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shin.JPG

 

 

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를 가진 지구인들에게 관심이 많다. 어쩌면 나를 이 늦은 나이에 특수교육으로 이끈 대상이 바로 이들 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부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지구인들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전까지는 이 세상에 이런 지구인들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설프게나마 영화 '레인맨'과 소설 '딥스'를 통해서만 이러한 지구인들의 소식을 살짝 들었을 뿐이다. 

교사가 되어 내가 맡은 반에 자폐 학생이 들어오자 나는 그와 나의 생존과 평화를 위해 비로소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피기 시작했다. 

내가 제자로 만났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지구인들은 저마다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 주었다.  

한 친구는 교실의 색연필을 볼 때마다 색연필심을 죄다 꺼내 부러뜨렸다. 그래서 나는 궁리 끝에 교실 안에 있는 색연필 세트를 모두 손이 닿지 않는 서류장 위에 올려 놓고는 필요할 때마다 육중한 몸을 이끌고 의자 위에 올라가 캐비닛 위의 색연필을 꺼내 주었다. 의자에 올라 갈 때는 의자에서 떨어질까봐  학생들에게 의자를 꼭 붙잡으라고 당부하였다.  

또 다른 친구는 교실 게시판에 붙여 놓은 게시물들을 죄다 뜯어 놓는 것이 취미였다. 뭔가를 게시판에 붙여 놓고 퇴근하면 다음 날 아침, 게시판이 휑한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날마다 똑같은 그림을 그려서 반 친구들이 '복사기'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던 자폐증 지구인도 있었다. 

수업 중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깜쪽 같이 교실을 탈출하여 사라져 버리는 통에, 수업을 중단하고 반 아이들과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를 온통 찾아 다니던 적도 있었다. 

손톱을 피가 나도록 물어뜯어서 손톱 대신 오징어 다리를 뜯어 먹으라고 손에 쥐어 주는 통에 교실에서 수산시장의 향기가 풍겨 나던 적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학생들을 교실에 붙잡아 두기 위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뭐라도 좀 배우게 하기 위해 조금씩 대처법들을 익혀 나가게 되었다.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나는 이들에게 신비함을 느끼게 되었다.  

'왜 상대방의 말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일까?' '왜 똑같은 행동을 수천 번 반복할까?' '뭘 원하는 것일까?' '편식이 왜 이렇게 심할까?' '좋아하는 것이 뭘까?'

 그러다가 자폐증 지구인들의 엄마, 아빠, 형제들의 어려움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특히 자폐아를 자녀로 둔 엄마들의 깊은 슬픔과 끝없는 헌신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자폐아를 자녀로 둔 엄마들은 깊은 자책과 슬픔에 잠겨 있을 때가 많다. 

혹시 임신 중에 어떤 실수로, 출산 중에 또는 신생아때 미숙한 대처로 내 아이가 이렇게 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엄마들도 있다. 

전문가들이 분명히 "그건 아니다"라고 밝혔건만 끊임없이 '왜', '무엇 때문에'라는 생각으로 시달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지구인들이 워낙 새로운 환경이나 변화를 싫어하기에 외식이나 가족여행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족들을 많이 보았다.  

자폐아들은 학교 수업 이외에도 각종 치료나 교육을 많이 받기에 대부분의 엄마들은 24시간 풀타임으로 자녀에게 올인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지구인들의 형이나 동생들은 많은 경우, 집안의 중심이 자폐아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소외감이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보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요즘 한국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지구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나 지식도 넓어졌고, 자폐증 지구인 가족들을 위한 연대 모임이나 지지 모임 등도 생겨나는 모양이다.  

다양한 지구인들의 천국인 미국은 예전부터 각종 장애인 단체를 비롯하여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연구모임, 학부모 모임, 돌봄 비영리 단체 등이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아리조나 피닉스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우호적인 주라고 하니 왠지 뿌듯하다.  

아무리 돕는 단체가 많다 하더라도 자폐증 지구인을 자녀나 형제로 둔 가족은 그렇지 않은 지구인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어려움이나 헌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모든 자폐증 지구인들의 엄마들에게 무조건적인 격려와 감사를 드리고 싶다. 만나면 안아드리고 싶다. 위대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용어설명:  자폐증에 대한 공식 명칭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이다. 2013년 이전에는 자폐증, 고기능 자폐(high functioning autism), 전반적 발달장애(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아스퍼거 장애(Asperger syndrome), 반응성애착장애(reactive attachment disorder) 등등으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하였지만, 2013년에 미국정신의학회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 DSM-5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로  포괄하여 통칭하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장애보다는 사람을 먼저 존중해야 한다는 뜻에서 항상 'a student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 a person with autism disorder' 로 표현하는데, 본 글에서 우리말로는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몰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지구인, 또는 자폐아 등으로 표기하였다.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축하합니다. 메디케어 카드를 받았어요! file 2018.09.16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가짜 뉴스 file 2018.09.2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약함이 주는 강함 file 2018.09.26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10월이 되기 전에 file 2018.09.30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Spotify 예찬 file 2018.09.3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선택은 힘들어! file 2018.09.3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에서 ESL 교실 탐방 이야기 file 2018.10.07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쓰레기통 옆에서 file 2018.10.1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file 2018.10.13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명도전(明刀錢) file 2018.10.2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색다른 지구인-자폐 스펙트럼 장애 file 2018.10.21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선물경제 (Gift Economy) file 2018.10.2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지구인을 위한 가르침과 배움 file 2018.10.28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아시나요? 연례가입기간에 에이전트를 바꿀수 있는 것을? file 2018.10.2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ADHD 그것이 알고싶다! file 2018.11.05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경건한 그리스도인 file 2018.11.1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교통사고로 인지기능이 낮아질 수도 있다! file 2018.11.11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43% 깨어있는 신자들 file 2018.11.2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특수학급의 하루 일과 file 2018.11.21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나의 새벽 file 2018.12.01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