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조회 수 11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chan.jpg

 

 

가수 양희은의 노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종종 듣습니다. 

양희은 씨가 직접 지은 노랫말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아 몇 번씩 반복하여 듣곤 하죠. 

이런 노랫말입니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이 /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중략)

 

목회를 정식으로 시작하고 5-6년 정도 지났을 때 함께 하던 교우들 여러 가정이 떠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주변 선후배 목사님들에게서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하며 '나에게는 없을 거야'라고 은근히 자만해 하던 저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 후 두 세 번 큰 결별이 더 있었고, 한 가정 또는 두 가정씩 떠나는 작은 결별은 거의 매 년 주기적으로 있어왔습니다. 

'나를 떠나는 사람이 있구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뇌리에 맴돌 때……. 

여럿이 떠나든 청년 한 명이 떠나든 저에게는 언제나 똑 같은 아픔이었고 똑 같은 상처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양희은의 노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더 심금을 울리죠.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에서 주인공 최서희 집안에 노비로 들어와 나중에는 최서희의 남편이 되는 김길상이 윤씨부인(최서희의 할머니)을 회상하며 이런 말을 합니다. 

"그 어른(윤씨 부인)을 나는 잊을 수 없습니다. 우러러 뵙고 싶은 분이었습니다. 나에게 글을 배우게 하시고 …… 어릴 적에는 나는 그것을 크나큰 은혜로 알았지요. 그러나 그건 정(情)이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보내는 정 말입니다. 상전이 하인에게 베푸는 은혜, 그건 아니었습니다. 그 어른은 웃으신 일이 없었지만 웃음보다 더 정을 느끼게 하는 슬픔이 있었습니다. (중략) 아무리 남에게 좋게 보여도 정이 없는 자는 거짓말쟁이입니다. 네, 거짓말쟁이입니다. 가증한 거짓말쟁입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그건 거짓말쟁입니다."

목사에게 필수 조건은 사랑이라 합니다. 

사랑 없는 목사는 직업으로 목회 일을 하는 것이라 공격하는 사람도 있고 …….

그런데 정(情) 없이 사랑이 가능할까요? 

'목사는 교인들에게 정을 주어서는 안 된다' 신학교에서 들었고 선배 목사님들로부터도 뇌리에 박히도록 들어왔습니다. 

정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목회하는 내내 저를 괴롭히는 문제가 '정 없이 참된 사랑이 가능할까?'입니다. 

'정 없는 사랑은 가짜 사랑이고, 아무리 좋게 보인다 해도 가증스런 사랑으로만 여겨질 텐데' 하면서요. 

이 문제로 갈등하고 실수하고 상처 받고, 그러나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저를 아프게 하곤 합니다.

목회자의 사랑은 나무 심기와 같다고 합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이 너무 가까우면 서로 부딪치며 부러지고 엉키고 상처를 입힙니다. 

아리조나와 같은 곳에서는 심지어 산불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목사와 교우들 사이의 사랑은 그렇게 적당한 간격을 둔 나무 심기와 같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론과 실제는 언제나 다른 법, 특히 사모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입니다.

가까우면 결국 상처로 돌아오고, 멀면 정이 없다고, 가식적이라고 흠 잡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너무 쉽게 믿는 경향이 많아 결국 상처로 돌아오고 미움과 원한이 쌓이고 맙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신영복 선생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그러므로 우리는 증오의 안 받침이 없는 사랑의 이야기를 신뢰하지 않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종이와 연필의 질이 좋지 않아 종이 밑에는 받침을 대고 연필에는 침을 발라 글씨를 썼었죠. 

그때 안 받침, 증오가 마치 그 안 받침과 같아서, 증오의 안 받침 없는 사랑의 이야기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그래서는 안 되지만 목사도 한 인간인지라 어쩔 수 없이 증오의 안 받침을 밑에 대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인내하고 참지만 내면에 증오의 응어리가 차곡차곡 쌓입니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사랑하라고 설교하지만, 때로 얼굴에 드러나고 스쳐가는 말 한 마디에 밑에 숨겨 있던 증오의 안 받침이 들통나고 맙니다.

 

양희은이 부르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이렇게 끝납니다.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 이 세상도 끝나고 /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 그 빛을 잃어버려 //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1.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명도전(明刀錢)

    지난 주간 MBC 피디 수첩을 유투브로 보았습니다. 부자 세습으로 세간에 주목을 받고 있는 서울의 명성교회를 다뤘습니다. 대부분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다시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저녁 늦게 보기 시작했는데 창문이 열려 있는 것도 잊...
    Date2018.10.21
    Read More
  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라는 구절은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입니다. 어느 위대한 분께서 하신 말씀인지는 모르나 미국 특수교육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가슴에 팍 와 닿는 문구입니다. 미국 특수교육의 역사는 짧고 굵습니다. 모...
    Date2018.10.13
    Read More
  3.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쓰레기통 옆에서

    일본 의사 하로야마 히데요시는 그의 책 『뇌내혁명』에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합니다. 의사였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수년 동안의 연구 끝에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하면서, 건강을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첫째, 건강을 위...
    Date2018.10.13
    Read More
  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에서 ESL 교실 탐방 이야기

    지구인 여러분, 영어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 그리고 교육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ESL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English as a Second Language(ESL) 반은 어떤 학생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게 ...
    Date2018.10.07
    Read More
  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선택은 힘들어!

    미국은 선택의 나라다. 선택 할 일이 참 많고, 개인의 선택이 존중된다. 선택의 유무는 자유와 직결된다. 한국에서 살 때는 선택을 해야 할 경우가 많지 않아 선택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이곳 미국에서 날마다 수많은 선택을 강요(?) 받다 보니...
    Date2018.09.30
    Read More
  6.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Spotify 예찬

    프란체스코 교황이 자신의 고국 아르헨티나의 주간지 <비바>와 한 인터뷰에서 행복에 이르는 비밀 지침 10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이 시대를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한 '행복 10계명'인데, 이렇습니다. 1) 내 방식의 삶을 살되, 타인도 자신의 삶을 살게...
    Date2018.09.30
    Read More
  7.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10월이 되기 전에

    벌써 10월이 닥치고 곧 매년 이맘 때의 연례 가입기간이 시작되는군요. 10월이 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메디케어에 관한 몇 가지 알려드릴 것이 있어서 펜을 들었습니다. 1) 새 메드케어 카드 발급 메디케어 닷 가브에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Date2018.09.30
    Read More
  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약함이 주는 강함

    나는 요즘 공립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으로 매일 출근한다. 무려 70일간이나 교생실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생실습 기간 중에는 네 번이나 장학관에게 검열(?)을 받아야 한다니 정말 확실히 실습을 시켜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치밀어 오른다. 이제 울며...
    Date2018.09.26
    Read More
  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가짜 뉴스

    백야드 텃밭을 갈아 엎고 있습니다. 텃밭이라 하기에는 좀 커서 며칠은 해야 밭을 다 일구고 파종을 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밭을 일군 것이 올 해로 3년 째인데 아직 밭의 토질을 잘 모릅니다. 원래 잔디밭이었는데, 10여 년 전에 잔디를 다 걷어내고 밭...
    Date2018.09.26
    Read More
  10.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축하합니다. 메디케어 카드를 받았어요!

    뜨거운 태양이 조금 늦게 뜨고 조금 일찍 집니다. 가을이 오는 발걸음 앞에 여름은 백기를 들고 사라지겠죠. 1) 드디어 카드를 받았어요! 최근에 기뻤던 일이 있었습니다. 연세가 많으시고, 오랫동안 미국에서 사셨지만 미국 내에서 일을 충분히 안하셔서 세...
    Date2018.09.16
    Read More
  1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지구인들이여,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신가요?

    미국에 살다 보니 영어 때문에 주눅드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특히 매주 영어로 글을 써야 하는 입장에서는 영어 때문에 가슴이 턱턱 막히고 눈물이 고이는 순간도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듣고 있는 과목의 숙제 때문에 2주 동안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 특히 ...
    Date2018.09.16
    Read More
  1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가수 양희은의 노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종종 듣습니다. 양희은 씨가 직접 지은 노랫말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아 몇 번씩 반복하여 듣곤 하죠. 이런 노랫말입니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 ...
    Date2018.09.16
    Read More
  1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완전 지구인 출몰!

    지난 겨울, 우리 집에 지구인이 왔다. 그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의료 선교를 하고 있는 남편의 후배이다. 그가 할 줄 아는 말은 한국어, 스와힐리어, 그리고 영어. 우리들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저녁 식사는 우리 교회에 있는 또다른 지구인 부부와 함...
    Date2018.09.08
    Read More
  14.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인위적 기독교(교회)

    지난 몇 주 동안 읽고 있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웬디 제하나라 트레메인(Wendy Jehanara Tremayne)이 쓴 『좋은 인생 실험실』(The Good Life Lab)이라는 책입니다. 저자는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의 말을 인용하는데 이렇습니다. "인위적인 종교...
    Date2018.09.08
    Read More
  1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지구인의 정체성

    며칠 전 우리집에 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지구인 가족이 놀러 왔다. 일년 반 전에 미국으로 취직이 되어, 온 가족이 미국으로 오게 되었는데, 앞으로 미국에 눌러앉을 생각이란다. 아무래도 올망졸망한 아이 셋을 키우기에는 미국이 한국 보다 더 나을 것 같다...
    Date2018.09.01
    Read More
  16.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친구 (2)

    지난 주 친구(1)에 이어 계속됩니다. 중풍병에 걸린 친구를 침상에 들고 예수님이 계신 곳에 도착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단 한 걸음도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르는데 한 친구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
    Date2018.09.01
    Read More
  1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리조나 특수교육 탐방기(2)

    미국에는 정말 다양한 특수교육기관들이 있더군요. 학교 과제 덕분에 여러 종류의 특수 교육 환경을 참관했습니다. 독립된 특수학교, 초등학교 안의 특수학급, 고등학교 안의 특수학급, 복지관, 치료 센타 등등을 말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우물 안의 개구...
    Date2018.08.27
    Read More
  18.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친구 (1)

    신약성경 마가복음 2장에 중풍병에 걸린 사람과 그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중풍병은 30대 이후, 보통은 40대 중반 이후에 일어납니다. 마가복음의 중풍병자는 그래서 아마 40대 초반까지는 정상인으로 잘 살았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그런데 어떤 ...
    Date2018.08.27
    Read More
  1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리조나 특수교육 탐방기(1)

    지구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나이 마흔살이 넘어서 뒤늦게 특수교육을 공부하기 시작하였고 이제 그 공부도 막판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일년 넘게, 석고와 같이 굳어버린 머리로 공부하며 맺은 열매는 옆구리의 살, 두꺼운 팔다리, 엉망진창 집안살림...
    Date2018.08.18
    Read More
  2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한국어 학교 이야기

    샬롬, 지구인들. 더위 잘들 견디고 계신가요? 저는 아리조나에서 산 지 이제 3년이 조금 넘은 지구인입니다. 예전에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살았고 지금은 특수교육교사가 되기 위해 막바지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줌마입니다. 예전에 제가 학생들을...
    Date2018.08.1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