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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기도 독서 그리고 노동, 이 네 가지가 저의 목회 사역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들이라고 언젠가 말씀 드렸습니다. 그 중 요즘은 노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새해 들어 남자 교우들이 교회 이곳 저곳을 수리하고 새로 꾸미고 하면서 자연 저의 일도 늘어났습니다. 혼자 하면 힘들어 엄두도 못 내던 것들이었는데 남자 교우들이 솔선하여 시작하니 저도 감사와 기쁨으로 거들며 함께 하였습니다.

그러다 최근 몇 주간은 거의 노동에 전념하다시피 했습니다. 이유는 다음 주간에 있을 교회협의회 주관 부흥회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님을 모시고 저희 교회에서 하게 되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든 시간과 생각을 거기에 쏟고 있습니다. 지난 주간에는 주차장 쪽을 손 보았습니다. 그 동안 예산 타령을 하며 손을 대지 않았었는데, 할 수 있는 한도에서 해보자 하여 한 주간 내내 주차장에 매달렸습니다.

새벽 기도가 없는 월요일 오전 6시에 장로님과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둘이 의기 투합하여 주차장 끝에 있는 공터의 잡초를 제거하는 일이었습니다. 거의 3시간 동안 장로님은 잔디 깎는 기계로 잡초를 제거하였고, 나는 잡초들 사이에 있는 가시나무를 제거했습니다. 공터가 워낙 넓어서 트랙터를 사서 깎아야 할 것 같다고 남자 교우들이 염려하며 말렸는데 장로님이 당신 집에 있는 잔디 깎는 기계를 가져와서 말없이 은근과 끈기로 밀고 또 밀면서 그 많은 잡초를 다 깎아냈습니다. 싼 것이 7천불 쓸만한 것이 만불 한다고 트랙터 사는 얘기를 했었는데 손으로 미는 기계로 완벽하게 해결했습니다. 최고의 장로님이십니다!

저는 가시나무를 제거했습니다. 사막 지역의 나무들은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스스로의 생존 본능에 의해 가시를 냅니다. 잡초들처럼 가시나무도 잡목으로 여기저기 많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작년 말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맡겨서 자르게 했었는데 뿌리째 뽑아내지 않고 대충 자르기만 했기 때문에 남은 밑동에서 줄기들이 많이 돋아나와 자라고 있었습니다. 어른 손가락 반만큼 긴 가시들을 가지고서요. 일을 어렵게 하는 것은 그 가시들이었습니다. 목공 일 할 때 쓰는 전기 톱으로 밑동을 바짝 잘라내고 거기에 강력 제초제를 들이부었습니다. 다시는 나오지 못하게요. 월요일 하루에 다 끝내지 못하고 하루 더 해야 했습니다. 다음 날은 저 혼자 했는데, 마치 수도자들이 노동하듯 주차장 끝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톱으로 자르고, 도끼질 하고, 제초제 뿌리고, 잘린 가지들 쓰레기통에 넣고. 이런 일을 반복하면서 하루를 온전히 보냈습니다. 

일 하며 배운 것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사랑으로 하는 것과 돈을 위해 하는 것의 차이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번에 몸으로 그 차이를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작년 말 일하는 사람들이 자른 가시나무가 흔적으로 남아 있었는데, 최대한 뿌리까지 바짝 자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시나무 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어떤 것은 조각이 아니라 줄기 전체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누구라도 밟으면 찔리게 되는 무시무시한 가시가 돋은 상태로요. 실제 장로님이 두 달 전쯤 가시에 찔리어 병원에까지 가야만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돈 때문에 일하는 사람은 그저 가시나무가 멀리서 보이지만 않게 하면 된다는 마음에서였는지 그렇게 해놓은 것입니다.

저는 거기서 뛰어 놀 아이들을 생각했습니다. 집사님 아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교우님의 딸, 족구나 발야구를 할 청년들, 그들을 생각하며 일을 했습니다. 너무도 자연스레 그런 마음이 들었지요. 그러니 아주 작은 가지라도 눈에 띄기만 하면 짚어서 쓰레기통에 넣었습니다. 한 번 지나간 곳에도 다시 돌아보며 또 가시 조각을 확인했고, 자를 때도 최대한 땅 표면보다 아래까지 내려가 톱날을 댔습니다. 그러다 보니 속도가 나지를 않았지요. 오후 늦게까지 그렇게 완벽하게 가시나무를 제거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으로 '집회 끝나면 다시 해야겠다' 하며 허리를 폈습니다.

사랑의 수고가 우리를 완전하게 합니다. 말로만 하거나 대가를 바라는 사랑이 아니라, 수고와 땀이 들어가는 사랑만이 순수하고 완전하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하나는, 일을 마치고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재철 목사님은 좋겠다. 이렇게 목사님을 맞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정말 이 목사님 뵙기를 사모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일 했습니다. 힘이 들지 않았습니다. 해 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더 해야 하는데' 하며 했습니다. 아내가 제 말에 이렇게 되묻습니다. 

"당신은 그런 사람 있어? 당신 간다고 그렇게 정성껏 준비해주는 사람 말이야?"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이 목사님을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저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저의 사랑이 부족했고 인격이 아직 모자라기 때문이라 스스로를 책망했습니다. 그래도 한 사람을 떠올릴 수는 있었습니다. 지방 감리사로서 지난 1월에 캔사스에 있는 한 유학생 교회를 방문했을 때, 그 교회 목사님과 청년들이 감자탕을 끓여놓고, 저녁 8시 반쯤 도착했는데 그때까지 저녁을 먹지 않고 기다려주었습니다. 공항에서 좀 늦으니 먼저 먹으라고 했는데 그렇게 저를 기다려주었습니다. '그래, 나도 있다' 속으로 대답할 수 있었지요.

노동을 통해 성찰하고 배우고 깨닫습니다. 흘리는 땀방울에 거짓의 때, 사랑 없음의 불순물, 설익은 인간성이 섞여 땅바닥에 떨어집니다. 노동이 그렇게 나를 영글게 하고 겸손하게 하고 진실하게 합니다. 

"사랑의 수고"를 아끼지 않은 데살로니가 교인들의 모습이 오늘 나와 교우들의 땀방울 속에도 그대로 녹아 들어 있겠다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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