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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잘 모르겠는데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체력장'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대학 진학을 위한 '체육 시험'이라 할 수 있지요. 

여러 종목 중 제가 가장 못 했던 것은 오래 달리기였습니다. 1 킬로미터를 8분(?) 안에 들어와야 합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저는 가까스로 합격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는 체력장 시험에서 '봐주기'가 보통이어서 웬만하면 거의 모든 종목에 합격하고 만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의 오래 달리기는 도저히 봐줄 수 없는 형편 … , 그러나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체력장 당일 아무튼 통과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달리는 것은 저의 약한 부분이었습니다.

군 복무 때에도 훈련이 가장 혹독한 부대로 알려진 8사단에 있었는데, 매일 오후 3시 반이면 모든 사병이 반바지만 입은 채 여름이건 겨울이건 부대를 세 바퀸가 돌았습니다. 열을 맞추어 뛰었기 때문에 뒤로 처지는 사람은 따라 붙느라 죽음을 넘나들었습니다. 오래 달리기를 잘 못했던 저는 군 생활에서 매일 오후 3시 반이 죽음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오래 달리기에 관한 고통의 기억들은 많습니다. 그래서 대학 때, 직장 생활하면서, 미국 오기 전 신학교 다닐 때, 미국 유학 온 이후, 또 지금까지, 오래 달리기를 잘 해보려는 저의 노력은 계속되었습니다. 

신체적인 특별한 결함 때문이라 생각하여 그것을 극복하려고 여러 방식으로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 제 나이에 비해 잘 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2주 전 토요일 세도나에서 마라톤 대회가 있었습니다. 마라톤이라는 것까지는 '감히'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뉴욕에 있는 큰 아이가 작년 9월에 전화로 세도나 마라톤 얘기를 했습니다. 뉴욕에서 마라톤 대회 몇 번 참가한 것은 아는데 세도나 마라톤에도 한 번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러면 아빠도 같이 하자' 해서 단축 마라톤 21킬로미터 뛰는 것에 등록하고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기도 가기 전 일찍 일어나서 처음에는 1마일, 그 다음에는 3마일, 5마일, 6마일, 9마일로 달리는 양을 점점 늘여갔고, 대회 한 달 전에는 11마일을 뛰고 대회 2주 전에는 13마일까지 완주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1 주일 정도 푹 쉰 후 대회 이틀 전 뉴욕에서 도착한 딸 아이와 함께 세도나로 가 현지 적응을 하고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마라톤을 하면서 몇 가지 삶의 교훈, 특별히 목회를 하는 사람으로서 얻은 교훈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살을 빼야 했습니다. 

13마일을 거의 3시간 동안 뛰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10파운드 짜리 돌덩어리를 하나 짊어지고 뛴다고 하면, 그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하는 4개월 간 이를 악물고 살을 뺐습니다. 

목회라는 것, 아니 목회만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삶이 오래 달리기라 할 수 있는데, 불필요한 것은 최대한 벗어버려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는 말이 있는데, 한 마디로 욕심 버리고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살을 빼야 하겠습니다.

둘째는, 경쟁입니다. 

세도나 마라톤 참가를 결정하고 등록을 한 뒤 마라톤에 오랜 경험이 있는 분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장로님이셨는데, 조언하시기를 절대 경쟁하시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초반부에 몸이 좀 비대한 여자 참가자들이 앞으로 치고 나갈 때 기분 상해서 따라 잡으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경쟁하기 시작하면 1마일도 지나지 않아서 체력이 떨어지고 포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경쟁하지 말고 자기 페이스를 잡아서 그대로 뛰어야 한다고 조언하셨습니다.

과연 그랬습니다. 세도나 마라톤은 워낙 언덕이 많아서 정규 마라톤 코스로 인정하지 않는 마라톤입니다. 참 언덕이 많았습니다. 반환점을 돌 때 까지는 그래도 언덕에서 쉬지 않고 천천히라도 뛰었습니다. 그런데 반환점 이후에는 언덕에서 도저히 뛸 수가 없었습니다. 많이 걸었는데, 그때 저를 앞서며 아직도 뛰고 있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있었습니다. 자연히 경쟁심이 발동했고 무리해서 달리게 됩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더 많이 걸어야 하고 지치는 것이었습니다. 

경쟁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연습한 만큼, 나에게 주어진 능력 안에서, 그러나 인내하며 끝까지 달려야 할 것입니다.

셋째는, 응원입니다. 

중간 중간에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실버스타 스탤론이 주연한 영화 <록키>의 주제 음악을 틀어놓고 응원해주는 노부부가 아직도 기억에 남고, 저의 번호 '1307번!'을 부르며 응원하던 분, 물이 담긴 컵을 건네는 응원부대, 그리고 반환점을 먼저 돌아 뛰어오는 사람들 중에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소리치던 사람 등. 

마지막 골인 지점에 당도했을 때 먼저 들어온 큰 애가 '아빠'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고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3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이 목표였는데 10분 정도 일찍 들어온 저를 안아주며 아내가 '너무 안 와서 당신 죽은 줄 알았어' 하며 우스개 소리로 걱정해주는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그렇구나, 목회는 응원해주는 것이구나' 깨달았습니다.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교우들을 찾아가서, 또 뒤에서 기도하며, 때론 설교 가운데, 저들을 응원하는 것이 목사가 하는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삶과 목회 모든 것을 더 진지하게 만들어준 세도나 마라톤, 살을 더 빼고 준비 운동을 더 해서 내년에는 2시간 안에 들어와야겠다 다짐하며 피닉스로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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