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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대 중반이 된 큰 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때, 주일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오던 중 엄마의 손을 놓쳤습니다. 

저는 미국에 혼자 와있었고 아내가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작은 애를 품에 안은 상태에서 잠깐 눈을 돌렸는데 그만 큰 아이가 없어진 것이었습니다. 

워낙 큰 교회이어서 예배 후 밀려나오는 사람들 속에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친 듯 아이 이름을 부르며 교회 주변을 헤매었는데 없었습니다. 

온통 눈물로 범벅이 된 상태에서 반쯤 포기하여 전철 역 홈에 서 있었는데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작은 여자 아이를 보호하고 있으니 역 사무실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손을 놓친 다섯 살 아이가 교회에서부터 20여 분 떨어진 전철 역까지 골목 골목을 지나 엄마를 찾아 온 것입니다. 

전철이 다니는 홈에서 엄마를 찾아 앞으로 뒤로 헤매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데리고 전철 역 사무실에 데려다 놓았다는 것입니다. 

4월 부활절이었던 그날 아내는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고, 미국에 있던 나는 며칠을 눈물로 보냈습니다. 

빨리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겠다는 계획을 바꾸어 우선 가족들을 미국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고 있지요. 

그때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여전히 아픈 상처가 돋아납니다. 

4월은 슬픈 달입니다. 

아리조나는 길마다 노란 꽃으로 만발해있지만, 두고 온 고국은 세월호의 아픔이 있는 달입니다. 

잃었던 아이를 되찾은 것도 아픈 기억인데, 되찾지 못한 부모들은 얼마나 아플까 ……. 

4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그만 잊으라고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심지어 어떤 극단적인 사람들은 '지겹다' 하며 유가족들의 상처에 한 번 더 생채기를 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월호의 부모들은 아마 평생을 울며 지낼 것입니다. 

같이 울어주고 같이 아파해야만 합니다. 

가수 김광석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에서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 묻히면 그만인 것을 /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 또 잊지 못해 새울까"라고 노래합니다.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잊으려 하면 할수록 더 생각나고 더 보고 싶은 얼굴들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최고의 뮤지컬 배우로 알려져 있는 박은태 씨가 세월호의 슬픔을 담은 노래 <내 영혼 바람되어>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호피 인디언들의 시 <천 개의 바람이 되어> (A Thousand Winds)를 노랫말로 하였는데, 들을 때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찌하지 못합니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망해가는 이스라엘을 향해 이렇게 호소합니다. 

"그는 (요시야 임금으로, 다윗 왕만큼 훌륭했던 이스라엘 후기의 임금) 가난한 사람과 억압받는 사람의 사정을 헤아려서 처리해 주면서, 잘 살지 않았느냐? 바로 이것이 나를 아는 것이 아니겠느냐? 나 주의 말이다" (예레미야 22:16절). 

하나님을 아는 것은 가난한 사람과 억압받는 사람의 사정을 헤아려서 처리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고요.

오늘 가난한 사람 억압받는 사람은 세월호의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엄마 아빠 품을 떠난 아이들, 부모와 가족들, 친구들, 선생님들, 함께 아파하는 우리들 ……. 

그 동네 안산을 조금 압니다. 

제가 어렸을 때, 동네 아이들과 한참을 걸어서 바다까지 갈 때가 있었습니다. 

바다 위로 난 철길을 건너며 무서워 떨던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한데, 그렇게 가난하게 살았을 때 조금 더 가면 거기가 시흥이고 안산이라고 했었습니다. 

그렇게 가난하고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동네였습니다. 

잘 살아야겠습니다. 

하나님을 좀 안다고 설교하고 결정하고 가르칩니다. 

가난한 사람 억압받는 사람의 사정을 헤아려서 처리해 주며 하는 것인지? 말로만 지식으로만 직업적으로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정말 하나님을 잘 알고 있는가 돌아봅니다. 

잘 살고 있는 것인지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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