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조회 수 14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shin.JPG

 

 

나는 요즘 공립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으로 매일 출근한다. 무려 70일간이나 교생실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생실습 기간 중에는 네 번이나 장학관에게 검열(?)을 받아야 한다니 정말 확실히 실습을 시켜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치밀어 오른다. 

이제 울며불며 간신히 이어가던 특수교육 공부가 마무리 되어 가고 있다. 

늦은 나이에 버벅대며 하는 실습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실습하는 학급은 특수학급 중에서도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중증 장애를 지닌, 유치원에서 3학년 나이의 학생들로 이루어졌다. 

장애가 없더라도 유치원에서 3학년 나이때의 학생들은 다루기가 어렵다.  

이성이 잘 통하지 않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반의 학생은 8명이다. 담임 선생님 한 명, 전임 보조 선생님 2명, 파트 타임으로 도와 주시는 선생님 2명 그리고 나까지 매일 교실에는 어른들이 6명이다. 

학생은 8명인데 어른이 6명이니 누워서 떡먹기라고 생각하기 쉽상이지만, 2명은 교실에 놓여있는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1명은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와 자폐를 동시에 지녔고, 나머지는 다운증후군, 자폐등이 중첩되어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지구인들이다. 물론 모두 화장실 갈 때 도움이 필요하다. 

실습을 하며 부딪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이다. 

도무지 선생님들이 사적으로 하는 수다를 잘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동문서답의 여왕으로 등극하고 있다. 예의 바른 선생님들은 내가 엉뚱한 대답을 날려도 당황하는 표정을 감추려고 노력한다.  

미국 지구인들의 칭찬과 격려를 어디까지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고 어느 지점에서 예의상 하는 말로 알아 들어야 할지 몹시 헷갈린다.  

아이들을 훈육 할 때, 그동안 내가 해 왔던 한국식 방식을 완전히 내려놓고 새로운 기준으로 다가가야 하는 것이 어렵다.  

아이들에게 목소리를 높인다던지, 째려보는 눈빛을 보인다던지 책상을 내리치며 약간의 위협을 가한다던지 심지어는 "손바닥 쫙 펴!"하며 자를 휘두르는 행동은 절대 할 수 없다.  

"남기지 말고 다 먹어!" 또는 "살찌는 음식은 그만 먹고, 야채를 먹어!" 등의 급식 지도도 여기서는 할 수 없다. 점심으로 피자 4조각을 먹어 치우는 유치원생 학생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와도 어찌할 수 없다.  

그러나 놀라운 진리를 발견하다. 

그것은 내가 '장애'를 품고 함께 하려는 마음을 가졌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이 학급에 받아 들여졌다는 사실이다. 

눈을 들어 보니, 이 교실에 있는 지구인들은 '장애'가 아니었다면 말을 섞거나 한 공간에 있을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 학급에는 동양인, 백인, 흑인, 아메리칸 인디언, 남미출신 등 다양한 인종의 지구인이 함께 지내고 있다.  살림살이, 종교, 성적취향도 다양하다. 

그런데 다운증후군, 시각장애, 자폐, 뇌병변, 뇌전증 등등의 장애에 초점을 맞추고 힘쓰다 보니, 인종, 경제적 형편, 성별등의 개인적인 차이들은 온데간데 없이 잊혀지고 오직 어떻게 하면 힘을 모아 이 장애를 극복할까에 자연스레 마음을 맞추게 된다. 

심지어 미국은 경제적 형편에 상관없이 모든 장애 학생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법령을 통해 온갖 교육 서비스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특수학급에서 경제적 차이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 (이것은 나의 개인적 생각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존, 메리, 린든, 경아, 고든 등등의 이름으로 먼저 기억되고 나머지 것들은 하찮은 것으로 비중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한국 여자, 아줌마라기 보다는 그냥 한 명의 특수교사 지망생으로 인식되는 것을 느낀다.  

바비인형처럼 예쁘고 착한 나의 지도 선생님을 따라 교육청에서 주최한 특수교사 모임에 갔다. 

모인 사람들은 모두 교육청 관할 공립학교에서 일하시는 특수교사들, 그 중에서도 중증 장애 특수반을 맡고 계신 역전의 용사들이었다.  

나의 바비인형 선생님과 모임에 계신 한 흑인 선생님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서로 포옹을 했다. 

인종과 나이의 벽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곳에 계신 선생님 모두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겨우 교생 따위인 나를 말이다. 

"커피를 타 오라",  "이 문서를 복사 좀 해 오라"는 등의 갑질은 눈을 씻고 찾아 볼래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장애'를 말할 때,  뒤떨어지는 것,  모자라는 것,  수치스러운 것, 감추고 싶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보라.  

나는 그리고 우리들은 '장애'를 통해  경제적, 인종적, 문화적, 세대간의 벽을 허물고 협력하게 되었다. 

가장 약하고 무기력하다고 여겨지는 지구인들이 결국에는 강력한 협동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오, 놀라워라!


  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요람에서 무덤까지 ? 아리조나 주의 장애인 복지 정책 (2)

    지난 주는 DDD(Division of Developmental Disability)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에 대해 연령별로 알아 보았다. 이번에는 DDD에서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의 종류와 서비스가 제공되는 과정에 대해 알아 보고자 한다. 이 모든 내용은 DDD의 인터넷 홈페...
    Date2019.07.10
    Read More
  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요람에서 무덤까지 ? 아리조나 주의 장애인 복지 정책 (1)

    최근 한국에서는 장애인 등급제를 31년만에 폐지하고, 대신 장애 정도를 중증과 경증 이렇게 2 종류로 구분하여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장애인 등급제는 정부로부터 복지 혜택을 받고자 할 때 중요한 자격요건 및 기준이 된다. 그래서 많은 장애인 ...
    Date2019.07.04
    Read More
  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완전 지구인 출몰!

    지난 겨울, 우리 집에 지구인이 왔다. 그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의료 선교를 하고 있는 남편의 후배이다. 그가 할 줄 아는 말은 한국어, 스와힐리어, 그리고 영어. 우리들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저녁 식사는 우리 교회에 있는 또다른 지구인 부부와 함...
    Date2018.09.08
    Read More
  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온라인 시대의 덕(德) 2부

    온통 온라인이다. 학교가 문을 닫은 요즘, 본격적인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특수 교사인 나도 예외는 아니다. 집중력이 번개 보다도 더 짧은 나의 제자들을 컴퓨터 화면 앞으로 끌어 모아 지루하기 짝이 없는 덧셈, 뺄셈, 글쓰기를 재미나게 가르쳐야 한...
    Date2020.04.21
    Read More
  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온라인 시대의 덕(德) 1부

    "삐이이이~~~" 날카로운 전화선 연결음 후에 짜잔 하고 열리던 PC 통신의 시절을 기억하는가?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 등의 이름도 기억나는가? 지금 청소년들이 들으면 왠 구석기 시대 이야기인가 하고 의아해하겠지만 전화기, 티브이, 비디오, 컴퓨터, 프...
    Date2020.04.09
    Read More
  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온라인 시대의 개막!

    "갑돌아, 네 컴퓨터 오디오를 소거 상태로 놓거라. 안 그러면 하울링이 생겨!" "네." "금동아, 10시가 되면 담임 선생님 줌 수업에서 나와서 바로 내 수업 줌으로 들어오너라. 알았지!" "갑순아, 오늘 집에서 뭐했니?" 갑돌이는 바로 내 옆에 앉아 있는데도 ...
    Date2020.10.08
    Read More
  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온라인 수업이 가져온 변화들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학교는 대면수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새 학년 새학기를 맞이하였다. 전국적으로 아니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먼저, 장비의 현대화이다. 기계와는...
    Date2020.09.02
    Read More
  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온라인 수업은 힘들어!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다. 온라인 수업이 힘들어서 말이다. 오늘은 "Zoom"으로 수학 시험을 보았다. 학생들 중 집중력이 좀 떨어지거나 이해력이 부족한 학생은 일대일로 문제를 읽어주면서 시험을 본다. 한 학생이 나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고 난리를 치며 문...
    Date2020.09.10
    Read More
  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언택트 (UNTACT) 시대의 콘택하기

    며칠전에 드디어 나의 블로그를 완성하였다. 네이버 블로그 이름은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그동안 조금씩 써 왔던 글들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지역 신문 지문에 싣기에는 다소 전문적인 '특수교육 관련 자료'들을 관심있...
    Date2020.08.09
    Read More
  1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억지 감사가 넘쳤던 하루

    곧 있으면 추수감사절. 오늘 아침 나는 하루를 감사로 시작하리라 굳게 마음 먹었다. 비록 몸과 마음은 거듭되는 온라인 수업과 학생지도로 지치고 피곤했지만 요즘 같이 혼란스럽고 걱정이 많은 때에 COVID-19에 걸리지도 않았고 일할 터전이 있으니 얼마나 ...
    Date2020.12.03
    Read More
  1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약함이 주는 강함

    나는 요즘 공립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으로 매일 출근한다. 무려 70일간이나 교생실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생실습 기간 중에는 네 번이나 장학관에게 검열(?)을 받아야 한다니 정말 확실히 실습을 시켜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치밀어 오른다. 이제 울며...
    Date2018.09.26
    Read More
  1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이들은 무엇으로 자라는가?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갑순이가 이 학교에 와서야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 전까지는 학교를 3번이나 전학 다녔습니다. 선생님들의 사랑이 정말 큽니다." IEP미팅에서 학부모님이 미팅에 참석한 선생님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마음...
    Date2020.10.16
    Read More
  1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무것도 안 하기

    갑자기 휴가다! 학교가 휴교를 하는 바람에 봄방학이 연장되었고, 언제 다시 학교로 돌아 갈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T.V를 켜도, 인터넷을 열어도 온통 가장 최선의 길은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들어앉아 있는 것이라 입을 모아 말하고 ...
    Date2020.04.02
    Read More
  1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리조나 특수교육 탐방기(2)

    미국에는 정말 다양한 특수교육기관들이 있더군요. 학교 과제 덕분에 여러 종류의 특수 교육 환경을 참관했습니다. 독립된 특수학교, 초등학교 안의 특수학급, 고등학교 안의 특수학급, 복지관, 치료 센타 등등을 말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우물 안의 개구...
    Date2018.08.27
    Read More
  1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리조나 특수교육 탐방기(1)

    지구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나이 마흔살이 넘어서 뒤늦게 특수교육을 공부하기 시작하였고 이제 그 공부도 막판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일년 넘게, 석고와 같이 굳어버린 머리로 공부하며 맺은 열매는 옆구리의 살, 두꺼운 팔다리, 엉망진창 집안살림...
    Date2018.08.18
    Read More
  1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듀, 2020년!

    휴, 드디어 2020년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모두가 느끼다시피 올해는 성탄과 연말의 기대와 설레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성탄 선물 주고 받기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지인들까지 주고 받는 성탄 카드도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빨리 시간이 흘러가서 지금의 ...
    Date2021.01.23
    Read More
  1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써바이벌 성공!

    드디어 방학이다! 계속 집에 있어서 방학이 실감나지 않지만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아리조나에 있는 초등학교들은 대부분 여름방학을 맞이하였다. 작년 이맘때, 여름방학이 다가오는데도 재계약 통지를 받지 못해 가슴 졸이던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간...
    Date2020.05.30
    Read More
  1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시험은 싫어!

    요즘 아리조나에 사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들은 "AZ Merit"이라는 시험을 보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아리조나에 있는 공립학교 학생들은 챠터 스쿨까지 포함하여 1년에 한번씩 이 요상한 이름의 시험을 보게 된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도학력고사"쯤 되...
    Date2019.04.18
    Read More
  1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수학을 철학처럼 배우는 미국

    "5학년짜리가 아직 구구단을 다 못 외우고 있네!" "아니, 수학 수업시간에 전자 계산기를 사용하고 앉아 있네! 저러다 바보 되는 거 아냐?" "뭔 동전에 관련된 수학 문제가 이렇게 많냐?" "나눗셈을 푸는데 그림을 그려서 풀고 앉아있네. 한심하게…&he...
    Date2020.05.16
    Read More
  2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라는 구절은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입니다. 어느 위대한 분께서 하신 말씀인지는 모르나 미국 특수교육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가슴에 팍 와 닿는 문구입니다. 미국 특수교육의 역사는 짧고 굵습니다. 모...
    Date2018.10.1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