달하는 19세기식 교육으론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고 했다.
이 학교에선 수학·과학은 정규 교과서를 쓰지만 읽기·쓰기·문학 등 언어 과목은 소설 등으로 가르친다.
정규 교과서를 쓰지 않기에 교사들은 수업 준비도 더 창의적으로 할 수 있다.
자하리스는 지난해 아리조나 주가 주관하는 표준시험 등으로 매긴 학교 종합평가에서 A+ 등급을 받았다.
소문을 듣고 학군 밖에서 전학 온 학생이 너무 많아 600명 정원에 이미 950명이나 다니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 미국 교육 전문지 '패어런트 & 차일드'가 '미국에서 가장 멋진 학교 25곳'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