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밖에서 찾아낸 외계행성들은 대부분 목성처럼 크고 별 가까이에 붙어있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이 줄어들거나 행성의 중력으로 별빛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포착해 행성의 존재를 확인하는 간접적인 방법에 의존하다 보니 이런 행성들이 주로 발견돼 왔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별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어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이른바 '생명체 서식 가능 영역'(habitable zone)에 있는 행성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직접 행성의 이미지를 관측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아리조나대학(UArizona) 스튜어드천문대의 케빈 와그너 연구원이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어 지구에서 가까운 별의 행성을 직접 관측한 연구 결과를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아리조나대학에 따르면 미국항공우주국(NASA) 허블 펠로십 프로그램의 세이건 펠로인 와그너 연구원이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유럽남방천문대(ESO)의 구경 8m 초거대망원경(VLT)으로 지구에서 4.4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3중성계인 '알파 켄타우리'를 관측했다.
이 항성계는 크기와 형성 시기가 태양과 비슷한 알파 켄타우리 A, B가 서로를 돌고, '프록시마 켄타우리'로 더 많이 알려진 적색 왜성인 알파 켄타우리 C가 바깥쪽에서 두 별을 도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프록시마 켄타우리에서는 지구의 두 배 가까운 행성이 생명체 서식 가능 영역 안에 존재하는 것이 별빛의 흔들림을 통해 간접 확인됐지만 안쪽의 알파 켄타우리 A,B에는 행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
연구팀은 그러나 이 별도 간접적인 관측법으로 발견되지 않았을 뿐 생명체 서식 가능 영역 안에 행성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빛이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왜곡되는 것을 교정할 수 있는 이른바 '변형 가능 2차 거울'을 이용하고, 중 적외선 파장에 최적화해 켄타우리 A, B의 별빛을 10분의 1초마다 번갈아 차폐하며 하나의 별빛만 통과시키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망원경과 카메라에 잡히는 "노이즈"(noise)를 최소화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알파 켄타우리를 한 달 동안 100시간 가까이 장시간 관측하며 7테라바이트(TB·1TB=1천24GB)에 달하는 500만장 이상의 이미지를 축적했다.
연구팀은 이 이미지들에서 별의 잔광과 관측 장비에 의한 잘못된 신호들을 모두 제거한 결과 'C1'으로 명명한 광원을 찾아냈으며, 이 광원이 생명체 서식 가능 영역 안의 외계행성일 수도 있다고 제시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데이터 속 행성의 형태를 추정한 결과, C1이 해왕성~토성 크기로 알파 켄타우리 A 항성에서 태양~지구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와그너 연구원은 "시스템 오류로는 설명할 수 없는, 행성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광원이 포착됐다"면서 "알파 켄타우리에서 외계행성을 발견했다고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추후 검증을 통해 밝힐 수 있는 신호가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추가 검증 없이는 C1이 알려지지 않은 장비 오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이번에 사용한 관측기술이 외계행성을 직접 관측할 수 있는 능력을 10배 이상 끌어올린 것으로 자평하면서, ESO의 극대망원경(ELT)이나 자이언트 마젤란 망원경(GMT) 등과 같은 차세대 망원경이 배치되면 생명체 서식 가능 영역 안에 행성을 갖고있을 수 있는 인근 별에 대한 직접 관측을 10배 증가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논문 공동저자로 아리조나대학의 천문학 부교수인 대니얼 아파이 박사는 "이번에 입증한 것을 일상적인 관측법으로 만들어 인근 별의 생명체 서식 가능 영역에 있는 행성을 열 신호로 찾아낸다면 새로운 세계(외계행성) 탐색과 우주의 생명체 탐색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