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shin.JPG

 

 

나는 현재 40일 넘게 공립 초등학교 안에 있는 특수학급에서 교생실습을 하고 있다. 내가 실습을 하고 있는 반은 중증 발달장애 학생들이 있는 반으로 나이때가 유치원생부터 3학년까지이다. 그야말로 특수교육계에서는 되도록이면 맡고 싶지 않는 어찌 보면 최고봉 난이도의 반이라 할 수도 있겠다.   

교사의 입장에서 힘든 것으로 치자면 '품행장애'나 다른 중증 장애 학생들이 있는 학급의 사람들도 저마다 힘들다고 외치겠지만 내가 실습을 하고 있는 학급이 특별히 힘들다고 여겨지는 것은 학생들이 어리기 때문이다.  일반 학생들도 유치원 나이때의 아이들은 다루기가 조심스럽고 "이성"이라는 것이 잘 먹히지 않기 때문에 힘이 드는데 하물며 어린 발달 장애 학생들이야 어떠하리요.

교생으로서의 하루 일과는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을 맞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비교적 이른 아침인 7시 25분에 학생들을 맞이한다. 어떤 아이들은 새벽 6시 30분쯤에 스쿨버스를 타기도 한다. 아이들이 다 내리면 이들을 데리고 학교 놀이터로 향한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벨이 울리면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 우선 같은 학년 일반 학급에 가서 아침 조회를 함께 한다. 담임 선생님의 취향이나 성격에 따라 장애 학생들은 그 학급의 환영 받는 스타가 될 수도 있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될 수도 있다.         

일반 학급의 학생들이 아침 조회를 마치고 본격적인 학업에 돌입하면 장애 학생들은 "아지트"라고도 할 수 있는 특수학급 교실로 와서 공부도 하고,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한다. 내가 있는 특수학급은 중증 발달 장애 즉 매순간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 위주로 편성된 학급이기에 풀타임 보조 교사가 2명, 하프타임 보조교사가 1명, 시시때때로 도움을 주는 보조교사가 1명 이렇게 담임특수교사까지 평균 5명의 성인이 교실에 상주한다. 학생은 모두 8명인데 말이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교사 대 학생 비율인 듯 하고 보조인력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평상시에는 이런 생각이 가능하지만 일단 사건이 터지게 되면 그 사건으로 인한 체인 리엑션,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폭탄이 터지기에 이 정도의 인력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며칠 전에 있었던 사건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사건이 있었던 날은 유난히 아이들이 심드렁하고 아침부터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연휴 다음날이나 금요일 오후 또는 어떤 이들은 말하기를 보름달이 뜨는 주간은 아이들의 감정이 널뛰기를 한다고 전한다. 그날 메리는 학교에 지각을 했다. 까칠한 메리가 지각을 하면 선생님들이 모두 긴장을 한다. 메리는 한 번 비위가 꼬이게 되면 무엇이든 거부하고 퇴자를 놓기 때문이다. 아니다 다를까 아침부터 메리는 바닥을 구르며 하이톤 소프라노로 소리를 질렀다. 메리가 소리를 지르는 통에 자폐증인 톰은 신경질적으로 해드폰을 찾아 썼고, 다운 증후근 벤은 메리를 노려 보았다. 메리의 괴성이 30분을 넘자 선생님들이 메리를 데리고 옆방으로 가서 달래기도 하고 말로 혼내기도 하면서 진정시키려 애썼다. 메리가 소리를 지를 때면 혹시 물건을 던지거나 주변 친구들을 때릴까 염려되어 선생님들이 메리 주변에 진을 친다. 그 통에 침대에 누워있는 캔과 에이미에게는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 와중에서도 8명의 화장실 스케줄에 따라 시시때때로 아이들을 화장실에 데리고 가야 한다. 메리가 간신히 진정을 하고 선생님들이 숨을 돌리며 긴장을 풀고 있는 틈을 타서 꼬마 알렉스가 교실을 탈출하여 복도를 방황하고 있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흐르는 순간이었다. 선생님들은 교실을 뛰쳐나가 사방팔방으로 찾아 헤맨 끝에 꼬마 알렉스를 찾았고, 그 때부터 문 앞에 아예 의자를 갖다 놓고 선생님들이 보초를 서며 앉아 있었다. 이 일이 마무리 될 즈음에 아까부터 메리를 주목하여 노려보고 있었던 벤은 미술수업을 가다가 갑자기 메리의 머리카락을 양 손으로 잡아 당기기 시작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아직 2학년인 벤은 어디에서 그런 힘이 솟았는지 3명의 선생님들이 달라 붙어 벤의 손에서 메리의 머리채를 빼려고 애썼지만 한참이나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선생님들의 힘쓰는 소리, 머리채를 잡힌 메리의 비명소리, 벤의 적대적인 숨소리가 얽히고 설키여 교실은 아수라장이었다. 이 와중에서도 선생님들은 꼬마 알렉스가 도망가지 않도록, 침대에 누워 있는 두 아이들이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눈동자를 이리저리 회전하며 멀티 테스킹을 해야 했다. 옆 반 특수교사까지 뛰어와 간신히 벤의 손아귀에서 메리의 머리카락을 빼고 나서야 평화가 찾아왔다. 신기하게도 집에 갈 때 쯤에는 모두가 언제 그랬냐는 듯, 태평하게 스쿨버스를 향해 걸어 나갔다.  

이런 일들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일어난다. 그런데 언제 일어날지 전혀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나와 선생님들은 항상 정신무장을 하고 비장한 얼굴로 아침을 맞이한다. 

어떤 날은 "천사들의 합창"이라는 옛날 드라마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아름답고 유쾌한 하루가 흘러간다. 그러다가 한번씩 이렇게 폭탄 터지듯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감사하다. 왜냐하면 만약 우리 교실의 친구들 중 대부분이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일반 공립 초등학교에서 생활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비록 일주일에 한번씩 아수라장을 경험하지만 일반 친구들과 "함께" 생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일 스쿨버스를 타고 "교실"에 들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것이 축복이라기 보다는 당연한 권리로 존중받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대한민국에서도 하루 빨리 모든 중증 장애 어린이들이 동네의 공립학교에서 떳떳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남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보다는 부족함을 온전함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교육의 분위기가 만들어 지길 소망한다.


  1.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축하합니다. 메디케어 카드를 받았어요!

    뜨거운 태양이 조금 늦게 뜨고 조금 일찍 집니다. 가을이 오는 발걸음 앞에 여름은 백기를 들고 사라지겠죠. 1) 드디어 카드를 받았어요! 최근에 기뻤던 일이 있었습니다. 연세가 많으시고, 오랫동안 미국에서 사셨지만 미국 내에서 일을 충분히 안하셔서 세...
    Date2018.09.16
    Read More
  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가짜 뉴스

    백야드 텃밭을 갈아 엎고 있습니다. 텃밭이라 하기에는 좀 커서 며칠은 해야 밭을 다 일구고 파종을 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밭을 일군 것이 올 해로 3년 째인데 아직 밭의 토질을 잘 모릅니다. 원래 잔디밭이었는데, 10여 년 전에 잔디를 다 걷어내고 밭...
    Date2018.09.26
    Read More
  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약함이 주는 강함

    나는 요즘 공립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으로 매일 출근한다. 무려 70일간이나 교생실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생실습 기간 중에는 네 번이나 장학관에게 검열(?)을 받아야 한다니 정말 확실히 실습을 시켜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치밀어 오른다. 이제 울며...
    Date2018.09.26
    Read More
  4.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10월이 되기 전에

    벌써 10월이 닥치고 곧 매년 이맘 때의 연례 가입기간이 시작되는군요. 10월이 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메디케어에 관한 몇 가지 알려드릴 것이 있어서 펜을 들었습니다. 1) 새 메드케어 카드 발급 메디케어 닷 가브에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Date2018.09.30
    Read More
  5.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Spotify 예찬

    프란체스코 교황이 자신의 고국 아르헨티나의 주간지 <비바>와 한 인터뷰에서 행복에 이르는 비밀 지침 10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이 시대를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한 '행복 10계명'인데, 이렇습니다. 1) 내 방식의 삶을 살되, 타인도 자신의 삶을 살게...
    Date2018.09.30
    Read More
  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선택은 힘들어!

    미국은 선택의 나라다. 선택 할 일이 참 많고, 개인의 선택이 존중된다. 선택의 유무는 자유와 직결된다. 한국에서 살 때는 선택을 해야 할 경우가 많지 않아 선택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이곳 미국에서 날마다 수많은 선택을 강요(?) 받다 보니...
    Date2018.09.30
    Read More
  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에서 ESL 교실 탐방 이야기

    지구인 여러분, 영어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 그리고 교육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ESL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English as a Second Language(ESL) 반은 어떤 학생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게 ...
    Date2018.10.07
    Read More
  8.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쓰레기통 옆에서

    일본 의사 하로야마 히데요시는 그의 책 『뇌내혁명』에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합니다. 의사였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수년 동안의 연구 끝에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하면서, 건강을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첫째, 건강을 위...
    Date2018.10.13
    Read More
  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라는 구절은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입니다. 어느 위대한 분께서 하신 말씀인지는 모르나 미국 특수교육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가슴에 팍 와 닿는 문구입니다. 미국 특수교육의 역사는 짧고 굵습니다. 모...
    Date2018.10.13
    Read More
  10.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명도전(明刀錢)

    지난 주간 MBC 피디 수첩을 유투브로 보았습니다. 부자 세습으로 세간에 주목을 받고 있는 서울의 명성교회를 다뤘습니다. 대부분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다시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저녁 늦게 보기 시작했는데 창문이 열려 있는 것도 잊...
    Date2018.10.21
    Read More
  1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색다른 지구인-자폐 스펙트럼 장애

    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를 가진 지구인들에게 관심이 많다. 어쩌면 나를 이 늦은 나이에 특수교육으로 이끈 대상이 바로 이들 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부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지구인들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
    Date2018.10.21
    Read More
  1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선물경제 (Gift Economy)

    아메리카 인디언 문화에 대한 백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책 가운데 어니스트 톰슨 시튼(Ernest Thompson Seton)이 쓴 『The Gospel of the Redman』(인디언의 복음)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작가 시튼은 백인으로서 인디언들과 함께 살면서 이 책을 썼기 때...
    Date2018.10.28
    Read More
  1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지구인을 위한 가르침과 배움

    지구인이란?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황색인, 홍색인, 흑인, 백인, 어린이, 어른, 장애인, 정상인, 기독교인, 불교인, 무슬림, 힌두교인 등등을 말입니다. 단 화성인은 제외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이들 모두에게 적합한 교육과정을 만들 ...
    Date2018.10.28
    Read More
  14.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아시나요? 연례가입기간에 에이전트를 바꿀수 있는 것을?

    1) 연례 가입기간이 귀찮으신가요? 해마다 10월 15일부터 12월 7일까지는 메디케어 연례 가입기간입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참으로 많은 우편물과 전화가 옵니다. 연례 가입기간 동안에 메디케어를 다시 살펴보고 결정하라는 내용들이지요. 우리들로서는 쳐다...
    Date2018.10.28
    Read More
  1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ADHD 그것이 알고싶다!

    2018년 5월 1일자 조선일보에 ADHD에 관한 기사가 나와 유심히 읽어 보았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그리고 내가 배운 내용과 일치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10년 넘게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났다. 그때...
    Date2018.11.05
    Read More
  16.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경건한 그리스도인

    산 밑에 있는 어느 작은 마을에 믿음 좋은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이웃 마을로 갈 수 있는 길은 산을 넘어가는 단 하나의 길밖에 없었습니다. 그 길은 좁고, 가파르고, 미끄럽고, 굴곡이 심했습니다. 산을 넘어가는 동안 사고가 자주...
    Date2018.11.11
    Read More
  1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교통사고로 인지기능이 낮아질 수도 있다!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저를 깜짝 놀라게 했던 사실은 바로 교통사고나 트라우마 등으로 뇌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11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트라우마로 인한 뇌손상은 약 170만명이 앓고 있는 흔한 증상이라고 합니다. 트라우마로 뇌손상...
    Date2018.11.11
    Read More
  18.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43% 깨어있는 신자들

    세계 선교 역사에서 한국 교회만큼 짧은 시간에 선교 열매를 맺은 교회는 없습니다. 중국, 일본, 한국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복음을 받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국이 가장 늦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람 넷 중에 하나는 크리스천입니다. 이렇게 ...
    Date2018.11.21
    Read More
  1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특수학급의 하루 일과

    나는 현재 40일 넘게 공립 초등학교 안에 있는 특수학급에서 교생실습을 하고 있다. 내가 실습을 하고 있는 반은 중증 발달장애 학생들이 있는 반으로 나이때가 유치원생부터 3학년까지이다. 그야말로 특수교육계에서는 되도록이면 맡고 싶지 않는 어찌 보면 ...
    Date2018.11.21
    Read More
  20.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나의 새벽

    이른 새벽이라 할지 아니면 한 밤중이라 할지, 새벽 아니면 밤 1시 또는 2 시쯤 잠에서 깰 때가 많습니다. 생각이 많아서 그렇다고들 하는데, 교회 생각일 때가 많고, 가족들 문제, 또는 나 자신에 대한 것 때문에 깊이 잠을 못 잡니다. 당연히 소파에서 낮에...
    Date2018.12.0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