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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공립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으로 매일 출근한다. 무려 70일간이나 교생실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생실습 기간 중에는 네 번이나 장학관에게 검열(?)을 받아야 한다니 정말 확실히 실습을 시켜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치밀어 오른다. 

이제 울며불며 간신히 이어가던 특수교육 공부가 마무리 되어 가고 있다. 

늦은 나이에 버벅대며 하는 실습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실습하는 학급은 특수학급 중에서도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중증 장애를 지닌, 유치원에서 3학년 나이의 학생들로 이루어졌다. 

장애가 없더라도 유치원에서 3학년 나이때의 학생들은 다루기가 어렵다.  

이성이 잘 통하지 않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반의 학생은 8명이다. 담임 선생님 한 명, 전임 보조 선생님 2명, 파트 타임으로 도와 주시는 선생님 2명 그리고 나까지 매일 교실에는 어른들이 6명이다. 

학생은 8명인데 어른이 6명이니 누워서 떡먹기라고 생각하기 쉽상이지만, 2명은 교실에 놓여있는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1명은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와 자폐를 동시에 지녔고, 나머지는 다운증후군, 자폐등이 중첩되어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지구인들이다. 물론 모두 화장실 갈 때 도움이 필요하다. 

실습을 하며 부딪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이다. 

도무지 선생님들이 사적으로 하는 수다를 잘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동문서답의 여왕으로 등극하고 있다. 예의 바른 선생님들은 내가 엉뚱한 대답을 날려도 당황하는 표정을 감추려고 노력한다.  

미국 지구인들의 칭찬과 격려를 어디까지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고 어느 지점에서 예의상 하는 말로 알아 들어야 할지 몹시 헷갈린다.  

아이들을 훈육 할 때, 그동안 내가 해 왔던 한국식 방식을 완전히 내려놓고 새로운 기준으로 다가가야 하는 것이 어렵다.  

아이들에게 목소리를 높인다던지, 째려보는 눈빛을 보인다던지 책상을 내리치며 약간의 위협을 가한다던지 심지어는 "손바닥 쫙 펴!"하며 자를 휘두르는 행동은 절대 할 수 없다.  

"남기지 말고 다 먹어!" 또는 "살찌는 음식은 그만 먹고, 야채를 먹어!" 등의 급식 지도도 여기서는 할 수 없다. 점심으로 피자 4조각을 먹어 치우는 유치원생 학생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와도 어찌할 수 없다.  

그러나 놀라운 진리를 발견하다. 

그것은 내가 '장애'를 품고 함께 하려는 마음을 가졌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이 학급에 받아 들여졌다는 사실이다. 

눈을 들어 보니, 이 교실에 있는 지구인들은 '장애'가 아니었다면 말을 섞거나 한 공간에 있을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 학급에는 동양인, 백인, 흑인, 아메리칸 인디언, 남미출신 등 다양한 인종의 지구인이 함께 지내고 있다.  살림살이, 종교, 성적취향도 다양하다. 

그런데 다운증후군, 시각장애, 자폐, 뇌병변, 뇌전증 등등의 장애에 초점을 맞추고 힘쓰다 보니, 인종, 경제적 형편, 성별등의 개인적인 차이들은 온데간데 없이 잊혀지고 오직 어떻게 하면 힘을 모아 이 장애를 극복할까에 자연스레 마음을 맞추게 된다. 

심지어 미국은 경제적 형편에 상관없이 모든 장애 학생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법령을 통해 온갖 교육 서비스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특수학급에서 경제적 차이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 (이것은 나의 개인적 생각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존, 메리, 린든, 경아, 고든 등등의 이름으로 먼저 기억되고 나머지 것들은 하찮은 것으로 비중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한국 여자, 아줌마라기 보다는 그냥 한 명의 특수교사 지망생으로 인식되는 것을 느낀다.  

바비인형처럼 예쁘고 착한 나의 지도 선생님을 따라 교육청에서 주최한 특수교사 모임에 갔다. 

모인 사람들은 모두 교육청 관할 공립학교에서 일하시는 특수교사들, 그 중에서도 중증 장애 특수반을 맡고 계신 역전의 용사들이었다.  

나의 바비인형 선생님과 모임에 계신 한 흑인 선생님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서로 포옹을 했다. 

인종과 나이의 벽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곳에 계신 선생님 모두 나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겨우 교생 따위인 나를 말이다. 

"커피를 타 오라",  "이 문서를 복사 좀 해 오라"는 등의 갑질은 눈을 씻고 찾아 볼래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장애'를 말할 때,  뒤떨어지는 것,  모자라는 것,  수치스러운 것, 감추고 싶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보라.  

나는 그리고 우리들은 '장애'를 통해  경제적, 인종적, 문화적, 세대간의 벽을 허물고 협력하게 되었다. 

가장 약하고 무기력하다고 여겨지는 지구인들이 결국에는 강력한 협동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오, 놀라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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